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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xicoreanito Sep 06. 2021

쿠팡이 디지털 광고 사업을 해야 하는 이유 (1/2)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을까?

출처: 에너지경제신문 2015.11.03

5년 전만 해도 그저 고속 성장하는 유니콘의 자신감 충만한 슬로건이라고 생각했던 이 문장은, 현재 500만 로켓와우 회원들이 새벽에 문 앞에 놓인 박스를 볼 때마다 공감하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쿠팡은 '빠른 배송과 저렴한 가격'이라는, 커머스에서 가장 본질적인 영역에서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고객 경험은 파트너사와의 협상력 등 사업적인 부분에서도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며, 쿠팡이 온라인 커머스 시장에서 절대적인 헤게모니를 구축해나가는 원동력을 제공했습니다.



실제로 쿠팡은 최근 5년간 CAGR(연평균 성장률) 60%를 유지하며 연간 거래액 20조 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제공하기 위한 대규모 투자가 있었습니다.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대표되는 전국적인 물류망 구축 및 운영을 위해 매년 대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현재까지 4조 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올해 3월 성공적인 뉴욕증시 상장으로 5조 원의 투자금을 확보했지만, 정확한 흑자 전환 시점을 예측하지 못하는 현시점에서는 이 또한 지속적으로 소모되는 한정 자원입니다.

김범석 의장은 상장 이후에 진행된 인터뷰에서도 흑자 전환 시점에 대한 질문에 "앞으로도 공격적, 지속적, 그리고 계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고 답하며, 쿠팡의 계획된 적자가 지속될 것임을 암시했습니다.


그렇다면 이 계획된 적자는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걸까요?

지금까지 계획한 모든 전략을 실현하면 커머스 시장 내에서 쿠팡의 영구적인 경쟁우위가 형성되는 걸까요?




다시금 불붙은 온라인 커머스 패권 경쟁


한편 최근 네이버 커머스의 행보가 무섭습니다.


출처: 조선비즈 2021.03.10


42만 개의 스마트스토어를 앞세운 네이버 커머스는 꾸준히 쿠팡을 압도하며 국내 온라인 커머스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거래액 기준)

또한 쿠팡과의 배송 경쟁에서 다소 뒤처져 있었던 물류 영역을 전문 업체들과의 동맹을 통해 빠르게 혁신하고 있습니다.


출처: 서울경제 2021.07.21


네이버는 올해 3월 이마트, 신세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을 통해 전국 7,300개 오프라인 거점을 활용해 신선식품 영역에서의 라스트마일 배송 혁신을 준비 중이며, 작년 CJ그룹과 6,000억 원 규모의 지분 교환 및 CJ대한통운과 풀필먼트 협력을 통해 '전국 하루 배송' 전략을 실현해나가며 쿠팡과의 격차를 좁히고 있습니다.


 또한 아워박스, 두손컴퍼니 등 버티컬 영역에 특화된 물류 업체 6곳에 전략적인 투자를 집행하고, 지난 7월 13일 NFA라 명명된 네이버의 새로운 풀필먼트 서비스를 선보이며 신선, 패션 등 다양한 카테고리의 입점 파트너사에 특화된 완성도 높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개인적으로 네이버가 커머스 사업에 이토록 적극적인 것은 자사의 핵심 사업인 광고 분야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신세계 또한 올해 6월 이베이 인수를 통해 거래액 기준 온라인 커머스 점유율 2위로 올라서며,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경쟁자로 다시 떠올랐습니다.


이처럼 경쟁사가 각자의 방식으로 대대적인 혁신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쿠팡이 고격 경험 측면에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합니다.

다시 말해 지금과 같은 시장 상황이 이어질 경우,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쿠팡의 계획된 적자가 100년 동안 이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쿠팡에는 없는 아마존의 효자들


쿠팡은 많은 면에서 아마존과 닮아있습니다.

고객에 대한 집착, 풀필먼트 영역에 과감한 투자, 그리고 작년에 출시한 OTT 서비스인 쿠팡플레이까지.

김범석 의장이 인터뷰에서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이라고 언급했을 만큼, 쿠팡은 다양한 사업영역에서 이미 아마존 모델을 차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은 쿠팡과 다르게 적자를 내지 않습니다.

의도적으로 보이는 조금의 흑자를 꾸준히 낼뿐이며, 최근 3년 동안은 5% 내외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영업이익 및 영업이익률 추이 (출처: happist.com)


그리고 아마존에는 이 계획된 흑자를 가능하게 해주는 효자사업들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아마 모두가 잘 알고 있을 AWS(Amazon Web Service)입니다.

