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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Aug 09. 2021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 Day9

나를 더 소중히 하고 아끼기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뒤 불편을 그만두기로 결심한 구일 째.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바뀌거나 다른 사람으로 개과천선하는 기적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불평을 아예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상황별 분노 레벨에 따라서는 내가 불평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모르게 그저 반사적으로 무의식적으로 불평이 툭 하고 나올 때가 있다. 


다만 현재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 중이란 사실을 이내 스스로에게 주입시키기에 한 번의 불평이, 이차, 그리고 삼차 불평으로 퍼져나가지 않도록 주의 중이다. 제1의 화살은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은 맞지 마라는 유명한 스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순간의 짜증은 무의식 세계에서 관장하는 것이라 스스로도 제어하기가 어렵다. 다만 이미 상황이 종료된 과거의 일을 가지고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불평 혹은 불만을 표시한다면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 밖에는 되지 않는다.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가 제2의 화살을 피하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일상에서 자주 만나는 가족들 혹은 지인에게는 내가 현재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 중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그렇다고 해서 가족이나 지인이 프로젝트에 동참을 권장하지는 않는다. 그저 내가 불평을 하는 것을 목격하면 좀 알려달라는 취지였다. 자기 객관화가 잘 되지 않는 경우도 있기에, 주변 사람들이 '너 지금 불평 중이야'라는 말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불평 그만두기를 시작하고 유튜브 시청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유튜브를 아예 보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식사 중에 습관적으로 시청하는 유튜브 영상을 보지 않을 목적으로 시작하였으나, 점점 유튜브 자체를 멀리하게 되었다. 그러나 일상에서 백 프로 유튜브를 끊어내는 것은 비효율적이었다. 노래가 듣고 싶을 때, 정보를 찾을 때, 그리고 코로나 시대에 홈트레이닝을 위한 운동프로그램을 찾아볼 때도 유튜브는 유용한 역할을 한다. 


다만 예전처럼 식사 중에 유튜브 영상을 보는 일은 꾸준히 잘 지키고 있다. 대신 영화를 보거나, 드라마를 볼 때도 가끔 있는데 "아무 영상 없이 식사하기"에 지금은 80프로 이상 적응한 듯하다. 참을 수 없는 식사 중의 심심함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건강을 위해 음식을 꼭꼭 씹는 일, 그리고 소화를 위해 자세를 바르게 가지는 디테일한 부분에 관심을 가지면서 식사의 품격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먹는 음식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식기를 바꾼 것도 아니지만 이전에는 혼자 대충 끼니를 해치운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내 몸을 위한 시간을 가진다는 생각으로 식사시간을 바라보게 되었다. 


무릎 나온 고무줄 바지에 대충 묶은 머리로 다리 한쪽은 올리고 새우등을 한 상태로 영상에 정신이 팔려서 음식을 밀어 넣는 게 아닌, 식사를 하면서 영양소는 골고루 갖춰진 한 끼인지를 생각한다. 평소 소화되지 않는 음식을 먹을 때는 더 신경 써서 저작운동도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소화기능이 이전과 다르게 향상한 것은 아니다. 오늘만 하더라도 어제저녁부터 소화불량에 시달려 하루 종일 물 이외는 마시지 못하고 있으니, 유튜브 시청 중단과 만성 소화불량과의 관계는 아직 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다만 내가 나를 더 소중히 하고 아낀다는 느낌은 확실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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