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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담다 Feb 28. 2022

대표님의 뒷통수

이 브런치는 반드시 비밀에 부쳐져야 한다

으악 월요일이다.


월요병을 핑계삼아 별 짓을 다했다.


안희연 시집을 읽었다가, 마음에 드는 시를 필사했다가, 뽀꾸들(내가 사무실에서 키우는 인디언복어 세마리) 밥주겠다며 냉짱(냉동장구벌레) 한 칸을 녹여서 한가닥씩 잡아 뽀꾸들 먹기 좋으라고 어항 속에 넣어 흔들어줬다가(흔히들 냉짱쇼라고 한다. 그래도 명색이 벌레라서 무섭긴한데 내새꾸들 먹이려면 이쯤은 견딜 수 있다), 화분에 물도 줬다가, 칭구가 쓴 블로그 글도 읽었다가. 근데 겨우 11시라 점심시간까지는 1시간이나 남았다. 짱.


월요일이니까 이럴수 있지모-라고 말하지만, 사실 딴짓할 땐 늘 방문을 닫는다. 방문을 열어두고 딴짓하는 날도 가끔 있다. 딴짓하는 시간을 스스로 제어하고 싶거나(희망사항에 불과하다) 대표님이 퇴근하시는지 알고 싶을 때다. 문을 열어놓고서 의자 높이만 낮춰서 사각형의 모니터 안에 몸을 쏙 숨긴 채로 있으면 내 정수리만 보여서 아무도 내가 뭔짓을 하는지 모른다 헬렐레. 내 작은 덩치가 이럴땐 참 요긴하단 말이야.


방금 대표님이 백팩을 메고 사무실을 나가셨다. 백팩은 회의 등 업무상 출장을 가시는 날에 등장하니 오후엔 돌아오실 수도 있겠다. 그럼 이 오전을 놀려야 할 명분이 하나 더 생긴 셈이다 후후. 그래서 브런치에 총총총 놀러와서 혼잣말까지 쫑알쫑알.


근데 사실 어제 출근해서 일했다. 월요병을 없애는 방법은 일요일에 출근하는 거래서. 나 진짜 바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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