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학규가 정우성이라면?

심청전 연구 7.

by 오늘의 나

영화 <마담 뺑덕>을 이제서야 보았다. 2014년에 개봉해 관객수 47만 명을 동원한 임필성 감독의 영화이다. 당시에도 여러모로 궁금한 상업적인 구성을 갖춘 괴작으로 여겨졌었다.


처녀 덕이 그리고 학규. 욕망에 눈멀다.


오 이런 설정 봐라!

무엇보다 학규가 정우성이다.

게다가 벗는단다.


상업적으로는 게임 끝 아닌가?


너무나 절묘한 설정에 캐스팅이 완벽했다.

덕이는 이솜. 관련 기사에서 감독이 언급했듯이, 그녀의 연기는 천재의 그것에 가깝다고 평소에 생각하고 있었다. 정우성의 상업성과 이솜의 감성이 만난 영화라면, 시작부터 축복받아 마땅한 영화였다.


영화가 진행될수록 둘의 케미가 완벽했고 상상치도 못한 캐릭터들의 부도덕한 정사씬은 그래서 더 야하게 느껴졌다. 판소리 속 희화화의 대상들이 아주 젊고 잘생긴 데다 굉장히 심각했다.


대담한 설정


장윤미 각본, 임필성 각색이라고 되어 있다. (동명 소설은 이러한 기본 세팅을 바탕으로 백가흠이라는 작가가 따로 쓴 것으로 보인다 https://www.yna.co.kr/view/AKR20141010063000005) 일단 설정과 캐스팅이 씹어 먹는 이 영화는 개인적으로 결말도 괜찮았다.


하지만, 후반부 심청이의 재등장으로 인해 구조적 도식성이 드러나는 부분은 <설정>에서 시작된 영화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줬는데, 내 생각엔 엔딩을 두고 이러한 논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보인다.

- 심청이가 그렇게 재등장하지 않으면 이게 왜 마담 뺑덕이야? 그냥 치정이지.


심청이가 다시 등장할 당시엔 굉장한 설정이라고 여겨졌지만, 다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면 작위적이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스토리 진행상 덕이의 못된 행위를 마무리해야 하는 도덕적 부채감이 있었겠지만, 그걸 꼭 청이를 통해서 그렇게 마무리 지어야만 했을까?


2010년 개봉해 관객수 260만을 기록한 방자전의 경우에도, 엔딩은 놀랍지는 않았으나 큰 거부감이 없었는데, 이런 식이었다:


'몽룡이 춘향을 계곡에서 밀어버려 그녀가 기억을 잃고 어린아이 같은 상태가 되지만, 방자는 춘향을 데려와 평생 헌신하며 살아가게 된다'


왜 밀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 하지만, 방자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다는 점이 일관된 부분으로 느껴졌고 그 외의 설정은 캐릭터성으로 희화시켜 버린다. 메인이 되는 에로티시즘 콘셉트과 표현까지 단단했기에 관객으로서 소화에 부담이 없었다는 말이다.


다시 마담 뺑덕으로 돌아봐 보면, 헛된 남자에게 눈이 멀어버린 뺑덕의 결말을 잘 보여주지만 기타 부분에 있어서는 청이 등 더 걷어낼 수 있던 설정이 아쉽다. (오히려 청이 등의 주변부를 덕이와 학규의 감정상의 개연성 강화 도구로만 사용했다면 어땠을까? 둘의 밀도가 한층 상승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다 보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았던 영화이기에 100만이 안 되는 관객 수 동원은 정말 의외였다.


그런데 말입니다


2014년의 영화씬에서 어떤 영화들이 만들어졌는지 보면,

https://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412241427131110

미쳤다. ('변호인'등 무려 네 편의 천만 영화가 만들어졌었다)


2014년은 이러한 영화들과 겨뤄야 했던 미친 한 해였던 것이다. 지금의 영화판은 도대체 어떤 시도가 가능한 판인지 우울하기만 하다.


마담 뺑덕, 충분히 수고했어.


고전과의 강렬한 대비를 만들어 낸 그 엄청난 시도.


내가 인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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