AWS는 가상 환경에서 컴퓨팅 파워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이 초기에 대규모 설비 투자 없이 사용한 만큼의 사용료만 지불하면 되는 아마존의 B2B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입니다.

AWS는 전 세계 시장의 32%를 차지하며, 한국 시장에서도 51%의 점유율을 보이는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절대강자입니다.


아마존 영업이익 AWS  vs. 그 외 (출처: seekingalpha.com)


AWS의 매출은 아마존 전체 매출의 11% 수준이지만, 전체 영업이익에서 AWS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로 아마존의 대표적인 효자 사업입니다.


국내 커머스 시장의 다강 구도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쿠팡이 추가적인 자금 수혈 없이 자생적으로 경쟁 우위를 위한 투자를 이어가려면 아마존의 AWS와 같은 안정적인 캐시카우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쿠팡도 AWS와 같은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뛰어들면 될까요?


분명 개괄적으로나마 검토했을 것이고, 하려고 했으면 진작 시작했을 것입니다.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은 가상의 환경에서 서비스 되기 때문에 범국가적인 규모의 경제라는 특성이 강하게 작용하는 사업 영역입니다.

그리고 쿠팡의 입장에서는 이미 국내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AWS와 직접 경쟁해야 하는 상황은 큰 부담이었을 것입니다.




아마존이 드러내지 않는 다른 한 명의 효자


아마존에는 2018년부터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효자 사업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아마존 광고 사업입니다.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 점유율 (출처: eMarketer)


최근 3년간 평균 5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한 아마존 광고 사업은 2020년 기준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에서 구글, 페이스북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점유율(10.3%)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사업별 분기 실적 (출처: Amazon)


아마존의 분기별 실적 리포트를 보면 별도 항목으로 표기된 AWS와는 달리 광고 사업에 대한 실적은 'Others' 항목에 포함되어 있기 하지만, 별도의 주석을 통해 'Others' 실적의 경우 주로 광고 비즈니스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AWS의 매출이 아마존 광고 사업의 매출보다 2배가량 크지만, 두 사업의 영업이익은 비슷한 수준으로 추정다는 것입니다. (아마존 광고의 영업이익률이 구글 광고 사업과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다시 말해 아마존 영업이익 절반은 AWS가, 나머지 절반은 아마존 광고 비즈니스가 책임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광고 사업은 AWS와 함께 아마존의 지속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해주는 든든한 자금줄입니다.




이쯤에서 쿠팡에 조금 관심 있는 분들은 이런 생각이 들 겁니다.

"쿠팡도 광고 사업 있지 않나요?"


네 있습니다. 쿠팡 광고.

심지어 CMG(Coupang Media Group)라는 당장이라도 분사할 것만 같은 조직명의 별도 사업 부문으로 존재할만큼 본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아마존 광고 사업 개요 (출처: tinuiti.com)


하지만 쿠팡과 아마존 광고 사업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쿠팡은 커머스 플랫폼 내부 지면만을 광고 영역으로 활용하는 'On-site 광고 상품'만 존재하는 반면에, 아마존은 Amazon Ad Console이라는 On-site 광고 상품뿐만 아니라 아마존 외부의 웹/앱 지면을 통해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Amazon DSP라는 Off-site 광고 상품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Amazon DSP는 광고주가 Amazon 안팎에서 디스플레이, 비디오 등 다양한 형태의 광고 지면을 프로그래밍 방식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광고주 측 프로그래매틱 광고 플랫폼입니다.

DSP는 광고주 입장에서의 서비스 명일뿐이며, 아마존은 기능적으로는 DSP/SSP를 아우르는 애드네트워크 솔루션을 서비스하고 있고, 아마존 어트리뷰션이라는 DMP(MMP) 서비스도 존재합니다.

미국 시장 내 SSP 사용률 순위 (출처: adexchanger.com)


게다가 미국 시장에서 아마존 SSP 네트워크의 사용률은 구글에 이어 두 번째로 자리를 차지할 정도로 아마존의 Off-site 광고 사업은 미국 디지털 광고 시장 내에서 주요한 플레이어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2부에서 이어집니다.


위의 내용이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한 프로그래매틱 광고에 대한 간략 설명

프로그래매틱 광고는, 광고 게재를 원하는 구매자와 광고를 노출할 수 있는 지면을 가진 판매자 간에 자동화된 방식의 프로그램으로 디지털 광고를 거래하는 방식의 광고를 의미합니다.

아래의 표는 전통적인 광고와 프로그래매틱 광고에 참여하는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프로세스를 도식화하여 나타낸 것입니다. 프로그래매틱 광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분은 @cheolhwanch 님의 브런치를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매틱 광고 개요 (출처: 메조미디어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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