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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맘 Jul 29. 2023

5살부터 시작하는 독일의 국민 스포츠

예전에 우리나라 말을 잘 구사하는 외국인들이 나와서 심도 있는 이야기로 공감을 준 프로인 '비정상회담'을

독일에서 열심히 챙겨 봤었다.


" 유럽여행 가야 해? "라는 질문에 알베르토 씨가 " 굳이! "라고 단호하게 말해서 아이들과 같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독일은 천지 들판만 있다고.

근데 여기에 더해서 들판 입구에 떡하니 축구장이 있다.


다운타운을 벗어나 주택가에 가면 축구장이 꽤나 자주 보인다.

꼬마부터 성인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열심히 축구를 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낯설었었다.


흔한 독일 주택가의 축구장


유럽 대다수의 국가들은 국민들이 다양한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5살무렵부터 시작해서 성인이 되고 나서도 즉, 평생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거나 저렴하게 하는 정책이 아주 잘 되어있다.


여기서 국가대표 선수도 나오고 지역선수를 비롯해서 전 국민이 운동선수 경력이 있는 게 낯설지 않은 나라

 유럽,


그리고 그런 활동을 한다고 해서 학업에 지장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이다.


건강해야만 뭐든 할 수 있지 않나?


한국에 있는 분들에게 스포츠에 대한 문의를 많이 받았다.


간단하게 답을 하자면 운동을 하는데 그다지 돈이 들지 않았다.


맨 처음 협회에 소속될 때 우리 돈으로 몇만 원 정도 냈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걸로 끝이었다.


운동 끝나고 삼삼오오 모여서 피자 한 조각 콜라 한잔을 먹는 문화도 없었다.


운동이 끝나면 다들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바로 갔었다.


주말에 경기가 있으면 학부모들이나 동네 사람들이 응원하러 오지만 각자 가지고 온 음료수를 마시면서 경기를 본다.


코치나 감독에게 먼저 음료수를 대접하는듯한 분위기도 아니었다.


가끔 준비해 온  것이 남으면 감독이나 코치에게 권유를 하기도 하지만 그도 가지고 온 것이 있으니 사양하거나 무척 고마워하면서 받는 것을 보았다.

신나게 뛰며 함께 사춘기를 보낸 친구들

축구할 때 필요한 용품은 처음에는 무료로 받았고 축구화는 협회에 가입된 가게에서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였다.


 누구나 어릴 때부터 스포츠를 즐길 수 있고 체계적인 관리와 훈련으로 지역 선수로 꾸준하게 활동하는 모습은 정말 부러웠다.




우린 운동경기를 응원할 때 감정이 앞서는 말을 하는 편이지 않나?


그러나 어릴 때부터 지역선수로 활동을 해본 독일 국민들은 대체로 그런 일이 없다.


선수의 마음을 잘 알고 있고 경기의 흐름을 읽는 능력이 있으며 즐길 줄도 안다.


우리가 독일에 있는 동안 큰 국제적인 경기가 몇 번 있었고 또 독일이 우승한 적도 있지만 즐기는 건 그 시간뿐이었다.

실수한 선수에 대한 평가도 잠시였고 곧 일상으로 돌아갔다.

또 다음 경기 때 경기력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그 선수가 빠지는 일도 드물었다.



우리 큰아이는 중2 때쯤 집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닐 만한 곳에 있는 독일 유소년리그에서 축구를 시작했다.


수요일 저녁에 한두 시간 훈련하고 주말 오전에 다른 동네에 있는 팀과 경기를 했는데 취미로 즐기기엔 꽤나 전문적이었지만 선수가 되기엔 턱없이 부족한 환경이었다.


매일 밤을 새우다시피 하며 지하 창고에서 공을 다루는 것부터 스스로 찾은 테크닉을 혼자서 연습을 했다.


몸을 보호하는 데에는 여유가 없었던 터라 무리하게 연습하다가 연골이 심하게 손상되어 꼬박 일 년을 수술과 재활로 보냈었다.


프랑스 리옹 유소년팀 초청으로 훈련에도 참가하고 독일에서 여러 에이전트와 이야기를 나눌 무렵이라 실망감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축구를 독학한다는 게 말이 안 되고 그것도 당시로는 축구의 강국이었던 독일에서 말이다.


십여 년을 살아보니 그제야 예체능을 전 국민이 즐길 수 있는 데엔 지원을 아끼지 않지만 전공을 하는데에 있어서는 아무런 배려가 없는걸 알게 되었다,


우선 학교공부를 그대로 해야 한다.


독일은 국제학교를 빼면 거의 공립이라 국가에서 책임지고 관리하는 부분이 많다.


쉽게 말하면 의대나 공대를 지원하는 학생들과 똑같이 수업을 받고 시험 치고 여기에 별도로 자기가 희망하는 예체능을 해야 한다.


유급제도가 있어서 일정 성적을 유지해야 하고 또 모든 시험은 100프로 주관식이다.


결국 우리 아이는 다른 독일 아이들처럼 축구를 하면서도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언젠가부터 축구를 잘하던 유럽 여러 국가들의 성적은 저조해졌고, 우리는 국제 무대에서 우수한 성적을 계속 거두고 있다. (예: 월드컵 16강 진출)


하지만 여기에는 스포츠를 대하는 시스템의 차이가 있다고 나는 이해한다.


스타선수를 배출하거나 키우기보다 전 국민이 즐기고, 선수라고 할지라도 다른 직업이 있는 경우도 많다.


월드컵에서 활약하는 독일 선수들을 찾아보면 지도자 뿐만 아니라 행정가로서도 활약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 아이가 축구에만 몰두할 수 없었던 것 아쉽지만, 그런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공부를 하며 또다른 기회를 가질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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