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7. 시술시작
(동생 결혼차 전주에 내려가기 전, 병원방문해서 설명을 들은 내용을 빼먹어 다시 기록해 둠)
다행히 한 달 전 자라던 물혹이 작아져서 시술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담당선생님께 시술 시작 사인을 받은 이후부터는 수많은 절차의 시작이었다. 안내 종이에 적혀진 대로 주사실, 상담실, 채혈실을 돌았다.
우선 채혈을 하고, 착상전 유전검사(pgt-a)와 미세수정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 (지난번 상담 때, 40세 이상이라 유산 방지를 위해 pgt검사를 권유받았었다). 인터넷 카페 등에서 pgt검사는 통과하기가 너무 까다롭기 때문에 멘탈 털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말이 많았다. 배아 하나당 비용도 30-35만원대이다. 만약 10개를 검사 보내면 350만원까지 나갈 수 있다는 얘기였다. 돈도 돈이었지만, 그렇게까지 하는데 몸과 마음만 소진되고 끝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됐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pgt를 하기로 했다.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게 더 중요했다.
상담 중 기억에 남는 것은, 수정된 배아를 40세 미만은 2개 넣을 수 있고, 40세 이상은 3개도 넣을 수 있다고 하는 점이었다. 그만큼 쌍둥이 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이 대목에서는 마음이 조금 부풀기도 했다). 유전자 검사와 미세수정 시술 동의서 등 안내에 따라 사인을 슥슥 했다. 5일 배양의 경우, 수정된 배아를 35세 미만은 1개, 35세 이상은 2개 넣는다고 한다. 주사약은 폴리트롭 FoliTrope 225 IU와 IVF-M600 IU을 보냉백에 받아왔다. 말로만 듣던 배주사였다. 폴리트롭은 225씩, IVF는 150씩 나눠서 맞으라고 했다.
시험관을 시작한다는 것은, 수많은 절차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과 같다. 시시때때로 주사약을 맞는 일부터, 난자채취, 검사, 이식 등 수많은 난관을 통과해야 한다. 그 길 가운데서 헤매기도 하고, 잃기도 하며, 주저 앉기도 한다. 하지만 그 출발선에 선 오늘, 나는 무섭다는 마음보다는 호기심이 먼저 생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남편일 것이다.
오늘도 남편은 하나부터 열까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도와주었다. 병원의 설명을 찰떡같이 알아듣고 복잡한 절차를 척척 클리어 한다. 30년 넘게 병수발하시던 아버님을 모시고 다니던 경험이 있어서 이 정도는 식은죽 먹기라고 했다. 한 번도 뵙지 못했고, 앞으로도 만나지 못 할 아버님 생각이 났다. 어쩌면 아버님은 내게 자신의 아들을 선물로 주신 건 아닐까. 아버님 닮은 선한 성품의 남편으로 키워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