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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풀 Nov 27. 2023

오늘도 스트레스 받는 중간관리자들께

'대천사'님께 듣는 중간관리자 역할 노하우

'삼형제 중 둘째가 제일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 맏형은 맏이니까 예쁨받고 막내는 막내니까 예쁨받는 사이에서, 둘째로서 형과 동생의 눈치를 보며 자라기 때문이다.



회사의 중간관리자도 '삼형제 중 둘째'와 비슷하다. 윗 사람들의 지시를 수행해야하고, 아랫 사람들의 니즈도 충족해야 한다. 그래서 중간관리자들은 너무 힘들다.


채널십오야 PD특집 중 '대천사'로 불리우는 박희연 PD님 편에서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잘 나타나고 있어서 몇 가지 클립과 함께 중간관리자의 역할을 정리해보았다.


박희연 PD님은 현재 tvn 소속 17년차로 35세에 최연소 CP(Chief producer, 책임 프로듀서)가 되셨다.<유퀴즈 온 더 블록>의 CP이며 <장사천재 백사장>, <백패커> 등도 CP를 맡았었다고 한다. 나영석 PD님과 <삼시세끼>, <꽃할배> 등의 꽃~시리즈 등을 함께하며 인연을 쌓았다.





중간관리자 : '취합'을 잘해서 '전달'하는 사람


사실 위로 올라갈수록 본인들이 '직접' 관리하는 구성원이 아닌 이상, 그 아래의 사람들은 잘 모른다. 팀-파트의 구조라면, 팀장은 파트장들은 속속들이 알 수 있어도 파트원들은 잘 모를 수 있다. 본부-팀-파트의 구조라면 본부장은 파트원으로 소속된 멤버들은 본부장이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렇기에 중간관리자는 ① 상위 리더의 지시, 니즈를 잘 '취합'해서 구성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1. 상위 리더의 니즈를 '취합'해서 직속 구성원에게 '전달'

구성원들도 차상위 리더의 특성은 잘 모르기에, 중간관리자가 차상위 리더의 특성을 기반으로 지시 및 요구사항을 빠르게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직속리더는 중간관리자의 구성원들의 특성을 잘 모르기에 실제 구성원들에게 업무를 적절하게 분담하는 것 또한 중간관리자가 수행해내야 한다.



제가 메인이고 제가 후배들을 잘 몰라요.
제가 내리는 업무적인 지시나 이런 것들을
(박희연PD가) 유연하게 밑으로 다 뿌려주고
- 채널 십오야, 박희연PD 라이브 중 나PD 멘트

나PD님도 쿨하게 인정했다.

그렇기 때문에 박희연PD가 세컨PD로서 나영석PD님의 업무적 지시를 알아서, 적절히 후배들에게 분배하는 부분이 무척 좋았다고 한다.




2. 직속 구성원들의 니즈를 '취합'해서 상위 리더에게 '전달'

중간관리자는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보니 상위 리더 뿐 아니라 자신의 직속 구성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리고 이 때 진행하게 되는 역할은 ② 구성원들의 니즈, 어려움, 불만을 잘 '취합'해서 상위 리더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는다.


흔히 '에스컬레이션'이라고 부르는 과정이다. 중간관리자 분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다보면 직속 구성원이 처한 어려움, 문제상황을 본인이 직접 해결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중간관리자의 권한에는 한계가 있기에 본인이 해결 불가능한 것들이 많다. 따라서 이러한 것은 상위 리더에게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후배들의 어떤 힘든 점이나 이런것들을 세컨이 취합해서 선배한테 건의를 할 거 아니에요
그런 거를 굉장히 스무스하게 희연이가 처리를 해줘요
- 채널 십오야, 박희연PD 라이브 중 나PD 멘트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일 : 우리가 온일 하는 바로 그것>에서도 이러한 중간관리자의 에스컬레이션이 잘 표현된다.

각 직책별로 생각하는 '일'을 다룬다. 길지 않은 다큐라 HR 업무를 한다면 추천.


[ 2화-중간관리자 편 ]에는 요양서비스 회사 At home care의 중간관리자 실라(Sheila)가 등장한다. 회의 중 구성원들이 임금에 불만을 표출하기 시작했고, 실라는 회의 종료 후 자신의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전한다. 통화가 종료된 후 실라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제가 하겠다고 한 일을 방금 한 거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죠.
제 역할은 다했어요.



사실 임금, 보상, 승진 등의 문제는 중간관리자가 직접적으로 수행해줄 수 없는 영역이다. HR제도 하에서 운영되고, 중간관리자가 좋은 평가를 줬더라도 평가 결과가 바뀌기도 하고, 혹은 좋은 평가를 받았더라도 재무팀의 결정에 따라 그 해의 연봉인상률 자체가 낮게 편성되어 임금 인상의 효과가 낮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At home care의 실라처럼 '00님이 임금에 불만을 표하더라구요. 확인이 필요해보여요.' 등의 의견을 상부에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물론 이렇게 인식을 전환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중간관리자가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닫고,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일은 빠르게 상부에 에스컬레이션하는 것으로 소임을 다했다고 한 걸음 물러날 필요가 있다.


구성원도 사실 중간관리자인 리더가 해결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불만을 표출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대응을 추천한다.

해당 불만에 대해 공감을 표시(물론 공감을 표시할 수 없는, 비논리적인 불만이라면 굳이 공감을 표현할 필요도 없다)

본인의 권한으로 해당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임을 전달

대안을 제시 : 해당 문제를 직접 해결할 권한은 없지만, 상위 리더 혹은 해당 문제를 해결할 권한을 가진 부서에 의견을 전달함으로써 문제를 인식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약속하기


문제를 직접 해결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중간관리자가 내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해주었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상부에 의견을 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마음은 풀린다. 또한 중간관리자가 '내 편'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된다.

