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가 정답인 시대에 ‘I’로 산다는 것

누가 당신을 대신 정의하게 둘 것인가

by Quat


자신의 내향적인 성격을 ‘문제’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있다. 말을 빨리 꺼내지 못하고,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존재감이 희미해지며, 혼자 있는 시간이 늘 필요하다는 사실이 어쩐지 결함처럼 느껴지곤 한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성격은 태생적으로 다양한데 왜 어떤 성격은 “괜찮은 성격”으로 통과되고, 어떤 성격은 “고쳐야 하는 성격”으로 판정받는가.






30년 동안 행복을 연구한 서인국 교수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어리석은 질문이 “어떤 성격이 좋을까요?”라는 말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성격은 도덕 시험의 정답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외향성이 빛나는 순간이 있고, 내향성이 빛나는 순간이 있다. 영업과 같이 분위기를 살려 일을 성사시키는 능력은 외향성의 장점이 된다. 반대로 복잡한 문제를 오래 붙잡고 정리하며, 감정의 결을 섬세하게 읽는 능력은 내향성의 장점이 된다. 결국 성격은 좋고 나쁨이 아니라, 상황과 역할에 따라 효율이 달라지는 ‘도구’에 가깝다.



그렇다면 왜 내향인들만 상대적으로 자기 성격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기 쉬울까. 어렸을 때부터 ‘외향성이 곧 정답’이라는 방식으로 교육받아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발표를 잘하면 “적극적이라서 좋다”는 칭찬을 듣고, 조용하면 “자신감이 없다”는 해석을 받는다. 쉬는 시간에 혼자 있으면 “친구가 없나”라는 시선이 붙고, 모임에서 말수가 적으면 “재미없다”는 판정이 내려진다. 즉, 내향성 자체가 문제라기보다, '내향성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문제라는 것이다. 조용함을 결핍이라 인식하면, 내향인은 자기 자신을 계속 고장 난 기계처럼 점검하게 된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Quat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일상 속 느끼는 생각들 중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는 게 꿈입니다. 제안은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1,319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46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10화서로 더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