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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차 Nov 02. 2021

킬미 달링(The Surprise)

마이크 반 디엠/2015/네덜란드, 독일, 아일랜드, 벨기에

아직 안 보신 분들께.

스포일러 없이 대략 소개하자면 이렇습니다. 줄거리는 많이 들으셨을 테니 제 주관적인 관전 포인트만 몇 개 나열하자면,

1. 영화 '오베라는 남자'를 재밌게 보신 분들은 좋아하실 듯합니다. 소재가 비슷해요.

2. 억지스러운 부분이 조금 있지만 코메디물이니 귀엽게 볼 수 있습니다.

3. 벨기에! 벨기에! -감독도 주인공들도 네덜란드 출신이지만  벨기에에서 많은 부분을 찍어서 벨기에를 좋아하시거나 그곳의 향수가 있으신 분들은 좋아하실 듯합니다.




왓차에 보고 싶다고 담아놓은 영화 중에 예상 평점이 높았다. 오. 유럽 영화구나 하며 보기 시작했다. 포일러 있으니 안 보신 분들은 여기서 멈추시길!

 해외 영화들 특히 유럽 영화들은 한국 개봉 포스터가 아쉬운 부분이 많다. 유럽 영화는 난해하거나 혹은 우리랑 웃음 포인트가 다를 거라는 편견이 있나? 그렇다 해도 이런 영화들 찾아보는 사람들은 어차피 유럽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 아닐까?


일단, 제목. 원제는 'The surprise'인데 한국에서는 '킬미 달링'으로 개봉되었다.

영화를 보면 원제가 왜 이런지 알게 되고 나 또한 이 제목이 딱 맞다고 생각했지만 한국 제목 세상에나 '그대여 나를 죽여주오'라. 그냥 '서프라이즈'라고 하면 안 되었을까? 허긴 '킬미 달링'이 더 자극적이고 호기심을 불러일으킬만한 제목이긴 하다. 목 자체가 스포일러가 되는 것 빼고는.

영화팬들 중 대부분이 스포일러에 매우 민감한 편인걸 감안하면 사실 조금 실망스러운 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감독이나 제작사도 딱히 스포일러에 신경 쓰는 것 같지는 않다. 포스터를 보시라. 여주인공이 떡하니 등 뒤로 총을 감추고 있다. (이게 말이 돼?)


둘째, 영화 소개 카피도 사실 크게 마음에 와닿는 것은 아니다.  '벼랑 끝에 선 순간 죽이는 여행이 시작되었다'는  표현은 주인공의 상황과 그리 맞는 은 아닌 듯.  '벼랑 끝에 선 순간'이라 하면 보통  힘들고 고단한 인생에서 가장 밑바닥에 서있는 듯 한 느낌이 드는데, 주인공 야콥은 사실 벼랑 끝에 서 있는 순간이라고 보기에는 돈도 많고 (어마어마하게 많다) 죽고자 하는 이유도  본인 스스로 오랫동안 생각한 것이라고 아주 여유 있고 자신 있게 밝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가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어둡고 무거운 소재를 유럽식 코미디로 우아하면서도 우스꽝스럽게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우아하게 보이는 데 큰 공을 세운 것들 중 하나는 영화 전반에 흐르는 모차르트, 비발디, 피아졸라 등의 름다운 음악이다.

유럽의 오래된 성과 평화롭게 그지없는 잘 정돈된 정원이 아름다운 음악들과 만났으니 이들이  영화의  빛나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했다고 볼 수 있다.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이 나왔으니,  총지배인 뮐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주인공 야콥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데도 야콥이 어이없이 직원들을 내보내고  허무하게 저택을 팔 때에도  아무 말 없이 묵묵히 지켜보기만 한다. 가끔  다시 돌아와 저택의 화초들을 조용히 돌보는 뮐러. 지혜롭지만 거만하지 않고, 충성스러우나  할 말은 하는 멋진 할아버지 뮐러. 아..... 영화 끝부분에 나오는 뮐러의 죽음에 먹먹하지 않은 사람이 있었을까?


어쨌든 영화는 다른 억지스러운 코메디물이 그렇듯 야콥이 처갓집 사업을 도와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다. 허긴, 한때 고객이었으니 그만큼 고객의 사정을 잘 이해하는 사람도 없겠지.


IMDb 사이트에 따르면 감독은 처음에는 이 영화를 미국 시장을 겨냥해서 제작하려고 했고 여주인공으로 스칼렛 조한슨이 관심이 있다고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독은 스칼렛 조한슨이 코미디극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겼고, 결국은 미국 영화가 아닌 네덜란드 영화로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또 다른 제작 일화. 독일 측 제작사에서 여주인공 조지나 벨바안(Georgina Verbaan)이 극 중 캐릭터를 맞기에 나이가 많아(1979년 생) 반대했다고 하나 감독이 밀어붙였다고. 아니 남자 주인공 에론 반 코낭스부르헤(Jeroen van Koningsbrugge)도 1973년 생이던데?  물론 극 중 캐릭터상 여주인공이 나이가 상대적으로 많이 어린것이 맞긴 하다. 오빠가 4명이 나오는데 사실 막내 여동생이 아니라  큰누나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주인공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독일 제작사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라고 한다고 해도  내가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이 염려했던 것처럼 늙고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 작은 얼굴에 마른 체형이라 오드리 헵번을 연상시킨다는 사람들도 있다고! 여하튼 나는 좋았고 특히 바닷가에서  춤추는 장면은 두 배우가 너무나 잘 어울려서 다른 배우가(특히 스칼렛 조한슨은 더더욱) 그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 것 같다


마지막! 엔딩크레딧 나왔다고 절대 바로 끄면 안 된다. 바닷가 댄스 교습 장면의 더 나오기 때문이다.  을씨년스럽게 흐릿한 날의 바닷가에서 춤을 추는 남녀.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야콥과 안나.  위드 코로나 시대가 왔으니  당장 탱고 학원을 알아봐 하나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트럭에 같이 치이고 싶었던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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