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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양해를 구합니다.

이혼변호사가 사랑타령을 하는 건에 관하여

본격적으로 글들을 보여드리기 전에,

먼저 양해를 구하고 싶어요.


‘이혼’변호사가 사랑예찬을 한다는 것이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에요.


제가 사랑타령을 하게 된 이유를 한번

들어봐주세요.




이혼변호사가 글을 쓴다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어요.


가장 충격적이었던 유책사유,

가장 빨리 이혼에 이르게 된 사건,

간통죄 폐지 전에 이혼과 간통사건을 동시에 진행했을 때 보고 들었던 일들,

이혼소송 중 당사자들이 특히 힘들어하던 것,

이혼할 때 손해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위자료와 재산분할에 대한 사건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불륜이 어떻게 들키고, 어떤 증거들을 보았고,

불륜하는 사람들이 특징이 있는지,

불륜이 의심되면 뭐부터 증거로 잡아야 하는지…


저도 물론

이혼사건을 진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이 많지만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지양하려고 해요.


그렇기에 이혼변호사가 글을 쓴다니,

도파민 터지는 이야기들을 예상하셨다면

죄송해요. 이곳은 아닐 거에요.





이혼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고 나서

사랑타령을 하게 된 이유를

생각해 보았어요.


이혼변호사 초기에는

‘결혼은 내가 갈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 진짜 많이 했거든요.


그러다 갑작스럽게 결혼을 하고,

부부싸움을 해보고, 아이들도 낳아보고

그렇게 살다보니 이혼에 대해 깊고 다면적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결혼도 이혼도 참으로 복잡하고 종합적인 일이더라고요.


결혼과 이혼의 특이점이

다른 결혼과 이혼을 자세히 볼 수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결혼, 내 이혼만 알고

다른 사람들의 결혼과 이혼은

보여지는 모습만 보게 되는데,


여러 이혼을 가까이에서 오래 본 사람으로서

조금 아쉬웠던 점, 안타까웠던 점을

한번쯤은 이야기해보고 싶었어요.


만약 이 이야기가

결혼생활이 힘든 누군가에게 한줌의 위로가 된다면,다시 한번 용기낼 수 있는 동력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다 생각했던 거에요.





그런데 왜 ‘사랑’이냐구요.


여러 이혼사건을 진행하며

아쉬웠던 점, 안타까웠던 점을 곰곰 생각해보니

결국은 ‘사랑‘이었어요.


우리는 ‘사랑’을 안다고 생각하는데,

생각보다 사랑은 매우 다양한 형태이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사랑은 나만 할 수 있으면서,

상대방이 원하는 사랑은 또 별도로 있는 것이더라고요.


그러면서 전에는 알지 못했던 사랑의 다채로운 모습을 직면하게 되었어요.


이혼을 하려면, 결혼을 해야 해요.

결혼을 하려면, 사랑을 해야 해요.


혈연이 아닌,

사랑으로 맺어진 가족이 바로 부부이니,

결혼할 때 사랑을 생각했던 것처럼

이혼할 때에도 그 사랑을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이 부분이 이혼의 가장 힘들고 아픈 점이지요.


사랑했던 사람과 맺었던 가족이라는 인연을

이혼으로 끊어야 하는 것이니까요.


결국엔 결혼도 이혼도

‘사랑’없이는 설명이 되지 않았기에

사랑타령, 사랑예찬을 하게 된 것 같아요.


자극적인 이혼이야기들은 이미 넘치도록 많고,

이혼해도 괜찮다는 이야기 또한 많아요.


(물론 이혼해도 괜찮습니다.

이혼변호사인 저에겐 너무나 당연한 명제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혼의 전제조건인 결혼에서

‘사랑’이란 결코 빠질 수 없는 조건이니,

그 사랑을 이야기할게요.






이왕 결혼했다면,

최선을 다해 다양한 형태의 노력으로 사랑을 해보는 것,

분명히 의미 있을 거에요.


그러니,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이혼변호사가 사랑타령을 좀 해보겠습니다.



이혼을 가까이에서 오래 보고

오히려 사랑을 예찬하게 된

이혼변호사 신영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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