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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이클리스트 Jan 10. 2023

싱가포르에서 생긴 일 #1

옛 조상들의 말씀은 어느 것 하나 틀린 게 없다.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있었던 일이다. 열흘간의 자유여행 일정으로 혼자 싱가포르를 여행하고 있었다.

이 날은 Fort Canning 공원을 둘러보기로 결정했다. 


경사도가 15도 정도 되는 언덕 코스로 이루어진 포트캐닝 공원에는 크게 두 개의 갈림길이 있었다.

A와 B 코스 모두 경사도는 비슷했고, 가장 큰 차이는 내가 진입한 출발지점에서

A는 조금 더 돌아가야 하는 우회 루트였다.

또한 A 코스는 산책객들을 위해 잘 정비된 산책 코스였고, B는 잔디밭이었다.    

삶의 여유를 찾고자 떠난 싱가포르 자유여행에서 천생 한국인의 몸에 밴 조급함이 또다시 발동했다.

여행 중에 급할 일도 없는데 조금이라도 빨리 가겠다고 잔디밭인 B 코스를 택한 것이다.


B 코스에 진입한 순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내렸음을 직감했다.

우기였던 싱가포르에 전날 큰 비가 내렸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었던 것이다.

아뿔싸.

B 코스 잔디밭에 흥건했던 진흙탕을 밟은 순간 그 자리에서 3초 간 멈춰있었다.

그러나 이미 늦어버렸다.


그날에 진흙탕을 밟은 감촉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 조상들의 말씀은 하나도 틀린 게 없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이 날의 에피소드가 실패 사례라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실패에서 교훈을 배울 수 있듯이

이 사건 덕분에 스스로 성장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과거에 이런 일이 내게 생기면 찝찝한 기분으로 계속 짜증만 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날은 확실히 달랐다.

가장 먼저 휴대폰을 꺼내 글감을 위한 기록을 남겼고,

쓰디쓴 웃음과 함께 주변에 신발을 구입할 수 있는 쇼핑몰을

구글 지도로 찾아보고 있었다.


 확실히 성장했고,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이다,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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