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를 잃어버린 가면들
양옆으로 벌어지는 웃음이
허, 하고 실소처럼 새어 나왔다.
나는 가면을 쓴 사람이다.
그리고 나는 이런 결말을 원하지 않았었다.
그날, 종이 울릴 때 고개를 들지 않았다면…
지금 나는 어떤 얼굴과 어떤 이름으로 살고 있었을까.
‘나는 진짜가 되고 싶었다.’
‘나는 가난해지기 싫었다.’
‘나는 잊히고 싶지 않았다.’
예술인이 가득한 도시, MK.
얼굴 대신 희어멀건한 가면과 검은 망토를 두르고,
골동품점 앞에 자주 출몰하는 사내가 있었다.
그는 매주 화요일마다 상인들이 즐비한 뒷골목에,
정확히 저녁 8시에 나타난다고 했다.
사람들 사이에선 그 사내가 바람잡이에 불과하고,
그 뒤에는 거대한 조직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항상 망토 안에 입은 양복의 안주머니에
회보랏빛 벨벳 소재의 복주머니를 가지고 다녔다.
그 안에 있는 것이 보석이라는 소문도 있었고,
금덩이라는 말도 있었고,
창의력과 몰입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주는
약이라는 이야기까지 돌았다.
보통 뒷골목의 가난한 극작가들이나 시인들을 대상으로 이 사내와 비밀스러운 거래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신기한 것은 그와 거래한 사람들은 모두 유명해져 이 거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원래의 이름 대신 다른 이름으로 활동한다는 말도 있었지만, 그 실체야 알 길이 없다.
오늘 나는 시나리오가 좀처럼 풀리지 않아,
평소보다 두 시간이나 더 골머리를 앓으며
카페에 앉아 있다가 나왔다.
갈색의 무거운 나무 문을 밀자,
문 위에 걸려 있던 녹슨 종이 달랑거렸다.
문을 열며 고개를 들었고,
그때—
대각선 건너편에 서 있는 말 없는 흰 가면을 봤다.
그 의문의 가면 사내는 망토 안에 있는
양복의 안주머니에서 천천히 복주머니를 꺼냈다.
그다음엔 복주머니 속에서 한 줌의 금덩이를 꺼냈다.
그 순간, 나는 의도된 듯한 그 자의 행동이
왠지 불쾌했다.
하지만 그 자의 손 위에 있는 금조각은
너무나 달콤해 보였다.
‘아니, 난 그냥 대작품을 쓰고 싶은 건데…
그것도 내 스스로… 약 따위는 원하지 않아.
하지만 저 정도의 금덩이라면…’
한 발짝,
입 안에 맴도는 달큰하고 끈적한 향을 천천히 삼켰다.
두 발짝,
그 자가 손바닥을 가볍게 펼친 채 손목을
위아래로 조금 튕기자
금조각이 가볍게 손 안에서 떴다가
다시 손에 떨어졌다.
어느새 나는 가면 쓴 사내의 앞에 서 있었다.
“거래를 하고 싶어요.”
내가 말했다.
‘앞으로 1년은 수입 없이도 거뜬하겠어.
그렇다면, 그전에는 진짜 창작에만 몰입하는 거야.
나… 정말 그때쯤엔 대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내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더니,
어디선가 흰 가면을 꺼내 내게 건넸다.
“이 가면만 쓰면 금덩이는 모두 당신 것이 된다.”
중저음의 목소리로, 가면 쓴 사내가 말했다.
나는 손을 뻗어 가면과 금덩이를 받아 들었다.
이내 흰 가면을 내 얼굴에 썼다.
그때였다.
눈앞에 푸른 불빛이 번쩍이더니,
시뮬레이션처럼 공중에 문구가 빠르게 떠올랐다.
당신은 이제 MK 도시 속에 갇힌 AS가 됩니다.
가면을 쓰고서 10초가 지나도 그대로 쓰고 있다면,
거래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가면을 벗지 않으면 거래는 자동으로 확정됩니다.
지금부터 카운팅이 시작됩니다.
10… 9…
나는 재빨리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무렇지 않은, 평온한 풍경이었다.
푸른 문구는 보이지 않는 듯했고,
사람들은 무심히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8… 7… 6…
영업을 마친 카페 바리스타가
양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갈색 곱슬머리를 흩날리며
다른 골목으로 사라졌다.
5… 4…
잠시만,
그런데 ‘갇힌 AS’란 도대체 무엇인가?
아무튼 이 정도 금덩이라면
정말 내가 원하는 창작 활동을
마음 놓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시간이 없다.
결정을 내려야 한다.
3… 2…
카운팅이 3초 남았을 때,
불현듯 내 머릿속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듯했다.
‘지금이라도 벗어야 해!’
그러나 나는 그 경고음을 무시했다.
그래, 편하게 금덩이를 손에 쥐고
나는 끝내주는 시나리오를 쓰는 거다.
카운트다운이 끝났다.
그리고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내 손에 있던 금덩이는 이내 빛을 바랬고,
결국 흙덩이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가면을 벗을 수 없었다.
MK 도시 속 갇힌 AS—
그것은 바로 MASK였다.
희어멀건한 가면에 갇혀,
나는 다시는 이 가면을 벗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오늘도
가난하면서도 뜨거운 욕망을 가진
진짜 예술가들을 찾아
이 시스템의 굴레 안에서—
또 다른 가면을 건네는 가면 쓴 자로서
죽은 듯이… 살고 있다.
⸻
<가면의 도시>가 가지는 의미
우리는 지금도 어쩌면 경고음을 듣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가면을 쓰는 건 쉽지만, 벗는 건 어렵다. “
진정한 창작자라면 저작권에 대한 이러한 통찰을 가지고 창작하는 태도를 잃지 말아야 합니다.
욕망에 이끌려 타인의 창작물을 쉽게 취한다면,
그 대가로 여러분은 다시는 자신을 찾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가짜 창작물은 또 다른 가짜를 낳고,
결국 세상은 가면들로 가득 차겠죠.
<창작자가 마주하고 있는 경고음>
1. 창작자의 자기 정체성과 윤리의 경고
- ‘레퍼런스‘, ’오마주’, ‘AI생성‘이라는 이름 아래 표절과 모방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창작자가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감당해야 할 윤리와 책임에 대해 묻습니다.
2. ‘쉽게 얻는 것’에 대한 불안한 경고
- 금덩이처럼 보였지만 결국 흙덩이에 불과했던 것. 이는 쉽게 얻어진 창작에는 진짜가 담기지 않는다는 경고입니다. 과정과 태도의 중요성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3. 문화 산업과 예술 생태계에 대한 서늘한 경고
- MK 도시는 예술가로 가득하지만 모두들 가면을 쓰고 살아갑니다. 이 설정은 현대 예술계, 콘텐츠 시장, 크리에이터 생태계에 향한 비판과 자조의 우화이자, 현실에 뿌리내린 이야기입니다.
“지금, 당신은 진짜 당신의 창작물로 세상을 마주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