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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혁 Jan 07. 2025

지옥에서 돌아온 대학원생 제1화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살 것인가?

지난 11월 말, 호주에서 양자 기술을 이용한 머신 러닝 학회에 다녀온 뒤로, 에너지가 쭉 빠졌다. 그러다 보니 연말이 된 지금, 거의 한 달간을 일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하고 그냥 시간을 낭비하고만 있었다. 지금 당장 작성해야 하는 논문이 네 가지나 되는데!


최근에 나를 굉장히 스트레스 많이 받게 하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새로운 일도 대 여섯 가지가 되고, 작성해야 하는 논문도 네 가지 연구실 이사와 같은 일들이 나에게는 최근 굉장히 스트레스이면서, 그러다 보니 에너지 소모가 많이 되고, 실제로 뭔가 바뀐 것은 없으면서 스트레스만 받다 보니 게임으로 도망가고, 악순환이 반복되다가 결국 이렇게 시간 낭비를 하고 있었다. 집에도 여러 짐들도 널브러져 있었고, 어쩌면 우울증이 좀 걸린 것 같기도 한 느낌이었다.


그러던 와중, 친구가 오랜만에 얼굴을 보자고 했다. 매번 보러 올 때마다 항상 반가운, 옛날부터 같이 잘 지내던 친구. 그렇지만 오랜만에 만나서 나눴던 얘기들은 나의 마음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내가 10년 이후에 이 일을 할 때의 미래를 보았을 때, 이런 식으로 살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기보다 더 나이 많고 오래 일을 한 사람들을 지켜보았을 때, 자신은 그런 식으로 살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 마침 최근에 내 주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로 직종을 바꾼 친구가 있다. 그 친구 역시 '이렇게 살다가는 절대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좀 더 힘들지만, 자기가 살아남을 수 있는 선택을 하고 있고, 열심히 살고 있는 중이다.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살 것인가?'


이 질문이 나에게 다시 한번 떠올랐다. 옛날부터 항상 답변하고 싶던 그 질문. 매번 대답을 하고자 책도 많이 읽어보고, 고민도 많이 해보았던 그 질문. 그렇지만 최근에는 덮어두고 모른 채 하였던 그 질문. 매번 답을 찾아서 그에 맞게 행동했었지만, 익숙해질 때에 다시금 세상에서 나를 고립시켜서 다시 대답을 종용하게 하는 그 질문.

다행히, 나는 친구들 보다는 상황은 좋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좋고, 내가 이 일을 할 때의 미래를 보았을 때는 충분히 밝다. 내가 이 일을 평생 하고 싶어 하는 것도 알고 있기에,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이 일을 하면서 더 좋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렇기에 직종을 바꿀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이 질문은 사실 친구들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지금 이렇게 무기력에 빠져있는 너, 너는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무기력하고 그냥 지금의 대학원생 생활(사실 대학원생 생활도 아니며, 부끄럽게도, 돈만 받고 할 일을 하지 않는 폐급이지)에 안주하면서 살 것인가? 그렇게 지금 사는 대로 사는 것은 아무것도 나에게 보장해주지도 않는데, 언제까지 그런 식으로 살 것인가? 10년이 아니라, 당장 내년만 되어도 그냥 나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내던져진 상황에서 그냥 몰락하겠지. 커리어가 단순히 끊기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를 스스로 죽음에 몰아넣는 내 태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삶은 항상 문제를 달고 다닌다. 이는 내 삶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항상 다음 단계에서의 행복은 잠깐이지만, 언제나 다음에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 것만은 불교에서도 이야기했듯, 분명한 진리다. 나는 어쩌면 이런 문제에 대해서 회피하고 다니지 않았나라는 생각이 든다. 항상 아침에 일어나서 샤워를 하러 가듯이, 나는 문제를 해결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으니. 미래에 대한 헛된 문제의 생각들이 나를 현재의 문제 가둬두고, 이를 안고 가는 것이 더 익숙하기에 더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은 아닌가. 그러다가 당장 문제가 닥치게 되면, 매번 '또 하나 배우고 갑니다'하면서 아쉬워하고 후회하기만 할 뿐, 다음 행동에 영향을 주지 않은 채로, 또 가만히 그 자리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것을 타파하고자, 나는 이번 글을 작성하면서, 좀 더 나은 삶을 향해서 달려가고자 한다. 이런 식으로 사는 것은 이제 지겹다. 나는 나의 집을 불태워야 한다. 다시는 그런 식의 삶으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다음 문제는 다음에 생각하고, 일단 눈깔이 돌아간 상태로 뭔가를 정말 절실하게 해보려고 한다. 지옥에서 돌아온 대학원생. 떠나고 새로 자리 잡는 집조차도 어떤 문제가 나를 덮쳐올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지금 상태를 넘겨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죽을 때까지 끝없는 지옥을 탐방하고 오리라. 그 속에서 나의 행복을 찾고 오리라. 일단 최소한, 이 어둡고 불타는 지옥에서 돌아왔으니, 절실하게 살아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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