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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사람으로 남고 싶었던 마음

마음 없는 다정함이 가장 잔인해지는 순간

by Quat


누군가가 나를 챙겨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바쁜 날 “밥은 먹었냐”라고 묻는 안부, 내 말투가 평소와 다르다고 “무슨 일 있냐”라고 조심스럽게 묻는 질문. 이런 것들은 사람을 단숨에 풀어지게 만듭니다. 누구나 마음 한구석에 “나는 괜찮은 사람으로 취급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고, 다정한 배려는 그 욕구를 가장 빠르게 충족시켜 주니까요.



문제는 그 돌봄이 ‘호감’이 아니라 ‘기분 좋은 인정’으로만 소비될 때 생깁니다. 상대에 대한 마음이 없는데도, 사랑받는 느낌을 놓치기 싫어서 여지를 남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연애 생각 없어”라고 말하면서도 외로운 날에는 가장 먼저 그 사람을 찾습니다. 그러다 누군가가 “그렇게 행동하면 상대가 착각할 수 있지 않냐”라고 말하면, 그제야 “난 마음 없다고 확실히 말했는데?”라며 되려 상대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기도 합니다. 이건 단순한 실수라기보다, 누군가의 마음을 ‘내 기분을 지탱해 주는 장치’로 사용하는 일에 가깝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과거의 제 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빠지면 일방적으로 그 사람의 속도에 맞추는 편이었습니다. 그 사람이 좋아하는 걸 좋아하려 애쓰고, 그 사람이 비워둔 시간을 제가 채워주면 마음이 바뀌어 저를 선택할 거라고 믿었죠. 그와 동시에 제 일상은 점점 얇아졌습니다. 친구 약속을 미루고, 하고 싶던 일을 뒤로 밀고, 내 감정이 어떤지 묻기보다 “상대가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를 먼저 걱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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