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일 생리 시작
전주에서 치러질 동생의 결혼이 10월 8일로 예정되어 있었기에, 10월 7일에 생리가 시작되면 생리 2-3일차(다음날이나 다다음날)인 8일이나 9일에 병원 방문을 해야 했다. 하지만 생리 2일차는 동생 결혼이었고, 3일차는 일요일이라 휴원하는 날이었다. 만약 10월 7일에 생리가 시작하면 나는 동생 결혼과 시험관 시술 앞에서 선택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역시나 내 자궁은 나를 배신하지 않았다. 걱정하던 날짜 하루 전 날인 10월 6일, 자궁은 맡은 바 자기 소임을 다했다.
나는 병원에 다녀온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주 가는 버스를 탔다. 엄마와 아빠는 무리가 되면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고 연달아 전화를 했다. 엄마는 몰라도 아빠는 하늘이 무너져도 집안 경조사를 지켜야 하는 법으로 살아온 사람이건만. 아빠는 늙었거나 변한 것이다.
쨌든, 나를 생각해 준 마음들이 고마운 건 사실이었다. 심지어 결혼 당사자인 동생까지 내 몸이 먼저라는 전화를 줄 정도였다. 나는 지금 단계가 채취나 이식도 아니고, 끽해야 과배란 시작이므로, 장거리 이동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렇게 홀가분한 마음으로 버스를 탔다.
영상은 동생 결혼 전 날 친정에 모인 언니 가족과 보내는 오붓한 시간에, 조카가 소파에 앉아 있는 아빠를 그리는 장면. 내 조카 수지와 동건이는 아이가 어른에게 줄 수 있는 즐거움을 거의 완벽에 가깝게 가족들에게 충족시켜 준다. 이를 테면, 혼자 연습한 블랙핑크 안무를 기깔나게 선보이기, 할머니 요리 솜씨 대박이라며 밥 셋 그릇 비우기, 권위적인 할아버지에게 발 올려놓으며 친근하게 다가가기 등.
내 아이는 어떨까?
너를 만나기 위한 나의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