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_단절된 도시

현재 사회의 단절

by 로자

개인적인 사회, 삭막한 거리


100년 전만 하더라도 과거만 하더라도 사람들을 서로 도울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모내기를 할 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작업했어야 했고, 벼 타작을 할 때도 그랬어야 했다. 또한 음식을 지금처럼 오랫동안 보관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남는 음식들이 없게 함께 나눴어야 했다. 저절로 사람들은 이웃끼리 가까워지고, 한 마을은 하나의 공동체로써 서로서로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같은 직업을 공유하지 못하게 되었다. 어떤 사람들은 건축을, 어떤 사람들은 장사를, 어떤 사람은 의사를, 다들 다양한 직업들을 가지게 되며 더 이상 전과 같은 직업에 대한 공유, 공생은 보기 어려워졌다. 또한, 주로 화학 연료에 의한 전기와 기술의 발전으로 남는 음식들은 나누기보다 냉장고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런 사회적 흐름을 스탠퍼드대 교수이자 고고학자인 이언 모리스의 책 <가치관의 탄생>을 통해 보면 이 흐름이 현재 세상이 ‘화학 연료'의 시대라는 것을 알려 주는 특징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방면으로 사회는 발전되며 사람들은 이제 이웃들과도 소통을 거의 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 냈다. 전보다 연결은 줄어들었고, 미디어의 발전과 온라인 공간에서 익명성은 공동체보다 개인에 대해 관심을 더 많이 가지게 만들었다.



도시 또한 사람들의 관심사에 따라 개인적인 공간들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우리가 여가 시간을 보낼 때 가는 pc방부터 카페, 노래방, 심지어는 모텔까지, 이 모든 시설들은 돈을 내서 개인적인 공간을 대여하는 장소들이다. 또한, 우리나라 도시를 보면 도로의 중심에는 언제나 도로가 있다. 그것도 차 중심적 도로인데, 통계에 따르면 1960년대 10만 대 정도였던 우리나라 자동차 대수가 2014년에는 2000만 대를 돌파했다. 차는 대중교통을 제외한다면 모두 움직이는 개인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사회는 분명 코로나 전까지는 개인적인 것들을 추구하는 추세였다. 공원이나 도서관 같은 공적인 장소들보다는 개인적 장소들이 늘어나고 있었다. 사람들의 옛 추억들이 가득한 골목길들은 재개발로 인해 사라지던지, 차들에 의해 빽빽하게 주차되어 있는 주차공간들로 바뀌고, 마을과 도시가 삭막해지고 있다. 아파트 단지들의 수요가 증가하며, 아파트들의 높은 담장들이 외부인들을 아파트 단지 안에 못 들어오게 막고 아파트 안과 밖을 분리시킨다. 사람들에게 친근한 한옥의 담장들과 달리 아파트 담장들은 길을 걸으며 보이는 것들을 다양한 건물들이나 공원이 아닌, 오직 담 넝쿨에 덮인 높은 담장과 차도에 쌩쌩 달리는 차들뿐이게 만들었다. 길거리에서 겨우 볼 수 있는 상가들은 대부분 한 장소에 모여져 있고, 평상시 걷는 길은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죽은 거리가 되었다.



심심한 도시

한옥이 점점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때는 1910년 한일합방 조약 이후였다. 일본과 합병 뒤에는 일본식 건축물과 근대식 건물이 들어서면서 부산, 목포, 서울, 인천, 평양 등지에서는 한옥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였다. 해방 후에는 한국 전쟁 동안 서울 및 전국이 파괴되었고, 또 새마을 운동과 같은 한국인의 주거 형태에 대한 큰 변화를 거치며 재래식 가옥들이 신식 가옥들로(대부분 양옥) 대체되면서 한옥은 과거의 주거 형태로 남게 되었다. 인구 밀도가 높은 서울 같은 도시에서는 높은 건물들이 많이 세워지기 시작했고, 단독주택보다는 같은 면적의 땅에 몇십 배나 되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있는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왔다. 처음 사람들은 난생처음 보는 서양식 건축물들과 이리저리 바삐 움직이는 많은 인파들을 보며 도시를 동경했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에서 살아가는 것을 힘들어하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예전의 한옥과 마당문화, 골목길을 그리워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아파트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삶에는 외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 사람들이 한옥에서 살았을 때에는 마당이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지만, 아파트에서 살면서 더 이상 느낄 수 없다. 주위의 온갖 풍경들로 둘러 쌓여있는 한옥과 달리 아파트는 높은 담장들과 다른 아파트 건물에 의해 주위 풍경들이 보이지 않는다. 바람이 잘 통하고 다양한 외부 변화들을 느낄 수 있는 한옥과 달리 아파트 내부에서 자연을 느끼기 어렵다. 가뜩에 나 요즘 아파트들은 그나마 자연을 느낄 수 있었던 발코니를 거실 확장 공사로 없애버려, 사람들에게 아파트에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변화는 더 없어졌다. 많은 도시 사람들 집안에서 유일한 변화는 휴대폰에서 일어나고 있다. 어쩌면 현대 사람들이, 특히 어린아이들이 스마트폰의 다양한 자극들에 더 쉽게 중독되는 이유는 골목길이나, 마당 같은 외부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들이 더 이상 아이들 주변에 없어서가 아닐까?


