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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천재,결혼바보

이혼을 잘 알아도, 결혼은 모를 수도.

by 사랑예찬

‘이혼소송을 몇 건을 했는데,

결혼도 잘 알고, 결혼생활도 잘 하겠지?

얼마나 잘 하겠어.‘


결혼할 사람을 만났을 때,

저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 모두

그렇게 생각했어요.


미혼일 때, 많은 이혼사건을 하면서

결혼생활의 바닥을 보았으니,

결혼생활을 잘 할 거라

막연히 생각했지요.


그런데 그 생각은

완전히 틀렸어요.

틀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도

쉽지 않았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어려웠어요.




이혼을 많이 접하면서

스멀스멀

‘결혼을 안 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었었어요.


아무래도 간통죄 폐지 전부터 일을 했기에,

각종 간통사건과,

그에 부수한 형사사건들,

예를 들면 주거침입이나 명예훼손,

비밀침해 등의 사건들을 보면서

업무 역량은 늘었으나,

결혼에 대한 생각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던 거지요.


생각보다, 예상보다

너무 많은 이혼사건들이 있었고,

이혼사건마다 각각 사연이 있었고,

그 사연들을 읽고 있노라면

뒷목이 뻐근해지면서

‘아, 미혼이라 다행인가?’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그러다,

결혼할 사람을 만났어요.

결혼을 결심하고 진행하니,

이혼을 잘 아는 만큼,

결혼도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현실은 전혀 아니었어요.

저도 어려웠어요.

꽤 많이요.


그래서 이번 글 제목을

<이혼 천재, 결혼 바보>로 짓게 되었어요.


결혼을 준비하면서,

신혼여행 기간에,

일상을 복귀한 후에,

각종 명절, 생일, 김장, 휴가 등

다양한 갈등을 겪었고,

그 때 ‘이혼천재’의 타이틀은

소용 없었어요.


이유가 뭐였을까요.




돌이켜 생각해보니,

전쟁하는 법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데,

평화롭게 협상, 타협하며 지내는 법은

몰랐던 것 같아요.


작은 갈등의 씨앗이 보이면,

이미 총과 칼이 난무하는 전쟁을 알고 있으니,

더 무서웠고, 방어기제는 더 심했어요.


갈등은 곧 이혼이라는 생각도

적지 않았어요.


‘부부는 혈연도 아니고,

이혼하면 남인 사이‘라는 것

'부부는 무촌'이라는 것

문자로만 알고

실생활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어요.


서로 맞춰가고,

참아주고,

갈등을 구분하고,

선택과 집중을 하면서

부부의 생활을 정립해나가는 것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신기해요.


회사나 동호회 등

새로운 집단과 관계를 형성해 나갈 때,

당연히 이런저런 일들이 일어나고

그런 일들이 일어난다고

바로 퇴사하거나, 탈퇴하진 않잖아요.


타협해보고, 협상해보고,

맞춰보고, 양보도 하고,

그러면서 일원이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결혼은 왜 달랐을까요.


어쩌면 이혼을 너무 많이 봐와서

이미 잔뜩 겁을 먹고

결혼생활을 시작했던 게 아니었나

생각해봐요.




이런 마음이 저만 그런 것은 아닐 수도 있어요.


미디어에 범람하는 이혼예능을 보고 있노라면,

미혼은 그 나름대로,

기혼도 그 나름대로,

모두 겁을 먹고 있을 수도 있어요.


이런 부분을 깨닫고 나서,

저희 부부가 했던 것은

결혼 ‘공부’였어요.


학교를 졸업한 지가 오래 되었음에도

‘공부’를 했던,

결혼바보의 이야기는

다음 주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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