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반인의 테슬라 Nov 22. 2022

전기차의 필수품 충전기,
언제 어떤 걸 사용해야 할까?

※ ‘몽’이 쓴 글입니다.


기름차(투싼 18년식, 휘발유)를 약 3년 간 끌었던 나는 매번 주유소를 가는 게 사실 귀찮았다. 싼 주유소를 찾는 것부터 귀찮았고, 저렴한 곳을 가면 항상 차가 많아 10분 넘게 기다리곤 했다. 때문에 테슬라 인도를 기다리면서 충전에 대한 귀찮음은 어떻게 해결이 될까 기대 반, 걱정 반이었다. 생각보다 나는 차를 운전하고, 관리하는 것을 귀찮아한다.


5월 30일,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가족의 테슬라 모델Y 딥블루가 광명 이케아로 배송이 되었다. 1년 4개월을 기다린 보람이 있는 차였다. 색깔은 아름다웠으며, 차의 마감은 가품인 듯(!) 너무나 멀쩡하였다. (다만 집에 오는 동안 조향이 이상하여 바로 센터에 들어가 휠 얼라이먼트 점검을 받았다. 역시나 진품!) 듣던 것보다 차는 부드러웠으며, 내 의지대로 차가 반응을 해줘 재미가 있었다.


차를 받기 전 먼저 충전 인프라를 확인해보았다. 현재 직장을 쉬고 있어, 나의 주 충전 베이스는 집이었다. 살펴보니 현재 우리 아파트는 ‘에버온’ 의 완속 충전기(AC5핀)를 무려 18대나 보유하고 있었다. 운이 좋게도 인도받기 한 달 전에 9대를 추가 증설한 상태였다. 주차를 하며 간간히 충전차를 살펴보았을 때, 내가 주로 주차하는 구역에서 보이는 전기차는 아이오닉5, 폴스타, 익스플로러phev, 테슬라 모델Y, 테슬라 모델3 총 5대 정도였어서 충전에 있어서는 기다림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에버온 충전기


그리고 바로 앞 롯데백화점에 V3슈퍼차저가 있고, 10분 거리에 롯데아웃렛도 있어 정말 급할 때 응급처치도 가능해 더더욱 충전에 걱정이 없었다.


전기차 구입을 앞두고 있다면 이렇게 내 생활 반경에 충전 인프라가 얼마나 잘 구축되어 있는가를 먼저 점검해보길 권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번 충전할 때마다, 또는 아주 급할 때 마땅한 충전기가 없어 애를 먹게 될 것이고 전기차의 이점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이번 글을 쓰게 된 것은 와이프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함이다. 첫 테슬라 충전을 할 때, 와이프가 충전기가 왜 통일되지 않고 조금씩 다른지, 충전 속도도 왜 다른지 물어보았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분들도 궁금증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느린 충전, 빠른 충전


크게 충전 타입은 완속과 급속 두 개로 나뉜다. 쉽게 말해 느린 충전, 빠른 충전이다.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을 땐 빠르냐 느리냐를 고려하지 않겠지만, 전기차의 경우 중요한 선택 기준 중 하나다. 관련해서 좀 더 분류를 해본다면,   

     완속: 느림, 저렴, 인프라 많음, 작은 충전기   

     급속: 빠름, 비쌈, 인프라 적음, 큰 충전기   

이렇게 볼 수 있다. 


여기서 약간의 궁금증이 든다. 왜 느린 충전과 빠른 충전이 존재할까. 전기는 왜 이렇게 나뉘어 있을까. 이건 단순히 전기를 저장한다는 개념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전기의 종류는 두 가지로 나뉜다. AC(교류, Alternating Current)와 DC(직류, Direct Current)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돼지코를 꽂아 전기를 사용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두 가지 종류의 전기를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충전은 어떤 과정을 거쳐 되는 걸까. 


보통 발전소에서 가정으로 보내는 전기는 교류 방식으로 보낸다. 전력 손실이 적고, 승압과 감압이 쉽기 때문이다(복잡하니 여기까지). 따라서 돼지코까지는 AC가 온다. 그런데 우리가 쓰는 전자제품, 예를 들어 핸드폰, 노트북, 전기차 등은 직류 즉 DC를 이용하여 충전하고 작동하게 된다. 다른 종류의 전기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사용을 위해서는 중간에 변환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Converter(컨버터)가 필요하다. ‘전류변환장치’라고 보면 편하다. 


다시 충전으로 돌아오면, 우리의 테슬라를 충전하기 위해서는 DC가 필요하다. 즉 배터리에는 DC를 부어줘야 하는 것이다. 이제 충전기를 보자. 


현재 대부분의 완속 충전기는 AC5핀이다. (AC7핀 완속은 거의 없으니 언급하지 않겠다. ) 집이나 직장에 충전기가 있다면 상당수가 완속 충전기일 것이다. 크기도 작고, 대부분 쉽게 벽에 부착하여 설치가 가능하다. 테슬라의 완속 충전기인 데스티네이션 차저, 홈차저 또한 작고 귀엽다. 


급속 충전기의 경우는 DC콤보가 대부분이고, 간혹 DC차데모 충전기가 보인다. 차데모의 경우 과거 일본 전기차들이 채택한 방식으로 현재는 한국에서 더 이상 늘어나고 있지 않다. DC콤보만 고려해도 된다.


고속도로 휴게소, 쇼핑몰, 관공서 등에서 어마 무시한 크기의 충전기가 우뚝 서있다면 급속충전기일 것이다.


