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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야 Feb 27. 2023

최선의 선택

군자맹 후기

나는 BL 장르를 즐겨 보는 편이다. 특히, 탐개극과 같은 경우에는 나왔다 하면 빼놓지 않고 보고는 한다. 유명작인 < 진정령 >은 50번도 더 넘게 돌려봤을 정도로 빠져 살았는데, 조만간 재주행을 하고 다시 한 번 후기를 써보려 한다. 어찌되었건 간에, 내가 BL, 그 중에서도 탐개극을 사랑하는 이유는 조금 아이러니 하다. 노골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로맨스에 함몰되지 않고, 정치, 사건 조사와 같은 요소를 잘 버무리는 것은 물론, 은근 슬쩍, 의식하는 사람만 알아챌 수 있는 애정 표현이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요 몇년간 광전총국의 엄격한 검열으로 인해 탐개극의 대부분이 방영 금지를 당했었는데, 다행히, 규제가 조금 풀리기 시작했는지, 하나 둘씩 다시 방영에 시동을 걸고 있다. 그 중 첫번째 주자는, 송위룡과 정백연 주연의 < 군자맹 >이다.


내게는 몹시 중국 드라마 답지 않은 작품이었다. 선과 악, 그리고 계급 차이를 오가는 메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사회를 추구하는 공산주의 정권 아래에서는 조금 낯선 개념이라고도 할 수 있다.


< 군자맹 >은 대가를 치루는 것에 관해 이야기 하고 있다. 그 모든 비극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황태후를 제외하면, 명확히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없으며, 그녀 마저, '권력', 다른 말로 하면, '나라'를 위한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선택을 한 것 뿐이었다. 간난 아이였을 적 바뀐 아들의 정체를 뒤늦게 알아 채고, 진실이 불러올 후폭풍을 두려워해 그 사실을 아는 모두를 죽이려 했다. 자신의 '진짜' 아들을 포함하여, 마라촌에 사는 백성 모두를. 애써 얻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만약 그때 진실이 드러났다면, 이미 황위에 오른 '가짜' 아이는 어떻게 되었겠는가. 또,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하고 황좌에 앉게 된 아이를 마음대로 주무르려는 세력은.


하지만 그 선택이 결국, 또 다른 비극을 불러왔다.  그 '진짜' 아이가 살아남아 복수를 꿈꿨기 때문이었다. 자신 하나 때문에 마라촌의 모두가 죽은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그려왔던 친어머니를 향한 원망이 뒤얽혀 그는 미쳐버리고 말았고, 겉잡을 수 없이 많은 희생자를 낳고 나서야 후회한다. 이 처럼, 진실이란, 치뤄야 하는 댓가란 단지 덮어놓는다고 하여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그리고 어떤 규모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끈질기게 뒤를 쫓아올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진실을, 비극을 들춰내야 옳은 것은 아니다. < 군자맹 > 또한, '진짜' 황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두 주인공과 황태후를 제외하면, 진실은 묻히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공교롭게도, '가짜' 황제는 권력, 지위 등에는 연연하지 않는 성군이었고, 복수심에 사로잡혀 미쳐버린 '진짜' 보다는 백성들에게는 좋은 군주임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가짜' 라는 사실은 분명 언젠가 다른 누군가에 의해 밝혀질 테고, 그것이 지금 당장이든, 아니면 세대를 거듭한 후이든, 그 진실이 어떻게 돌아와 어떤 누구를 어떤 범위로 파괴시킬지는 모를 일이다. 단지, 그 진실을 묻혀 놓는 것이, 지금 이 순간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일 뿐이다. 마치, 오래전 황태후가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순간, 최악의 상황은 면했으니, 최선이라 할 수 있는 걸까.


조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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