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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지 Aug 06. 2021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 Day8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도서관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도서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중에 사서 한분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저기 죄송한데, 지금 코로나 때문에 한 장 소에 다섯 분까지만 있을 수 있는데, 현재 다섯 명이 넘어서 먼저 오신 분이 좀 먼저…"라고 본인도 민망한지 문장을 끝내지 않았다. 


순간 당황하여 "나가라고 하시는 건가요?"라고 정확한 의도를 물어봤다. "네, 먼저 오신 분이 먼저 나가야 되지 않나 해서요"라고 단호히 대답하였다. 


도서관에 온 지 10분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발생했다. 식당에서 손님이 밥 먹고 있는데 뒤에 손님이 왔다고 식사 중에 내쫓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생각이 들어 불쾌하고 언짢았으나 아무 말하지 않고 서둘러 쫓겨나듯, 아니 말 그대로 쫓겨 나왔다.  어느 공간에서든지 환영받지 못하고 쫓겨나는건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니다. 


나오면서 문에 붙여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5인까지만 가능합니다. 뒤에 오신 분들은 잠시 대기해주세요"라는 문구를 읽으며 언짢은 마음이 훨씬 더 커졌다.


평소 같았으면, 이건 하루 반나절은 불평할 수 있는 불평 거리에 속했을 터이다. 한여름의 땡볕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가뜩이나 날씨로 불쾌지수는 최고조라 누구한테 전화 걸어 하소연하고도 남을 일화였다. 머리 바로 위 쨍하고 떠 있는 해가 오늘따라 나를 비웃는 듯 평소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뿜어댔다. 


그러나, 현재 나는 불만 그만두기 프로젝트 진행 중. 

여름 날씨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짜증을 심호흡을 통해 코 밖으로 훌훌 날려버리려고 노력했다. 집에 와서도 그 도서관 사서의 말도 안 되는 일처리 방식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녔다. 생각을 지우기 위해서 일부러 몸을 바삐 움직였다. 방마다 청소도 하며 분주히 돌아다녔으나, 그녀의 얼굴이, 그녀가 한 말이 내가 들어가는 방마다 졸졸  따라다녔다. 


문득 그녀의 직업윤리에 의문이 들었다. 본인이 해야 하는 일이 담당하는 공간의 인원수를 파악하고, 다섯 명 이상이 입장하였으면 늦게 오신 분은 더 이상 입장하지 못하도록 관리해야 했었다. 도서관을 찾은 시민에게 그것도 먼저 온 사람을 원칙을 따르지 않고 퇴출시키는 건,  직업윤리를 떠나 기본적인 논리적인 사고가 가능한 사람인지까지 의심스러웠다. 그녀의 무능한 업무처리방식 때문에 피해 입은 것 같아 불쾌함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 짜증이 날 것 같아서 방문한 도서관 홈페이지를 열었다. 도서관 사서 불친절이라고 쳐보니 누군가가 남긴 글이 하나 있어 읽어보았다. 짜증과 원망이 가득 섞인 장문의 비난글이었다. 동일한 사서를 저격한 건지는 모르겠으나 나처럼 도서관을 방문한 뒤 불쾌한 경험을 한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누그러들었다.  대리만족이었으리라. 


오늘의 일을 적어 변화를 요구할까 생각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물론 정중하게 본 상황을 설명하고 수정을 요구할 수는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정당한 방법이라 할지라도, 내가 적은 글로 인해 조직이 그녀에게 어떻게 대응할지는 알지 못할 일이기에 글은 남기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한 잘못 보다 두배 세배 이상의 강도로 처벌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펜의 힘은 강하다는 말처럼, 내가 남긴 글이 이중 삼중으로 그녀에게 화살로 돌아가진 않을까 고민되었다. 상사에게 혼이난 뒤 이후 승진에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고, 조직에서 가십거리가 생길 수도 있다. 


누군가가 나의 잘못으로 내게 항의할 일이 있을 때 나에게 직접 하길 원하지 전 조직이 다 보는 홈페이지에 남기는 건 나도 원치 않는 점이다. 차라리  그 자리에서 그녀에게 바로 불쾌감을 표현하고, 정중하게 항의하였다면 가장 깔끔한 해결방법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지 못할 성격이란 걸 나 자신이 너무 잘 알기에 오늘 일은 브런치에 남기는 것으로 하고 잊어버리려 한다. 

 

불평 그만두기 프로젝트 4일째, 오늘 일을 기록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대밭에 들어가 소리치거나,  도서관 홈페이지에 불만 글을 남기진 않았지만, 이렇게 브런치에서 글을 남기니 나름 속이 시원하다. 


우리 모두에게는 우리만의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칠 수 있는 탈출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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