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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버풀 Jun 07. 2023

더이상 취미부자가 아닙니다

취미생활이 없어진 이유

자기소개를 할 때 꼭 등장하는 것이 취미와 특기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 취미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잘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게으르지만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 나에게, '잘하지 못해도 좋아하는 것은 다 취미'로 분류해도 된다는 것은 참 마음 편한 일이었다. 거기에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것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기에 여러 개의 취미를 가진 '취미 부자'가 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나의 다양한 관심사가 조금 더 본격적인 "취미 생활"로 이어진 것은 입사 이후이다. 시간은 있지만 돈은 없었던 대학 시절과 달리, 시간이 조금 없을 수는 있어도 돈은 넉넉한 사회인이 된 것이다. 그래서 그 때부터 다양한 취미생활을 했다. 성인이 된 이후 배우기 위해 강의를 들었거나, 독학을 했더라도 최소 3회 이상 꾸준히 진행했거나, 장비를 구입한 것들만 세어봐도 족히 열 개이다. (꽃꽂이, 캔들, 레진아트, 매듭공예, 베이킹, 캘리그라피, 스윙댄스, 네일아트, 그림, 사진, 스노우보드 등)







그러나 현재는 취미생활이 거의 없는 편에 가깝다. 

이전 회사에서 취미가 없던 시절은 주로 일이 많아서 스트레스 지수가 높을 때였다. 그 때에는 하루하루 버티는 것에 온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에 취미생활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그리고 취미생활을 할 수 없었기에 숨 쉴 구멍이 없어 더더욱 회사 일이 숨막히게 느껴지는 악순환에 빠졌었다.



그러나 지금의 내가 취미가 없어진 이유는 조금 다르다. 이직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기에 '취미'에 대한 생각이 사라졌다. 




공채를 중심으로 채용이 진행되는 대기업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필요한 부서와 직무'에 신입사원을 배치한다. 이후 부서 이동이 발생하더라도 개인의 성향이나 희망 커리어를 고려하기 보다, '사람이 필요한데 비어있는 자리'로 이동이 되고는 했다. 그렇기에 주어지는 직무와 업무를 주로 수행했던 지난 8년 동안에는 일과 나의 삶을 철저하게 구분해야 했다. 일에서의 성장이 내가 원하는 성장이 아니었기에 일은 최대한 주어진 시간 내에 빠르게 끝내고 집에 가서 나의 생활을 즐기는 것이 좋았다.



그러나 원하는 직무를 1순위로 고려하여 이직을 한 지금은 일을 통해 나의 성장을 느낄 수 있어서 일과 삶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다. 이러한 워라블(Work-Life Blending, 일과 삶의 적절한 조화를 의미하며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덕업일치'의 삶임)을 경험하니 일이 곧 취미가 되어서 더 이상 취미를 찾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의 이 상황이 스트레스로 다가오지 않는 것이 가장 긍정적인 변화이다.




새롭게 경험하는 '업무를 통한 성장'은 꽤나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미래의 내 커리어'와 연결지어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다보니, 행여 지금 당장 하고싶지 않은 일이더라도 조금 더 긍정적인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지난 대기업에서의 성장은 입사 초반인 1~2년에 업무 전반에 걸쳐 사용할 수 있는 일잘러로서의 업무 기본기(커뮤니케이션 방식, 일을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법 등)을 배운 뒤에는 정체되어 있었던 반면, 스타트업에서의 10개월은 그 어느 때보다 사고의 확장과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나 자신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익숙치 않ㅇ느 다양한 문제를 마주하고는 있지만)




취미가 없는 나날이지만, 스트레스 받지 않는 나날들이 오래 갈 수 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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