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벤 기억은 오래간다. 눈으로 본 것은 금세 다른 자극에 의해 사라지지만 소리만큼은 아우성으로 남아있다. 어느 순간부터 아끼는 사람들의 소리가 괴로워진 건 인생에서 감당할 수 있는 고통의 소리의 양을 채웠기 때문일까. 이관개방증을 앓게 된 이후로 내 몸속 아우성들이 숨을 내쉴 때마다 전해진다. 아무리 힘들어도 내 안의 비명들을 참고 외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애써 외면한 내면의 눌린 감정들이 한숨 내쉴 때마다 칼에 베이듯 아려온다. 오랜 방치한 탓일까. 나만이 알고 설명할 수 있는 아픔을 내가 잘 설명하지 못한다. 지금도 타자를 치며 움직이는 손가락 마디 끝마다 꾹 눌러가며, 겨우 말을 이어간다. 어느 순간부터 글을 소홀히 하게 됐는데 내 안의 말들을 귀담아듣지 않고 싶어서였다. 말을 안 하면 말이 어눌해지듯 글을 안 쓰니 글도 어눌하게 눌려 발음이 부정확해 알아듣기 힘든 말들이 되었다.
나를 들여다보니 싫어서 글을 소홀히 하니 눌린 감정들을 잘 표현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아이가 처음 글을 배우고 언어를 배워 내뱉듯 글을 적어 내려 간다. 귀통증이 영원할 것 같아 포기했던 마음을 다시 고쳐 잡듯 처음부터 해나가 보기로 한다. 수다스럽던 나의 말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다시 쓰기 시작한 글에서 덜어지는 삶의 고뇌들이 더욱 성숙한 내가 되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