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의 옥상을 향해 걸었다
내가 힘든걸 알아줬음 했다
계단을 하나 하나 올랐다
옥상문이 아주 쉽게 열렸다
불쾌한 쇠 냄새
체육시간 억지로 체육복을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갔던 그때 처럼
망설일 새 없이
머리에 무게를 싣는다
후회 할 걸 알면서도
에라 모르겠다
살아왔던 온 용기를 끌어올려
그들에게 죄책감으로 깊이깊이 가닿길 빌며
죽는 순간까지 남탓을 하기 위하여
살고싶다는 외침을 끝내 외면한다
그를 안아주지도
죽이지도 못하겠기에
내가 내 발로 나를 던진다
.
얼굴이 으깨진채로
병실에서 눈을 뜬다
기절했던 엄마가
죽지 못해 옆을 지킨다
차라리 죽는게 나은 이때
더이상 용기가 없다
이때 아빠는 어디있나
오빠는 어디있을까
결국
엄마와 나 .
다시 둘.
뭉개지는 형체.
서로에게 내린
죄악과 형벌에
시선은 초점을 잃는다.
지긋지긋한 굴레를
내 손으로 찢어
원망을 받을지 언정
원망하지 않고 살고 싶었을 뿐.
미움조차 기댈 곳 없다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