중간관리자가 해결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섣불리 '직접적 해결'을 약속한다면,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기에 리더에 대한 신뢰가 하락한다. 구성원을 도와주려다가 도리어 신뢰를 잃어버리는 부정적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중간관리자는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구성원들의 의견, 문제, 불만을 '취합'해서 '전달'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취합하고 전달할 때, '센스'를 발휘하는 법



유튜브를 통해 박희연PD님이 나영석PD에게 '대천사'라고 불리며 총애를 받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래 멘트에 이유가 모두 녹아있는데,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잡다구리한 여러 위기 상황들을 자연스럽게 취합해서
거를 거 거르고 빨리 해결해야 하는 거 빨리 해결하고 이런 일들을
윗사람의 감정이 다치지 않게,
그리고 아랫사람도 감정이 다치지 않게.

일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트레스잖아요.
이게 웃으면서 일한다는 게 참 쉽지가 않아요.
희연이가 늘 웃으면서 얘기를 했던 게 기억이 나거든요.
- 채널 십오야, 박희연PD 라이브 중 나PD 멘트




1. 똑똑하게 '취합'하기


첫 번째는 '취합'과 관련된 부분이다.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취합과 전달'이라고 하면, 리더의 말을 그대로 구성원에게 모두 전달하거나 혹은 구성원들의 어려움, 문제, 의견 등을 곧이곧대로 리더에게 전달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좋은 방식이 아니다. 중간관리자가 취합 과정에서 '거름망'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나PD님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 '우선순위에 따라' 의견을 재조립해야 한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온전히 중간관리자의 몫이다. 리더의 특성, 구성원의 특성,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 우리 팀의 목표 등을 고려하여 어떤 것부터 전달할지에 대해 정한다. 그리고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들은 시급성을 리더에게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지에 대해 고민한다. 또한 중간관리자 선에서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는 문제나 혹은 해결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는 불만, 시급하지 않아서 지금 당장 보고가 필요하지 않은 것들은 자체적으로 걸러낸다.


(팀-파트 구조에서)파트장이 알아서 파트의 현안을 시급한 것에 따라 팀장에게 전달해줌으로써 파트의 문제가 커지기 전에 해결되고 파트의 성과도 스무스하게 잘 나타난다면, 팀장 입장에서는 본인이 파트를 하나하나 파고들어 확인할 필요가 없기에 파트장에게 더욱 위임하게 된다. 혹여 팀장님이 다른 파트에 비해 유독 우리 파트의 업무를 세세하게 물어보고 파악한다고 느낀다면, 혹시 파트장인 내가 정보를 제대로 취합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다.




2. 감정이 다치지 않게 '전달'하기

일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하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또한 누구에게나 업무는 스트레스 요소일 수 있고 특히나 문제 상황에서는 이러한 스트레스가 더욱 극에 달해 인상을 찌푸리기 쉬운데, 희연PD님의 경우 항상 웃으면서 이야기를 이끌고 나아갔다는 점이 나PD님에게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웃으며 말하는 것이 특히나 리더나 구성원으로 하여금 '감정을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줌으로써 희연PD님이 '대천사'의 대명사로 불리울 수 있도록 만든 일등공신이지 않을까 한다.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웃으며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감정이 다치지 않게 전달하는 것'만이라도 도전해봤으면 한다.

박희연 PD님은 스스로 말하길 '체질적으로' 각 개인의 특성을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는 편이라고 한다. 실제로 자신이 전달해야 하는 내용을 듣는 사람의 특성에 맞춰 그 사람의 감정이 다치지 않도록 전달하는 것에 특화되어 있다고 느껴졌다. 전달해야 하는 내용이 동일하더라도 구성원의 특성에 따라 다르게 전달한다고 말씀주셨는데, 결정된 배경을 논리적으로 전달하거나 혹은 결정으로 인한 구성원의 상심에 먼저 공감을 표현하는 등의 방법이었다. (흔히 우리가 MBTI의 T형 말하기, F형 말하기라고 부르는 부분과 유사하다고 느꼈다)



만약 스스로가 '체질적으로' 누군가의 특성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이 어렵다고 느껴진다면, 요즘 누구나 활용하는 MBTI를 통해 특성을 파악하는 프레임워크를 가져가보는 것도 좋다. 혹은 자신만의 프레임워크를 만들고 구성원과의 대화를 통해 특징을 하나씩 알아가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부정적인 피드백을 간단하게라도 그 즉시 말로 전달하는 편이 좋은지, 혹은 시간이 조금 지나더라도 정리된 글을 통해 전달받는 편이 좋은지에 대해 의견을 물어볼 수 있다. 또는 위의 사례처럼 부정적인 결과를 전달해야 할 때, 해당 결과가 도출된 배경에 대한 설명을 먼저 듣고 싶은지 혹은 부정적 결과로 인한 상심에 공감을 먼저 표현해주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물어볼 수도 있다. 어떠한 프레임워크를 사용하든, '구성원의 특성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피드백, 의견 등을 전달함으로써 구성원의 감정이 다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이 중요 포인트이다.






박희연PD님 라이브는 편집본 기준 40여분인데 리더십 측면에서 다룰 요소들이 정말 쏟아져나왔다.

아래 내용은 향후 다른 글을 통해 다룰 예정

1. 위임에 대한 고민

2. 인정의 중요성

3. 중간관리자의 스트레스 관리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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