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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했다면 ‘원래’는 없어요.

결혼생활이 힘든 이유 - 천지개벽급의 변화이므로

‘난 원래 이래.‘

‘우리집은 원래 이래.’


기혼이신 분들은 눈치채셨지요?

‘원래’라는 말이 얼마나 해결하기 어려운 단어인지,

또 얼마나 저 말 때문에 부부싸움을 하는지를요.


심지어 이혼소송 중 주고받게 되는 서면에서도

‘우리집은 원래 이런데, 상대방이 바꾸려고 한다.’라는 주장을 자주 볼 수 있어요.


그러면 이쯤에서 한번 생각해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결혼 후엔 ‘원래’라는 말이

왜 이렇게 다툼을 유발하는 단어가 되었을까요.




저도 부부싸움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앞으로도 하겠지요.


(이혼변호사의 남편이 부부싸움을 대하는 마음가짐같은 글도 번외로 올려볼게요.)


시간이 흘러 많이 잦아들었지만,

신혼 때 심각하게 싸웠던 부부싸움을 돌이켜보면

‘원래’가 시발점이었어요.


일하면서 본 사건들은 어떻구요.

결혼 4년이 되기 전에 하는

신혼이혼을 많이 접했는데,

그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원래’들이 많아요.


“나 원래 아침밥 먹어.”

“아침밥은 원래 여자가 해주는 거야.”

“우리 부모님 생신인데, 시부모님 생신상은 원래 며느리가 차리는 거야.”

“명절엔 원래 남자쪽 집을 먼저 가는 거야.”

“난 원래 설거지, 청소, 빨래 안 해.”

“우리집은 명절, 생일 말고도 정월대보름, 초복, 중복, 말복에도 함께 식사해.”

“우리 엄마 임플란트 하느라 고생하시는데, 며느리가 전화 드리고 용돈 드리면 좋아하실 거야. 원래 이렇게 점수 따는 거야.”

“결혼은 원래 남자쪽 집에 여자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는 거야. 시아버지가 회장님, 시어머니가 사장님, 난 과장이고 넌 신입사원.”

“신입사원으로 들어오면 원래 3년은 본인 하고 싶은 말 못하는 거야.”

“원래 남자가 집 해와야 하는데, 당신만 못한 거야.”

“남자 연봉이 원래 여자보다 높은 거야.”

“음식물쓰레기는 원래 남자가 버리는 거야.”


많이 싸울만…하지요?




‘원래’ 단어의 뜻은

‘처음부터 또는 근본부터’에요.


결혼을 했다면,

이제 그 ‘처음’과 ‘근본’을

두 사람에 함께 만들어나가야 해요.


그야말로 천지개벽급의 변화이지요.


부모님들이 만들어놓으신 것들은

부모님들의 ‘원래’이고,


우리 부부의 ’원래‘는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해요.


그래서 결혼을 했다면

내가 알고있던, 익숙했던 ‘원래’는 없애야 하고,

우리의 ‘원래’를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필요해요.


연애할 때부터, 결혼준비를 할 때부터

자연스럽게 우리만의 ‘원래‘를 쌓아나간다면

안정적인 결혼생활로 연착륙할 수 있을 거에요.




이혼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고

오히려 사랑을 예찬하게 된

이혼변호사 신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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