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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Mar 28. 2023

현실적인 판타지

금일의 가유 후기


아이치이에서 이제 막 종영한 드라마, < 금일의 가유 >는 오강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공교롭게도, 내가 바로 전 시청한 드라마, < 부도연 > 또한 같은 감독 작품인데, 주연인 왕허디를 비롯하여 꽤 많은 캐스팅이 겹쳐 시청하는데 꽤나 흥미로웠다. < 부도연 >에서 내관으로 등장한 배우가 이번에는 대기업 회장이라던지, 악역을 맡았던 캐릭터가 철저하게 망가진다던지 하는 점이, 어떻게 같은 배우를 두고 이렇게 다른 이미지를 상상할 수 있었나 내심 궁금하기도 했다.


한 가지 확실해 졌다고 할 수 있는 점은, 오강 감독이 코미디에 특화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궁중 암투 장르였던 < 부도연 > 또한 정치적인 내용 보다 초탁과 보음루의 개그 케미가 부곽되어 읭? 스러웠는데, 그러한 연출 방식이 대놓고 코미디, 대놓고 시트콤인 < 금일의 가유 > 에서는 빛을 발했다. 문화가 다르면 공감하기 쉽지 않기 마련인데도 불구하고, 시청하는 종종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비록, < 부도연 >에서 그랬던 것처럼, < 금일의 가유 > 에서 또한, 주연 배우 간의 로맨스가 뚝뚝 끊긴 편집으로 감정선을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는 점이 흠이었지만, 그래도 코미디라는 목적을 생각하면, 전반적으로 괜찮은 작품이었던 것 같다.


물론 아직까지 대학생의 신분인 내가 쉽게 공감할 만한 내용은 아니었다. 야근이라던지, 상사의 눈치를 본다던지 하는 것들이 내겐 아직 다른 세상의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주제를 복잡하거나, 과하게 현실적이게 그리지 않았다. 상당히 일차원적이고 과장된 방식으로 접근해, 단지 직장인이 아닌 더 넓은 대중을 겨냥할 수 있었고, 마치 한포대 쌓아놓고 먹는 슴슴한 맛의 과자들처럼, 킬링 타임용으로 소비할 수 있게 만든 점이 좋았다.


아버지와 중국 드라마의 한계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었다. 검열이 있는 이상, 문화는 성장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물론, 영 틀린 말은 아니다. 예술은 언제나 틀을 벗어나는 사고를 기반으로 하고, 일종의 '틀'인 검열은 그 자체만으로 실패한 예술을 낳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요소가 강점으로 존재할 때 또한 있다. 이를 테면, 중국 드라마가 로맨스를 그리는 방식이다. 검열이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인 우리 나라에서는, 지극히 현실적인 로맨스, 때로는 자극적이고 못나기도 하는 소재가 인기를 끈다. 성하지만 중국은 그러한 장르 자체가 금지되어 있음으로, 현실과는 동떨어진 것과 같은, '판타지'와 같은 아름다운 사랑을 주로 다룬다.


우리나라의 드라마는 현실을 비판하고, 공감할 수 있게 만들지만, 때로는 시청자들을 피곤하게 만들기도 한다. 안그래도 현실 속의 일로 피곤한데, 드라마마저 피곤해 버리면, 시청을 하는 내내 진이 빠질 수 밖에 없다. 한국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나면 영혼까지 쪽쪽 빨리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다. 중국 드라마는 오직 아름다운 판타지를 그려냄으로서, 시청자로 하여금 현실 도피를 할 수 있게 만든다. 누군가는 이것을 빈깡통이라 비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 자체만으로 의미를 지니고 가치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 금일의 가유 > 또한 마찬가지였다. 비록 직장 생활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소재를 주제로 하지만, 사원들의 연대 등 판타지와 같은 요소들을 집어넣음으로, 마냥 웃으며 시청할 수 있게 만들었다.


예술 작품은 비판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그를 소비하는 의의에 관하여 한번 더 생각할 수 있게 만드는 기회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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