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을 쓰는 게 꽤나 힘들어졌다. 처음엔 동기가 부족해진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한 권 냈으니, 그로 인해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식었다고 말이다. 또 다른 이유는 체력의 소진이었다. 올 한 해 이직과 이사, 출간, 결혼 등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고, 스스로 '괜찮다'라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지쳤던 건 아닐까라고.
하지만 두 가지 이유 모두 설명할 수 없는 부분들이 있었다. 동기 부족이라기엔 저녁이 되면 '더 늦기 전에 글을 써야 하는데'란 생각과 함께,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들이 적지 않았다. 또한 피곤하긴 했어도 글 한 편 쓰지 못할 정도로 지친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욱 피곤한 상황에서도 지금보다 더 많은 글을 썼던 시기도 있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로 시간만 흘러가니 내심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우연히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보게 되었다. 영상을 보게 된 건 제목 때문이었다. '미루기의 원인은 게으름, 도파민이 아니에요'.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은 갖고 있으면서, 미루는 내게 딱 필요한 영상이었다.
영상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자면,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게 만드는 '행동'에 쉽게 주목하지만 사실 그게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자꾸 만지다 보니 할 일을 못한다'라고 하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또 다른 딴짓을 하며 할 일을 미룬다. 우리가 일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는 불편한 마음, 즉 '내부 계기'에 달려있다는 게 미루기의 핵심이었다.
더 나아가 영상에서는 할 일을 미루는 이유를 '동기'와 '능력'이라는 2가지로 간단히 설명했는데, 무엇을 하든 동기를 강하게 하고 쉽게 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기를 강하게 만들기 위해선 '호기심'이, 쉽게 하기 위해선 '할 일 쪼개기'가 포인트였다. 매일 하던 일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거나, 어떻게 하면 더 빨리 끝낼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면 동기가 강해지게 되고, '책 한 권 읽기'라는 커다란 목표를 '책 펼치기', '한 문단 읽기', '30분 읽기' 등으로 잘게 쪼개면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영상을 다 보고 난 뒤, 나의 행동을 되돌아보았다. 매일 비슷한 주제들로 약 2년 동안 글을 쓰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호기심이 많이 떨어져 있었다. 최근 연재하고 있는 소설도 예전에 써놓은 글을 좀 더 다듬어서 올리는 것이었을 뿐, 새롭다는 느낌은 없었다. 글을 쓸 때도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무슨 주제로, 언제, 어떻게 글을 쓰지'라는 압박이 꽤 있었다. 안 되는 것엔 다 이유가 존재했다.
예전에 잘하기 위해 지나치게 신경 쓰다 보면, 시작조차 하지 못한다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책을 낸 이후로 작가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많이 했었던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사실 달라진 건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무언가를 계속하다 보면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익숙해진다는 건 좋은 점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면도 있다. 처음과 달리 지루해지고, 새로운 것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물론 매일 하고 있는 것들에서 억지로 새롭고 흥미로운 것들을 발견해 내는 건 말처럼 쉽진 않다. 하지만 이왕 계속해야 할 일이라면, 현재 다른 것을 할 수 없다면 자신을 위해서라도 좀 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 보는 건 좋은 방법인 듯하다.
지루하다는 이유로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런 이들 중 대부분은 도전한 것들에도 곧 지루함을 느끼게 된다. 무엇을 하든 익숙해지면서 지루함을 느끼게 되는 시기는 분명히 찾아온다. 그럴 땐 하던 것들에서 조금 거리를 두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자주 접하던 것들에서 한 발짝 떨어져 보면, 그동안 미처 보지 못했던 새로움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꽃이 아름답다고 손에 꼭 들고 다니다 보면 언젠간 시들기 마련이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물이 있어야 싱싱함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 것처럼,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선 익숙함 속의 새로움을 발견해 보려는 태도가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