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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떠도는 자의 노래 Dec 06. 2021

한국의 서낭당

들어가는 글


사람들은 흔히들 지저분하고, 음산하며, 치렁치렁 정신 사나운 꼴을 보면 '성황당(城隍堂) 같다'라고 말하고는 한다. 또한 어린 시절부터 마을 서낭당을 보면서 자라 온 세대들은 서낭당을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인식하는 것이 대부분이기도 하다. 한 술 더 떠서 서낭당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무당, 푸닥거리 같은 무속(巫俗)의 아이콘들을 연상하기도 한다.


하지만 서낭당은 1) 성황당(城隍堂)으로 불려서는 안 되며 2) 두렵거나 음습한 장소도 아니고 3) 무당 같은 무속인이 주체가 될 수 없는, 우리 기층 민중들의 자연발생적인 공동체 신앙의 성소(聖所)이다. 사진을 담으러 우리 산하의 골골샅샅을 뒤지고 다니다가 우연히 서낭당의 전통적인 미감(美感)에 눈을 뜨게 되었고, 하나둘씩 깨닫게 된 우리 전통 마을 제당의 진면목을 마주하게 된 나는, 서낭당이 기피와 혐오의 대상이 되어 외면당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서 그런 현실을 개선해보고자 미력이나마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그동안 개인 홈페이지와 다른 포털의 플랫폼을 이용해서 서낭당 관련 글을 꾸준히 작성해 왔지만, 원치 않았던 부정적인 역효과도 있었고, 온라인 마켓과 광고 플랫폼으로 변질해버린 某포털의 시스템에 피로감을 느껴서 조금 더 가치 있고, 내실 있게 글을 전개할 장소를 물색해오다가, 결국 이곳 브런치에 안착하게 되었다.


지금은 사라져 버린 금광리 서낭당의 아름다운 모습

지금 이 순간에도 소리 없이 사라져 가고 있는 마을 제당과 서낭당의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환기시키고 재발견하는 것이, 앞으로 이곳에서 발행하는 글의 주된 목적이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사진을 위주로 한 이미지 언어를 이용해서 서낭당을 소개하고 싶지만, 서낭당에 얽혀 있는 이야기와 내력들을 소홀히 하고서는 우리 마을 제당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기에, 글과 사진을 적절하게 섞어서 우리의 서낭당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전제하에서 글을 발행하려고 한다. 대강의 큰 줄기는 다음과 같다.




- 서낭당은 산제당, 천제당, 장승, 돌탑(조산) 등의 다양한 형태를 보이고 있지만, 공동체 신앙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 서낭당은 '성황당'과는 다른 개념이다. 성황당은 관치(官置)의 제당이다. 이에 대해서는 차차 글줄을 풀어 나갈 것이다.

- 서낭당의 '전문가'는 무당들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를 형성하는 기층 민중이다. 삿된 언어로 서낭당을 규정하는 모든 것을 거부하고 부정한다.

- 마을 제당이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서 오염되고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마을 제당의 정확한 위치와 명칭은 밝히지 않는다.

- 우리의 마을 제당은 무속인들의 '굿당'과는 다른 곳이다.




낡고 투박하지만, 원시적인 외관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서낭당은 우리 민족의 성소로서 보존되고 부각되어야 한다.


지난 십수 년간의 탐방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의 아름다운 마을 제당을 하나하나 느린 호흡으로 소개할 것이며, 중간중간 우리 서낭당에 대한 인식을 제고(提高)하고 왜곡된 개념을 바로 잡는 글들을 발행할 것을 다짐하면서, 브런치에서 전개할 긴 여정의 첫걸음을 갈음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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