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rcle of Influence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Director 가 해 줬던 말 중에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바로 '서클 오브 인플루언스'.
한국어로 번역하면 '영향 반경' 정도 일 것 같다.
그가 줬던 팀원들에게 줬던 조언이 바로 이 '영향 반경'을 잘 구분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사람은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곳이 어디까지인지 구분해서 생각과 행동을 정리할 수 있어야 만족적인 삶을 살 수 있다는 말.
잠깐만 생각해 보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반경 내에 있는 것들은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나의 말, 나의 생각 (가끔 이것도 쉽지 않지만), 나의 감정, 나의 습관 등이 있다.
내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반경은 조금 더 넓은데 예를 들면 이렇다.
내 방의 인테리어, 나의 직장, 오늘 저녁에 가족끼리 어떤 메뉴를 먹을지 등.
당연히 내 영향권 밖에 있는 반경에는 훨씬 더 쉽게 많은 예시를 들 수 있다.
날씨, 정치, 다른 사람들의 감정이나 생각 등.
이렇게 구분한 것들을 어떻게 사용할 수 있을까.
첫 번째로 내 영향권 밖에 있는 것들에 대해 영향을 끼치려고 한다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다.
그리고 그것에 크게 감정적으로 동요하는 것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
수년 전 나는 가족들과 다 같이 베트남 다낭으로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우리는 꽤 좋은 호텔을 예약했고, 그곳에서 수영을 하고 마사지를 받으며 쉴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기도 아니었던 그때에 짧은 일정기간 내내 비가 내리는 것이었다.
심지어 기온도 가을 날씨처럼 떨어져서 가져간 바캉스 옷들을 여러 겹 겹쳐 입으며 생활해야 할 정도였다.
처음에는 매우 실망스러웠지만 더 이상 그에 대해 스트레스받는 건 의미가 없었다.
물론 날씨가 좋았다면 계획한 일정대로 즐거웠겠지만, 비 오는 베트남도 나름 운치 있었다고 과거를 미화하는 수밖에 없다.
이 개념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이 반경들의 경계선은 모호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회사 동료와 주말에 놀러 갔다고 가정했을 때, 내가 종일 시무룩 해 있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같지 않으면 그 친구의 기분도 덩달아 안 좋아질 것이다. 이때 내 동료의 감정은 나의 영향을 받게 된다.
그렇지만 더 많은 다른 상황들에서 회사 동료의 감정은 내 영향권 밖에 있는 것이 된다.
같이 일하는 과정 중에 어떤 논쟁이 벌어졌다고 가정해 보자.
(그에게 인신공격을 하지 않는 이상) 일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면 그 동료의 감정이 어떻든 그것은 내 영향권 밖이다.
이 개념은 '그건 내 영향권 밖이니까 내 책임이 아니야!' 이렇게 무관심하게 생각을 마무리 지으라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내 영향권 밖에 있는 일이니,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거나, 더 영향을 끼치려고 노력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념으로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도 실천하기 어려운 조언 중 하나이다.
개인적으로 오늘은 가족들과의 오해가 쌓여서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날이었다.
하루를 마무리 지으며 생각한다.
어떤 오해들은, 어떤 생각들은 아무리 가족이어도 내 영향권 밖에 있는 것들이다.
그대로 두자. 더 이상 고치려고 너무 노력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