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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맘 Sep 25. 2023

초등 4학년 때 진로의 갈림길에 서다

우리 동네에 두 독일 가족이 살고 있다고 가정을 해보자.

 

은행원의 가정

A가족은 아버지가 은행원이고, 어머니는 작은 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을 한다.

초등학교 4학년의 아이를 키우고 있으며 아버지는 은행 엄무가 많아 늦게 들어오며 집에서도 밀린 일을 한다.

다행히 어머니는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편이라 아이들을 케어하기에 무리가 없다.


성공한 정육점의 가정

B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동네에서 제일 큰 정육점을 운영하고 있다.

마이스터 자격증이 샵에 들어서는 입구에서 잘 보이는 벽에 떡하니 걸려있고 도와주는 종업원도 두세 명이 있다.

특히 이 집에서 만드는 소시지는 맛있다고 소문이 나있고 맛집으로 신문에 여러 번 실린 적이 있다.


독일인에게 A가정의 아이와 B가정의 아이가 어떻게 자랄지 묻는다면 뻔한 이야기를 왜 묻느냐고 반문을 할 수 있다.


" A 가정의 아이는 김나지움으로 가서 대학에 갈 것이고 B가정의 아이는 레알슐레에 진학하여 마이스트가 되어 아버지의 정육점에서 일을 하겠죠"


A가정의 아이는 김나지움에 (독일 인문계 중고교) 진학해서 독일 수능인 아비투어를 쳐서 대학에 진학할 것이고 B가정의 아이는 레알슐레 (기술학교, 직업학교)에 진학하여 아버지의 정육점에서 일하는 마이스터가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선진국인 독일에서 잘 운영되는 정육점 가게 아이는 어째서 대학에 못 간다고 생각할까?


독일의 교육 시스템


우선 앞서 언급된 김나지움과 레알슐레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독일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인문계(김나지움)와 기술학교로의 (레알슐레) 진학이 결정된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의 생각대로 이루어진다면 이 두 아이는 5학년이 되면 집 앞에서 만나 학교에 같이 가는 일이 없어지게 된다.

기술학교에 가게 되면 일반적으로 대학진학은 할 수없으며 고1까지의 교육만 받는다.

언뜻 들으면 문제아이들이 가는 곳 같지만 놀랍게도 전체 학생의 60퍼센트 이상의 기술학교에 배정된다.

상위 30~40프로의 학생들만 인문계 학교에 갈 수 있다.


아이의 진로를 결정하는 건 오로지 성적과 담임선생님의 평가뿐이고, 1학년부터 4학년까지 담임선생님이 바뀌지 않는데 이 분의 결정에 따라 아이의 미래가 결정된다.


그 말은 1학년 초반에 한번 찍히면 꼬리표가 붙게 되니 선생님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독일인들은 특히나 무뚝뚝하고 자신의 생각을 밀고 나가는 고집스러움이 있는데 학생에 따라서 다소 억울한 일도 생기는 경우가 있겠지만 대부분 담임선생님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


인문계와 기술학교의 진로가 초등 4학년까지의 성적으로 결정되는 이 부분은 

교육에 있어서는 독일사람들도 불만이 많을 수 있는 것 중 하나이다.


앞서 말한 두 가정의 아이들의 보편적인 행로를 말하자면 

A가정의 아이는 부모님에게 대학 진학의 중요성을 들으면서 자랐을 것이다.

은행에서 근무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회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자랐을 것으로 예상한다.


B가정의 아이는 자리 잡은 부모님의 사업 때문에 부모님 밑에서  일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역시 노동으로 산다는 건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풍족한 생활로 인해 대학 진학을 꿈꿀 수도 있다.


그러나 결론은 어느  가정도 자녀 교육이 만만치 않음을 토로한다.


독일에서는 부모의 경제력으로 자녀의 진로를 좌지우지할 수 없다.


거의 모든 학교가 국립 내지 공립인데 여기서 뒤쳐지면 사립으로 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는데 독일이라는 나라는 우수한 아이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교육에 있어서만큼은 차별받는 일이 없도록  오래전부터 노력하고 있었다.


가난한 집 아이가 아르바이트로 인해 학업에 지장이 있을까 봐 국가가 생활비를 주고, 졸업할 때까지 천만 원을 빌렸다고 해도 가정형편에 따라 절반도 안 갚아도 된다.


우리 아이의 반 친구 중 고아인 아이가 있었다.

청소년 보호소에서 생활을 하며 학교에 다녔지만 자신의 형편을 친구들에게 오픈하면서 생활했고 모든 면에서 성실하고 재능이 많았다.


이아이가 독일 수능인 아비투어에서 만점을 받았는데 사실 독일 사회에서는 특별한 일이 아니다.

본인이 열심히 하면 가능한 나라였고 교육에 있어서는 부자도 가난도 없었다.


오히려 부자인 아이가 자신의 노력 없이 얻은 안락함을 자랑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오랜 독일 생활 중 가장 놀라운 부분이었고,  우리 아이들에게 큰 가르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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