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조상들의 말씀은 어느 것 하나 틀린 게 없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일이다. 열흘간의 자유여행 일정으로 혼자 싱가포르를 여행하고 있었다.
이 날은 Fort Canning 공원을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경사도가 15도 정도 되는 언덕 코스로 이루어진 포트캐닝 공원에는 크게 두 개의 갈림길이 있었다.
A와 B 코스 모두 경사도는 비슷했고, 가장 큰 차이는 내가 진입한 출발지점에서
A는 조금 더 돌아가야 하는 우회 루트였다.
또한 A 코스는 산책객들을 위해 잘 정비된 산책 코스였고, B는 잔디밭이었다.
삶의 여유를 찾고자 떠난 싱가포르 자유여행에서 천생 한국인의 몸에 밴 조급함이 또다시 발동했다.
여행 중에 급할 일도 없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가겠다고 잔디밭인 B 코스를 택한 것이다.
B 코스에 진입한 순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렸음을 직감했다.
우기였던 싱가포르에 전날 큰 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던 것이다.
아뿔싸.
B 코스 잔디밭에 흥건했던 진흙탕을 밟은 순간 그 자리에서 3초 간 멈춰있었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다.
그날에 진흙탕을 밟은 감촉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조상들의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게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날의 에피소드가 실패 사례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배울 수 있듯이
이 사건 덕분에 스스로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확실히 성장했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나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