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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쿰척 Aug 31. 2021

◇6. 서른을 바라보며 도전하지 않고 산다는 건

한량처럼 사는 것도 지금만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100세 시대'라는 말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가깝게 느껴진다. 의학과 기술의 발달로 기대 수명이 점점 증가하고 있는 21세기에서 '이팔청춘'이라는 단어는 어색하게만 느껴진다. 


그렇다 보니 주변 사람들은 서른을 '인생을 책임져야 하는 시기' 혹은 '한창 열심히 살아야 하는 시기' 혹은 '인생을 설계해야 하는 시기'라며 아무 생각 없이 사는 나에게 툭툭 부담감을 던져 주었다. 

 

난 이제야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이제 좀 한 숨 돌릴 수 있는 여유라는 것을 맞보게 되었다. 하지만, 이 여유가 사치라도 되는 것처럼 나이와 사람들의 나이에 대한 인식에서 오는 압박감은 나를 두렵게만 한다.


주말 내내 침대에 누워서 넷플릭스만 주야장천 보고 있는 나는 "하루 종일 집에서 뭐하니?", "나가서 뭐라도 배우든가 뭐라도 해!", "요즘 애들은 주말 내내 바쁘게 이것저것 자기 계발도 하고 산다는데", "너 그러다가 나중에 후회한다"의 말들을 번갈아가면서 듣는다. 


20대에 열심히 공부해서 취업하고, 회사에서 적응하느라 매일 밤을 설쳤던 시절을 지나 이제 좀 여유를 누리려고 하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난 그냥 한심한 잉여로 보이는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주변에 또래 친구들을 보면, 일분일초를 소중하게 보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출퇴근 길에도 자기 계발서를 읽고, 전화영어회화를 하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자격증을 공부하는 열심히 사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회사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은 대학원을 가거나 공무원/자격증 시험공부를 한다. 


나처럼 그동안의 힘든 노력에 보상을 받고자 쉼을 가지는 친구들도 종종 있다. 하지만, 그런 아이들은 지금을 가장 젊을 때라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도전을 한다. 새로운 취미를 찾아다니고, 유튜브를 하고, 블로그를 한다. 


난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한량이었다. 나에게 자기 발전을 위한 공부들은 이제 진절머리가 났고, 새로운 취미들은 그저 사치라고 느껴졌다. 취미를 찾기 위한 과정들이 스트레스였다. 


친구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건 인생은 길고 지금 가장 젊을 때 이것저것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게 자기 계발이든 취미 만들기든 종류는 상관없지만, 여러 가지 도전을 해서 나를 발전시켜야 앞으로의 인생을 더욱더 재밌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렇게 허송세월을 보내다가 나중에 나이 들어서 체력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없어서 나에게 온전히 집중할 시간도 없다는 것이다. 인생은 이모작이라고도 하는데 한 직장에서 오래 일한다는 보장도 없는 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젊을 때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이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지금이 가장 젊을 때고, 이제 앞으로는 바빠질 일이 더 많을 텐데 여려가지 도전을 해야 할 시기가 맞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느끼는 여유와 안정감이 지속된다는 보장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난 지금 나 자신이 좋고 미래의 나보다는 현재의 나에게 더 집중하고 싶다. 미래를 위한 노력들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내가 당장 편하고 좋은 것들을 누리면서 가장 젊은 시절을 보내고 싶다. 어떤 것이 정답인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가 누리고 싶은 편안함으로 이 가장 젊은 시절을 보내는 것도 보람 있지 않을까.  


어떻게 보면 지금이 가장 한량처럼 보낼 수 있는 시기 아닐까. 

내 인생에 대한 책임은 미래의 내가 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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