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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차 Oct 26. 2021

미드나잇 인 파리스

분위기, 음악, 내용 뭐 하나 버릴 게 없는 영화

멀리 떨어져 사는 친구랑 종종 좋아하는 음악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공유한다.  음악 취향이 많이 비슷한 편이라 친구가 보내주는 곡들은 내가 이미 좋아하는 곡들이거나 아니면 처음 들어보지만 말 그대로 취향 저격이라 계속 듣게 되는 곡들이 많다.

얼마 전에는 이 친구가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스'의 사운드 트랙을 보내줬다. 나도 몇 년 전에 재미있게 본 영화였는데 사운드 트랙을 들으니 왠지 다시 영화 속 파리의 밤거리로 돌아가고 싶어졌다.


다시 영화를 보니 처음 영화를 봤을 때는 무심코 지나쳤던 장면이 아주 많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날 처음부터 끝까지 정주행을 하고 그다음 날도 또 그다음 날도 퇴근 후에 집에서 그냥 틀어놓고 왔다 갔다 하면서 봤기 때문에 이제는 장면 장면들이 매우 생생하다. 물론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흐려지겠지만.


영화 속에 나오는 예술가들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파리의 명소가 눈에 익은 것도 아니지만 이 영화는 확실히 '솜사탕 입에 문 체로 몸이 구름 위로 붕 뜨는 느낌을 느끼고 싶을 때 보는 영화' 다.

로또 당첨금을 위해 목숨을 걸고 게임을 하지 않아도 된다.   단지 지나간 황금기를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낭만적인 파리의 밤거리를 걷기만 하면 꿈같은 공간으로 갈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를 보고 쓸데없이 궁금했던 몇 가지들의 해답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면서 영화에 정이 더 들고 말았다.  일단 궁금증 먼저 풀어보자.


1. 일단 포스터-영화에는 고흐가 나오지 않는데 포스터에 고흐 그림을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결국 찾지 못했다. 대신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과 묘하게 섞어 만든 이 포스터 덕을 영화가 아주 많이 봤다는 사실. 가져온 포스터는 영문 포스터로  캐시 베이츠와 애드리안 브로디의 이름이 가장 위에 있다. 한글판 포스터의 이름들은 영문판과 순서가 다르다. 왜일까.


2. 아드리아는 실존 인물인가?

-아니다. 1920년대와 1890년대에 나오는 사람들 중 유일하게 가상인물이다.


3. 피카소의 그림이 노골적으로 야하고 강렬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나뿐인가? 거트루드 여사는 그렇다고 하던데?

-1909년 작  목욕하는 여자('bather') 두고 거트루드 스타인이 아드리아나의 절제되고 우아한 아름다움을 피카소가 성적으로만 노골적으로 표현했다며 딴지를 거는 장면이 있다. 난 아무리 봐도 말라비틀어진 새 한 마리의 길게 늘어진 그림자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4. 학적이라는 말, 나만 몰랐었나? 

-거트루드 스타인이 길 팬더에게 길의 소설에 대한 감상을 얘기해주는 장면이 있다.  현학적인 캐릭터인 서브 남주가 남주의 여친과 바람을 피우고 있는데 남주가 어찌 모를 수가 있냐고 헤밍웨이가 그러더라고 전해주는 장면이다. 영어로는 pedantic이라고 한다는데, '학식이 있음을 자랑하는' 이란 뜻이란다. 아.. 어디 가서 '현학적인 사람이군요'라는 말을 듣더라도 잘난 체하면서 써먹고 싶은 멋진 말이다.


5. 젤다의 충동적 자살 시도는 사실이었나?

- 기록은 없지만 수면제 과다복용의 이력이 있으며 오랜 기간 동안 정신 질환을 알았다고 한다. 한데 정작 스콧과의 결혼생활에서 바람을 피운건 젤다였다고 한다.


6. 양파 같은 이 영화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유명한 사람이 나올 때마다 주인공 길 팬더가 짓는 표정이다. 너무 웃기다. 내가 과거로 돌아가서 유재하를 만난다거나 혹은 한술 더 떠서 황진이나 세종대왕을 만난다면 저런 표정이 나올까 싶을 정도로 재미있다.


우디 앨런이 만든 영화 중 가장 흥행에 성공한 영화라고 한다. 가벼우니 어쩌니 해도 나는 이런 영화가 좋다. 감독 자신의 예술에 대한 판타지와 로망을 담은 것이겠지만 그러면 어떠하리. 한 시간 반 동안 영화 한 편 보고 이 정도로 말랑말랑 기분 좋아질 수 있다면 그게 바로 좋은 영화지.  근현대문학과 예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특히 고전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기분 좋게 볼 수 있는 영화다.  (헤밍웨이, 티에스 엘리엇, 피츠제럴드 부부와 마크 트웨인이 직접 나오거나 아니면 회자된다.) 나처럼 문학과 예술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지만 그냥 푹 빠질 수도 있으니 주의.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통해서 알게 된 콜 포터의 곡으로 이 기분 좋은 느낌을 쭉 이어가도록 하자.


https://youtu.be/7qf_QorYgDE

                                                            Let's do it - Cole Por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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