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빛나는 밤, 꽃 피는 아몬드나무, 해바라기. 고흐의 그림은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유아들에게 보여주면 "어? 선생님. 저 그림 나 알아요. 우리 집 화장실에 있어요. (샤워커튼?)" 라던지, "저거 나 봤어. 퍼즐 맞추기야."라는 반응을 볼 수 있지요. 휴대폰 케이스에도, 휴지곽에서도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어요. 유아 놀이체험 장소의 명화감상코너를 가보면 고흐의 그림이 있는 곳이 많습니다. 덕분에 유아들이 어디선가 봤을 법한 그림이 많고 눈이 동그래져서 말을 이어갈 수 있어요. 간혹 고흐의 이름이라도 아는 아이가 있으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갑니다.
[놀이체험] 미디어 속 명화 - 충청남도유아교육원
고흐의 알려진 일생은 자기의 귀를 자를 만큼 정신적으로 힘들고 외로운 것이지요. 하지만 의외로 고흐가 성실한 창작자이며 독서가였다는 사실은 그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죠. 어쨌거나 배우신 분 고흐.
저는 '아를르의 포룸 광장의 카페테라스'라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온종일 시끌시끌한 교실에서, 분주한 교무실에서 정신없이 보내다가 퇴근하고 멍~하는 일이 있죠.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남았군. 그럴 때 이 그림을 보게 되면 한 여름밤 편의점 테이블에 앉아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시는 그런 기분을 느끼게 됩......
아 그래서요. 오늘은 고흐의 그림을 가지고 수업을 해봤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고흐의 그림을 아는 척하며 좋아하기 시작했어요. 개인적으로 명화감상 수업을 좋아하는 저는 냉큼 놀이를 지원하기로 맘을 먹었답니다.
고흐를 만나러 가볼까?
평소에 명화감상 수업에서 구글 아트&컬처 앱이나 사이트를 종종 이용하는 편입니다. 검색창에 구글 아트앤드 컬처라고 치시면 바로 만나보실 수 있어요. 말 그대로 구글에서 만든 세계 여러 나라의 예술과 문화를 보여주는 사이트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요.
명화감상 수업을 진행할 때 모여 앉아서 대그룹으로 감상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니터에 띄운 그림들이 저화질이면 그림이 뭉개져서 보이기도 하고 색감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왜곡된 그림으로 보여줄 때도 있었어요. 그림 한 구석, 아주 작은 부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실망하는 경우도 생겼죠. 구글 아트&컬처의 장점은 그림을 고화질로 깨끗하게 보여줍니다. 붓터치까지도 볼 수 있어요. 주제별로, 화가별로 그림을 모아놓기도 하고 가끔은 흥미로운 특별 주제들을 묶어서 보여주기도 하죠. 개인적으로는 천장화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게 한 코너도 재미있었어요. 박물관을 직접 걸어 다닐 수 있는 것처럼 마우스를 움직여볼 수 있고, 실제 그림을 내 옆에 세워둔 것처럼 할 수도 있습니다. 재미있는 게임은 덤입니다. 꼭 활용해 보세요.
고흐의 이야기가 담긴 동화책도 많고, 유튜브에 검색하시면 고흐의 그림이 관해 설명해 주는 어린이용 동영상도 많아서 작품에 따라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번 수업의 주제는 별이 빛나는 밤, 고흐의 마을로 초대되는 아이들이었거든요. 친근한 고흐 아저씨가 마을로 아이들을 초대하는 겁니다.(아참, 여기서 또 감상의 방법은 심미수업을 이용해 봤어요. 내러티브를 활용한 수업시작입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거예요. 한 때 미학교육, 심미수업에 빠져 부산까지 달려갔던 그때가 생각나네요. 저 임부연교수님 사인북도 있어요. 흠흠 깨알 같은 자랑 한번. )
vr기기가 없고, 360도 동영상이라고 해도 대그룹 수업에서 가능합니다. 마우스로 클릭해서 여러 시선을 만나게 하면 되니까요. 저는 마침 메타퀘스트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보여줬습니다. 동영상이 시작되면 고흐의 마을로 걸어 들어가서 고흐 아저씨의 노란 집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고흐의 방까지 닿게 되죠. 고흐가 그린 유명한 그림들을 엮어서 고흐의 방으로 옮겨놔 줍니다. 실제로 고흐아저씨의 동네에 가서 서 있는 것 같아요. 고흐 아저씨의 방은 너무 단출해서 당황합니다. 이때 또 슬쩍 고흐의 삶을 말해줍니다. "고흐 아저씨는 친구가 별로 없었데. 가난하고 배가 고프기도 하고, 외롭기도 했데. 그런데도 열심히 그림을 그렸지."
그랬더니 한 친구가 고흐 아저씨에게 선물을 해주고 싶다고 합니다. 썰렁한 방을 선물로 꾸며주고 싶었나 봅니다.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가장 값진 선물, 그림이죠. 열심히 그립니다. 배고픈 아저씨에게 딸기와 음료수, 빵도 주고, 외로웠다고 하니 여자친구도 그려줍니다. 한 친구는 돈다발을 가득 그려줍니다. 고흐아저씨가 좋아하는 해바라기와 그림액자도 많이 그렸어요. 아이들의 그림으로 재구성해보았습니다. 이렇게 보니 고흐아저씨의 방이 풍성해졌네요. 더 이상 고흐아저씨는 외롭지도 않고 배고프지도 않고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림 선물로 꾸민 새로운 고흐의 방
"이런 선물을 받은 고흐 아저씨의 기분은 어떨까? 얘들아."
저도 덩달아 궁금해집니다. 살아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았더라면 고흐는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요? 고흐가 되어 보기로 합니다.
구글 아트&컬처 앱에 있는 재미있는 AR놀이 중에 카메라로 플레이해 보는 Art Filter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앱을 실행시키고 카메라를 켜서 나를 인식시키면 다양한 명화 속 주인공으로 변해볼 수가 있습니다.
핸드폰과 교실 텔레비전을 미러링 하고 , 앱을 실행시켜서 고흐의 모습으로 변한 친구가 고흐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얘들아 나는 고흐아저씨야. 선물 너무 고마워!!"
고흐 아저씨가 말을 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보는 고흐아저씨는 이 친구가 움직이는 거지만요. 요즘엔 미러링 케이블이 없어도 쉽게 미러링 기능이 되는 텔레비전이 많아요.
이렇게 고흐 아저씨의 그림 이야기를 마무리해 보았습니다. 다음엔 고흐 아저씨의 아몬드 나무 이야기를 해주려고 합니다. 아몬드 나무를 이야기를 하면서 또 어떤 재미있는 도구를 사용해 볼 수 있을까요? 에듀테크가 다양해지면 질수록 더 실감 나는 수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더 즐겁게 수업에 참여할 수 있지요. 참 좋은 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