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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차 Oct 03. 2021

더 랍스터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2015/그리스,영국,프랑스,아일랜드,네덜란드

왓챠 내가 이 영화에 3.4 만큼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예상 평점이 3점이 넘은 영화는 대부분 무난하게 좋아했던 터라 들뜬 마음으로 보기 시작했다.  나는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 없이 무턱대고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리뷰를 조금이라도 보고 볼걸 하는 생각을 했다.  보고 나서 뭐랄까.. 독특하고 위트가 있긴 있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이 되어야 하는 운명을 정해주는 사회라니. 이런 식으로 자기들은 무지 진지하고 웃지 않는데 관객을  웃기는 스타일을 무척 좋아하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아쉽게도 (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조금 지나치다.  사회를 풍자하는 것도, 사랑이나 결혼에 대한 현실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것도 다 좋다. 그런데 역시나 조금 지나치다.


웨스 앤더슨 감독이랑 비교가 많이 된다고 하는데 사실 앤더슨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도 좋아할 가능성이 있다.  단지 조금 더 어둡고 조금 더 수위가 높으며 조금 더 무미건조한 영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독특하고 기발한 설정만큼은 참신하고 좋았다.  토리가 뭐 이러냐 하다가도, 잠깐, 사실 사랑이나 결혼이라는 게 결국은 따지고 보면 이렇지 않아? 하는 생각도 하게 되니 말이다.


코피가 자주 나는 공통점이 있으니 이 사람이 나의 짝이다 라고 믿고 커플이 되는 사람도, 시력이 나쁘다는 공통점으로 집착하기 시작해서 한 여인과 목숨을 거는 연애를 하는 남자도 전부 현실에 있다. 남자는 시력이 나쁘다고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아내에게 버림을 받는다. 그렇다면 그가 다음에 사랑에 빠져야 하는 여인은 그처럼 시력이 나쁜 여인일 수밖에 없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믿을 수밖에 없다. 솔로로 사는 것이 엄청난 죄가 되는 사회에 살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이런 편협한 사회에 신물이 나서 고개를 돌려 나를 이해해주는 다른 사회에 기웃거린다 해도 답답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곳에서는 사랑에 빠지는 것은  멍청한  인간들이나 하는 것이기에 오로지 혼자여야 한다.  결혼은커녕 키스만 해도 입이 도려내어지며 인간은 결국 혼자이니  결국 죽고 난 후에 몸을 누일 무덤도 각자 미리 파놓아야 하는 곳이다.


조금 지나치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그리 나쁘지 않았던 이유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연애와 사랑, 결혼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했기 때문일 것이다. 눈을 파내는 정도의 희생은 아니더라도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하기로 했다면 분명히 따르는 희생이 있다. 랑에 빠져 연애를 할 때에도 분명 억지스러운 집착이 있다. 오픈 엔딩으로 끝나서 데이비드가 여자에게 돌아갔을까 아니면 떠났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어느새 나라면 어땠을까를 생각하고 있다.


*영화에서 호텔 메이드로 나왔던 이쁜 처자가 감독의 부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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