우리는 배달의 민족?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예전에 시장과 광장은 물질적, 정신적인 면에서 한 공동체가 바로 서기 위한 꼭 필요한 장소였고,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모이면서 만들어지던 공간이었다. 하지만, 현재 도시는 시장과 광장을 중요한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이제 도시 대부분의 건물들은 직장인들이 다니는 회사들의 거대한 건물들 뿐이다.(예시. 테헤란로) 상가들과 시장에 있는 음식점들과 상점들은 점점 눈에 보이는데에서 사라지고 있는데, 유명 가게들과 상점들의 체인점들에 의해 경쟁력을 잃거나, 온라인 배달 서비스가 발달되고 바달 음식들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음식점들은 더 이상 값비싼 월세나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상가에 자리 잡을 필요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짜장면집만 하더라도 배달만 하는 가게이다.) 광장에서 일어났던 소통은 이제 온라인 공간에서 대부분 일어난다. 전화나 문자를 통해 도시는 소통한다. 거리에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나 소통할 수 있는 것은 너무나 편리하기 때문에, 효율과 편리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재 사람들에게 휴대폰은 사람들과의 새로운 연결 수단이 되어주었다. 그러면 이제는 오프라인 세상에 더 이상 시장과 광장이 필요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도시에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현대 건축의 거장인 안도 다다오는 사회의 정보화가 진행되는 지금, 사람들 사이의 결속이 급속히 약해지고 있고, 사회 전체는 뭐라 형용하기 힘든 불안감에 싸여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며. 지금이야말로 사람들이 모여 대화하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광장이 필요한 때라고 말한다. 또한, 유현준 건축가는 이 사회에 개인적인 공간들이 너무나 많고 사람들의 개인주의적 편안함이 사회의 소통을 막고 있다고 했다. 현재 사람들은 숨 막히는 도시에서 레트로를(옛것) 찾거나 골목길과 한옥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가지고 있고, 그리워하고 있다.


공감/단절


앞에 설명한 시장, 광장, 마당, 골목길, 이런 공간들은 모두 사람들을 연결시켜주는 공간들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간들에서 연결과 온라인 공간에서의 연결은 어떠한 차이가 있기에 수많은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사회적 고립감을 느끼는 것이고,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일까? 내가 생각할 때는 사람들은 온라인 세상에서 살아가기보다 오프라인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더 적합하고,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것 같다. 사람에게는 오감이 있다. 시각, 후각, 촉각, 미각, 청각은 사람들이 이 세상과 상호작용하기 위해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초적인 통로들이다. 사람들은 시각을 통해 아름다운 색깔들을 보고, 후각을 통해 싱그러운 풀내음을 맡는다. 촉각으로 주변의 질감을 느끼고, 미각을 통해 먹는 즐거움을 느낀다. 또한, 청각은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들을 듣게 해 준다. 사람들은 오감을 통해 공통적으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감한다. (오감은 공감을 하게 만들었고, 공감은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였다. 공감대는 공동체를 형성한다.) 예전에 사람들은 오프라인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 서로에게 시선을 두고, 귀를 기울었으며, 함께 일을 하며 수다를 떨거나,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함께 특정한 순간들을 공유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오감을 통해 함께 공감하며 소통했었다. 그에 비해,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직사각형 모니터를 바라보고, 헤드폰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뿐이다.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은 함께 무언가를 먹거나, 어딘가를 산책하며 이야기할 수 없다. 온라인 공간에서는 오감이 제한되기 때문에, 저절로 서로에게 무언가를 공유하기도, 공감하기도 어려워진다. 단지 정보들이 다시금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코로나가 초래한 단절이 회복된 것은 아니다. 현재 학교 수업이나, 예술 전시 같은 것들이 온라인으로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학교에서 친구들과 쌓던 우정이나 실제로 미술관에 방문하여 예술 작품들을 보는 것과는 분명 차이가 난다. 부디, 어서 코로나가 끝나 사람들이 다시금 오프라인 공간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없이, 예전과 같은 소통을 회복할 수 있으면 좋겠다.




도시에 대한 관점.출처:유현준. 2018.05.30. <어디서 살 것인가>. 을유문화사

작가의 이전글과거_사람들의 연결고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