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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위 Feb 16. 2024

가이아, 따뜻한 모성 이론




린 마굴리스는 생물학자 제임스 러브록과 함께 1970년대 중반에 전생명체라는 개념을 전체 생물권에 적용하고 '가이아 이론'을 세웠다. 가이아 이론에 따르면 지구의 생물권은 스스로 조절하는 시스템으로서 상호작용하는 메커니즘을 기반으로 진화와 안정화에 맞는 최적의 조건을 만든다.

생명체가 처음 나타났을 때부터 존재했으며 생명체를 견고하게 만든 요소인 협력, 연결망, 전생명체, 공생, 상리공생 등에 대한 미생물학 분야의 지식은 우리에게 대안적인 관점과 사고방식을 알려준다. 왜냐하면 미생물학 분야의 지식은 신다윈주의, 경쟁, 싸움, 개인주의 등의 근본 원칙과 상관없이 태초부터 존재한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00년 동안 신다윈주의와 사회다윈주의가 서로를 의심하며 치명적인 삶의 구상과 경제 계획을 내놓았다. 바로 고삐 풀린 성장, 독점 대기업, 획일화, 다양성 상실이다. 어쩌면 지금이야말로 자연의 가장 성공적인 전략에서부터 배워서 그것을 우리의 사회 구조에 적용해야할 시점인지도 모른다. 자연의 가장 성공적인 전략이란 협력이다.
- 디르크 브로크만 <자연은 협력한다> 중에서




경쟁

다윈의 첫 발상은 위대했고, 도킨스의 책은 제목이 쌈박했고, 린 마굴리스는 따뜻한 과학이다. 모두 옳다. 따라서 모두의 생각을 합친 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의 전부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영역이 더 많다는 것도, 다 알지도 못하고 인류가 사라질 것이라는 것도 우리는 알고 있다.


인간은 지구를 스쳐간 그 어떤 생물체보다 지구환경에 취약하다. 다만 특이하다는 건 인정할 수 있다. 가장 오만하고, 가장 어리석고, 가장 똑똑해서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자멸하고 말 생명체가 될 것이다.




우리가 경쟁이 효율적이라는 믿음을 떨쳐버리기 쉽지 않은 이유는 자신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환상때문이다. 자신이 승자가 될 수 있다면 경쟁은 달콤한 보상이며 자존의 원천이다. 승자가 될 수만 있다면 모든 걸 독식할 수 있다는 희망에 들뜨게 한다. 확률 낮은 도박에 빠지는 이유와 같은 심리가 작동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절대적으로 승리만 할 수 없으며, 승리는 오래가지 못한는 신기루와 같다.


경쟁은 강한 동기를 부여해 결과적으로 개인이 발전하게 된다는 믿음이 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일부분만 맞다. 경쟁은 결과에 초점이 있지 과정에 있지 않다. 경쟁의 과정에서 투입되는 노력은 결과를 얻기 위해 현재를 희생하여 보류하게 만든다. 현재라는 과정이 유보된 채 미래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살게 된다. 미래에 도달했을 때 목표점에 도달했을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목표점에 도달했을 때는 거기서 멈출 수 없다. 더 높은 목표점을 만들고 더 큰 노력을 투입하려 한다. 자신을 계속 고갈시킬 수밖에 없는 악순환에 빠진다. 실패를 했을 때도 반면 거울 삼아 재도전을 외치며 목표를 향해 달려 간다.




협력

인간 본성은 협력이 맞기는 한데, 협력을 얘기할 때는 인간 개체가 아니고 미생물까지 들어가야 이론적으로 맞는 말이다. 린 마굴리스는 <공생자 행성>에서 지구 초기 생물들의 탄생을 통해 다양한 공생 사례를 보여주고 새로운 생명의 출현이 공생 진화 덕분임을 밝혔다. 리처드 도킨스는 자신의 이론의 취약부분을 '밈'으로 보충 설명했다. 수전 블랙모어는 그녀의 책 <밈>에서 문화복제자 '밈' 또한, 경쟁이 아닌 협력으로 설명했다.


협력은 여성들의 유전자 속에 들어 있는 것이 맞다. 린 마굴리스와 수전 블랙모어의 이론적 키워드가 '협력과 공생'인 것도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윈과 도킨스의 키워드는 '경쟁과 이기성'이었다. 남성의 유전자에는 '성공'이, 여성의 유전자에는 '관계'를 포함하고 있다.




적과 아군으로 세상을 이분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내가 어떤 타인이나 대상을 적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대상 또한 나를 적으로 간주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적을 만들고 적이 된다는 것은 어느 한쪽이나 양쪽 모두가 파괴되고 파멸할 수밖에 없음을 뜻한다. 공생은 타인을 위한 배려이기 이전에 자신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협력과 공생은 도덕이나 당위의 명제가 아니라 자연의 섭리 같은 필연 법칙이다.


인간의 관계와 사랑도 존재의 생존을 위한 필요 조건이다. 이것에 실패하면 나는 더 이상 생존을 위협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위기가 시시각각, 주변 도처에서 그 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좀더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관계 회복에 심혈을 기울어야 한다. 나의 사랑은 절체절명의 생존이다. 사랑은 누구나 가진 유전자도 아니고 아무도 가지지 않은 허상이 아니다. 사랑은 필요에 의해 발명해내야 하는 필수품이다. 없으면 죽으니까.




살다가 살아가다가 더는 못 살 것 같으면

아무도 없는 산비탈에 구덩이를 파고 들어가

누워 곡기를 끊겠다고 너는 말했지


나라도 곁에 없으면

당장 일어나 산으로 떠날 것처럼

두 손에 심장을 꺼내 쥔 사람처럼

취해 말했지


나는 너무 놀라 번개같이,

번개같이 사랑을 발명해야만 했네

- 이영광 <사랑의 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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