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이클리스트 Jan 10. 2023

싱가포르에서 생긴 일 #2

일기예보가 틀려서 감사했던 날

아침에 일어났더니 오늘 싱가포르에 비가 내릴 확률이 90% 라고 한다.

우기였던 싱가포르에 여행 일정을 총 10일로 여유롭게 짰기에, 하루쯤은 그냥 흘려보내도 큰 문제없었다.


비 내리고 습한 바깥 날씨에 나가서 돌아다니기보다,

오늘 하루는 숙소에서 에어컨 바람 쐬며

뽀송뽀송하게 넷플릭스를 시청할까 하는 유혹에 흔들렸다.

그러나 이성적으로 정신을 차린 뒤, 일단은 밖에 나가보기로 결정했다.


지금 이 순간, 시간은 소중하니까.



숙소 앞에서 싱가포르 공용자전거를 빌려 East Coast 해변으로 향했다.

이스트 코스트 해변은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관광지가 아닌, 현지 로컬들이 찾는 장소였다.



이스트 코스트 해변에 도착하니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혼자서 음악을 들으며 조깅하는 중년 여성,

벤치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할아버지,

평일 오후 2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바비큐를 하고 있는 사람들,

딸아이에게 자전거를 가르쳐주고 있는 아버지.


짧은 시간 동안 하나의 단면만을 볼 수 있는 관광객의 시선이었지만, 이들은 인생을 즐기고 있었다.

어느 누구에게 보여주기 식이 아닌, "각자만의 주체적인 방식"으로.


나 역시 이스트 코스트 해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 뒤, 숙소로 귀가하는 자전거 길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이 날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를 믿고 숙소에서 넷플릭스를 보며 하루를 그냥 날려버리지 않은

나 자신에게 고마웠다.

만약 숙소에 누워만 있었다면, 이 날 이스트 코스트 해변에서의 시간들과 경험은 느낄 수 없었을 것이다.


숙소로 돌아와 아주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면서 생각했다.

이 세상에 100% 완벽한 것은 없고,

때로는 1%도 안 되는 가능성에 베팅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설령 1%에 베팅한 결과가 예상한 대로 흘러가지 않더라도, 우리는 스스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





   


매거진의 이전글 싱가포르에서 생긴 일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