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몽 Mar 09. 2023

꿈을 파는 백화점이 있다?

'달라구트 꿈 백화점'

개발자가 되고 나서부터는 소설책을 읽은 기억이 거의 없다. 사실 다른 종류의 책이라고 많은 기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예전에 책을 많이(?) 읽었을 적에 소설을 좋아했었는데, 그때 소설책을 고르던 나의 기준으로 한 권을 골라봤다.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커버와 제목의 느낌. 합격이었다.

무엇보다도 '꿈 백화점'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책은 달러구트라는 꿈 제작자가 운영하는 꿈을 파는 백화점에서, 주인공이 취직한 후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중 나에게 인상 깊었던 몇몇 문장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잠들어 있는 동안에는 과거에 대한 미련도 없고, 미래에 대한 불안도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주인공이 면접을 준비하면서 읽은 책의 내용 중, 시간의 신의 세 제자 중에 한 제자의 대사이다.

'잠은 죽어서 자자'라는 신조를 가지고 있는 내게, 잠이 가진 당연하지만 큰 힘을 깨닫게 해주었다. 


"좋아한다는 걸 깨닫는 순간부터 사랑이 시작되는 거란다. 그 끝이 짝사랑이든, 두 사람의 사랑이든, ..."

꿈에 신경 쓰이는 사람이 매번 등장하는 손님에 대해 주인공들이 나눈 대사 중 하나이다.

쉽게 정의할 수 없는 '사랑'과 그 시작을, 현실적이지만 동시에 낭만적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기억에 남았다.


"사람은 최종 목적지만 보고 달리는 자율 주행 자동차 따위가 아니잖아요. 직접 시동을 걸고 엑셀을 밟고 가끔 브레이크를 걸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 제 맛이죠."

'예지몽' 상품을 추천받은 한 손님이 거절하면서 뱉은 대사이다.

나 또한 내 삶의 결과보다는 과정을, 속도보다는 방향을 조금 더 중요시 여긴다. 언제 올지 모르는 삶의 마지막 순간을 떠올려본다면, '이런 식으로 죽어서 아쉽다'가 아니라 '이런 식으로 못 살아서 아쉽다'라는 생각이 더 들 것 같기 때문이다. 


"과거의 어렵고 힘든 일 뒤에는, 그걸 이겨냈던 자신의 모습도 함께 존재한다는 사실."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꿈'에 대해 주인공들이 나눈 대사 중 하나이다.

과거에 어렵고 힘들었던 일에 대한 두려움에 다시 한번 사로잡힌다면, 지금까지 내 자신이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는지 생각해봐야겠다.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는 땅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하늘을 나는 독수리는 바다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정도와 형태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생명은 제한된 자유를 누립니다. ... 여러분을 가둬두는 것이 공간이든, 시간이든, 저와 같은 신체적 결함이든, 부디 그것에 집중하지 마십시오. 다만 사는 동안 여러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는 데만 집중하십시오."

연중 최고의 꿈인 '절벽 위에서 독수리가 되어 날아가는 꿈'을 제작한  그랑프리 수상자의 수상소감이다.

어떤 생명체도 완전한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태어남과 동시에 얻는 자유지만, 그 자유는 정도와 형태를 바꿔가며 그 생명체를 가두기도 혹은 놓아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기 자신만의 자유를 찾고, 그 속에서 바다를 누비는 범고래처럼, 하늘을 나는 독수리처럼 살아가야 되는 것 같다.


'재능 없는 사람이 꿈만 크게 가지면 나처럼 되는 건가? 어디부터가 욕심이고 열정인지 누가 가르쳐주기나 했으면...'

살면서 가수가 되고 싶은 꿈 외에 다른 꿈을 가져본 적이 없는 한 남자의 속마음이다.

와닿을 수밖에 없는 문장이 아닌가 싶다. 

시간은 아무렇지 않게도 잘 흘러가는데, 왜 나의 시간은 어떻게라도 잘 흘러가야만 되는 것 같은지. 하지만 재능인지 욕심인지 알아내기라도 하려면, 열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다고 믿는단다. 첫째, 아무래도 삶에 만족할 수 없을 때는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 두 번째 방법 ... 자신의 삶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만족하는 것."

'타인의 삶'이라는 꿈에 대해 주인공들이 나눈 대사 중 하나이다.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은 노력하여 삶의 만족감을 높이고, 그 만족감을 타인의 것과 비교할 수 있는 상대적인 것으로가 아닌, 자신의 절대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떠나는 자신은 안중에도 없단다. 그저 남은 사람들이 괜찮기를 바라지.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가는 건 그런 것인가 보더구나."

'죽은 자가 나오는 꿈'에 대해 주인공들이 나눈 대사 중 하나이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떠나는 사람의 마음이다. 죽음 앞에서 마저 다른 사람의 앞날을 걱정하는 것은, '죽어서도 사랑하겠다'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게 아닌가 싶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잠자는 동안의 정신 현상을 의미하는 '꿈'을 팔지만, 사실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을 의미하는 '꿈'에 대해 개개인이 가져야 할 건강한 자세를 알려주고자 하는 것 같았다. 


후속작도 있다고 하는데,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호텔식과 맞춤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