급속충전기


테슬라의 급속충전기인 슈퍼차저는 이와는 다르게 세련되고 멋지게 설치되어 있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

앞서 두 가지 종류의 충전기를 설명할 때 크기를 언급하였는데, 이게 완속과 급속 충전의 가장 눈에 띄는 차이이다. 전류의 변환이 컨버터를 통하여 이루어지는데, 완속의 경우는 그걸 차량 안에 탑재되어있는 전류변환장치(OBC, On Board Charger)를 이용하여 천천히 AC/DC 변환을 하여 배터리로 부어주는 것이고, 급속의 경우는 충전기에 설치된 큰 컨버터를 통하여 변환된 DC를 차량 배터리 안으로 바로 부어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급속 충전기의 경우는 크고 독립적으로 서있고, 기존 전기만 연결해주면 되는 완속충전기는 상대적으로 작고 설치 공간을 덜 차지하는 것이다. 


테슬라 유저이기에 테슬라의 슈퍼차저와 데스티네이션 차저만 비교해도 차이가 확실하다. 


슈퍼차저에서 충전 중인 차량. 가장 왼쪽, 벽에 달려있는 하얗고 조그만 충전기가 데스티네이션 차저다.


차에 꼽는 어댑터의 종류


충전 방식에 대하여 잠깐(?) 살펴보았고, 이제 충전 어댑터에 대하여 한번 살펴보려고 한다. 


테슬라 전용 충전인 데차/슈차의 경우는 바로 코드를 꽂으면 된다. 심지어 '충전 포트 열림'이라는 귀찮은 행위를 하지 않고, 충전건의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자동으로 포트가 열린다. 


하지만 데차/슈차보단 사제 완속/급속 충전기를 많이 쓰니 어댑터가 필수이다. 어댑터는 말 그대로 충전기의 코 부분만 변환해 주는 기기이다. 


테슬라를 구매하면, 기본적으로 AC5핀 완속 어댑터(J1772, 그냥 [제이 일칠칠이]라고 읽으면 된다)와 220V 콘센트/모바일 커넥터를 준다. 일반적인 완속 충전 유저라면 J1772를 거의 대부분 사용하게 될 것이고, 집에 완속이 없는 경우 진짜 집밥(220V가정용 돼지코)을 이용하여 충전선을 창문 밖으로 길게 늘어뜨리는, 일명 ‘라푼젤’을 해야 할 것이다. (실제로 안나이가 가끔 라푼젤을 한다.)


안나이의 모델Y가 라푼젤처럼 늘어뜨린 충전기를 통해 집밥을 먹고 있다.


급속 충전을 위한 어댑터는 현재 테슬라 샵을 통하여 구매를 해야 한다. DC콤보(CCS콤보 1 어댑터)와 차데모(CHAdeMO) 어댑터이다. 대부분의 급속충전기는 DC콤보를 사용할 수 있으니, 장거리를 많이 가는 사람들은 꼭 구매할 필요가 있다. 차데모의 경우는 골동품으로 전락하여 구매를 추천하지 않으나, 자신의 장거리 이동 동선에 차데모 충전기밖에 없다면 중고로 하나 구매하여 두는 것은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기름과 달리 전기의 경우 아직은 충전하는 어댑터를 많이 가지고 있으면 든든하긴 하다.


왼쪽부터 차데모 충전기, DC콤보, J1772 어댑터. 차데모는 크기부터 구형이다.


필자의 경우는 앞서 언급하였듯, 장거리가 드물고 집에 완속충전기가 넉넉하여 J1772만 사용하고 있고, DC콤보의 경우는 구매는 했지만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장거리의 경우 주변 슈퍼차저를 이용하여 급속 충전을 해결하고 있는데, 사실 장거리면 거의 관광지여서 슈퍼차저만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각양각색의 충전기와 포트들 속에서 테슬라의 충전기 포트는 왜 모양이 같으며 상대적으로 작을까? 

유럽/미국/중국/일본 등의 전기 규격이 실제로 다 다르기에 실제 이유는 매우 복잡하지만, 여기서는 테슬라가 추구하는 목표를 기반으로 최대한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한다.




테슬라는 했고 다른 회사는 못했던 것


기술적 측면으로는 테슬라의 경우 애초 개발할 때부터 내부 회로에서 AC/DC를 인식하여 스위칭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초창기 테슬라가 나올 때는 전기차 태동기여서 규격이나 규칙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때문에 포트를 통일하여 어떤 전류가 들어오든 구분하여 충전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하였고, 그로 인하여 AC/DC 충전 포트를 동일하게 만들게 된 것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는 게 일론의 방식이니 다른 포트들과 비교를 해보면 어떤 의미인지 수긍이 갈 것이다. 일론은 심지어 포트를 타 업체에 공유하겠다는 의견도 냈었지만, 타 회사들은 받아들이지 않고 각자의 길을 택하였다.


그 후, AC로는 충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일본 회사들이 DC를 위한 차데모를 내고, 유럽에서 CCS2, 북미에서는 CC1을 급속 충전 포트로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하면서, 더욱더 테슬라와의 충전 포트 모양이 달라져 왔다.


리프 1세대 충전 포트
다양한 충전 포트들


위의 포트 그림을 자세히 보면, CCS1/2의 경우 2개의 핀이 급속을 위해 추가된 것을 알 수 있는데, 애초에 개발자가 다르고, 개발의 방향이 달라 덕지덕지 붙어있는 느낌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차데모는 정말 양심 없다. 


전기차는 기름차와 달리 매우 예민한 기계여서 충전에도 방대한 이론과 복잡한 계산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후려치고 후려쳐서, 쉽고 기초적인 내용들 위주로 적어보았다. 와이프는 이 글보다는 좀 더 복잡한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다 듣고 나에게 한 말은 결국 이것이었다.


“테슬라가 젤 세련됐네?”
작가의 이전글 다섯 색깔 모델Y 다 모았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