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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상 Genesius Aug 15. 2021

미운 아기 오리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날다.


햇빛을 받아 밝게 빛나는 강이 흐르는 옆에는 예쁜 푸른빛으로 가득한 마을이 하나 있었어요. 그리고 근처 숲에는 어떤 오리 한 마리가 살고 있었답니다.

조만간 엄마가 되는 오리는 곧 태어날 아기 오리들을 포근한 둥지에서 따뜻하게 품고 있었어요.     

 "아가들아 건강하게 태어나서 여기 있는 아름다운 풀숲과 깨끗한 강물을 보렴. 너희도 이곳을 분명 좋아할 거야."     

말이 끝나자, 엄마 오리가 품고 있던 알 하나가 쫙쫙 갈라지더니, 아기 오리 하나가 껍질 밖으로 고개를 빼꼼히 들어 보였답니다.

고개를 내민 아기 오리는 눈이 부신지 이내 울기 시작했어요. 오리가 울기 시작하자, 곧바로 옆에 있던 다른 알들도 쫙쫙 갈라지더니, 아기오리들이 태어나기 시작했답니다.     

"어머머! 나의 아기들아 너희가 드디어 나오는구나. 나와서 같이 헤엄도 치고 소풍도 가자꾸나. 호호. "

아기들이 태어나자, 엄마 오리는 둥지를 천천히 돌며 아기 오리들을 살폈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알 중에 가장 큰 알 하나는 아직 갈라지지도 않았답니다.

걱정하던 엄마 오리가 말했지요.     

"아가야, 너는 왜 아직 밖으로 나오지 않니? 다른 아기들보다 껍질이 두꺼워서 그런 거니? 엄마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구나. 힘을 내서 나오렴. 넌 할 수 있단다."

그때 길을 지나던 이웃에 사는 늙은 오리가 엄마 오리를 보며 말했어요.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했구먼. 우리 동네에 경사가 났어. 가만 저건 뭐지. 저런, 저런, 저 알은 왜 그리 커? 아이고 생긴 게 꼭 검정 닭의 알과 같구나. 저 큰 알은 내버려 두고 아기들을 얼른 물가로 데려가 헤엄을 가르치는 게 좋을 거야."

늙은 오리는 큰 알을 보자,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하고는 떠났어요. 엄마 오리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오리가 더욱 걱정됐답니다.     

다음 날이 되어 아기오리들을 데리고 강가로 가려던 때였어요. 갑자기 큰 알이 쩍 하고 갈라지기 시작하는 거예요. 가려던 엄마 오리와 다섯 마리의 아기 오리는 서로를 쳐다보면서 마지막 알에서 태어나는 막내 오리를 응원했답니다.     

"막내가 나오려고 하네. 우리가 막내에게 힘내라고 해주자 동생들아."

"좋아, 내 날갯짓으로 알을 시원하게 해 줄 거야."

엄마 오리는 다섯 오리들이 기특했답니다.

얼마 후 마침내 큰 알에서 마지막 오리가 나왔어요. 모두가 기뻐했지요. 그런데 막내 오리의 외모가 다른 오리들과 다르게 생겼어요. 몸은 잿빛처럼 보였답니다.     

"허어? 뭐야. 엄마, 엄마, 저 아이는 왜 저렇게 못생겼어요? 우아 정말 못생겼어. 징그럽게 생기기도 했어.     

정말 마지막 오리는 몸도 다른 형제들보다 크고 털도 다른 색깔이었어요."

며칠이 지나 근처에 있는 강가로 헤엄 연습을 하러 오리 가족은 나들이를 갔답니다. 그곳에는 이미 수많은 오리와 철새들이 있었어요.

엄마 오리가 물로 들어가 헤엄치며 말했어요.     

"아이들아, 안심하고 어서 물로 들어오렴. 너희들은 물에서 헤엄치는 걸 빨리 배워야 해. 별 거 아니란다. 그래야 자유롭게 먹이도 잡을 수 있고 몸을 씻을 수도 있단다."

아기 오리들은 물이 겁나는지 조심조심히 물로 들어갔어요. 첫째 오리가 들어가서 헤엄을 치기 시작했어요. 잠시 후 아주 능숙하게 물 위를 헤엄쳤답니다. 다른 오리들도 눈치만 보다가는 둘째와 셋째가 물로 뛰어들었어요. 그러더니 넷째와 다섯째도 함께 뛰어들었답니다. 엄마 오리를 따라서 다섯 오리들은 열심히 발을 동동동동 굴렸어요.     

하지만 여섯째인 몸집이 큰 막내 오리는 겁이 나는지 물 밖에서 망설였어요.     

"막내야. 어서 물가로 내려오렴. 형제들을 봐. 다들 금방 익숙해졌단다. 엄마가 있잖니. 그러니 괜찮단다.     

엄마 오리가 막내 오리를 걱정하며 말했답니다."

막내 오리를 심술궂게 지켜보던 첫째 오리가 뭍으로 나와 망설이고 있는 막내 오리를 뒤에서 힘껏 밀었답니다.

힘없이 강에 빠진 막내 오리가 허우적대기 시작했어요.     

"아푸, 아푸푸. 나는 헤엄을 못 쳐요. 날 구해줘요. 물이 들어와요."

"히히힛. 네가 진짜 우리 형제 오리라면 물을 무서워하면 안 되지. 뭐가 무섭냐. 히히힛."  

오리 형제들은 첨벙 대는 막내 오리를 보며 마구 웃어댔어요. 막내 오리를 불쌍히 여긴 엄마 오리가 다가가 막내 오리를 자신의 날개로 감싸주었답니다.     

"어푸푸. 어푸푸. 엄마! 엄마."

허우적대던 막내가 엄마의 날개에 기대고서는 겨우 중심을 잡았어요. 그러더니 곧이어 물 위를 자유롭게 떠다니는 거였어요.     

"엄마 내가 헤엄을 치고 있어요. 헤헤헤. 나도 이제 물이 무섭지 않아요. 물은 편안한 곳이에요. 나도 오리예요."

신난 막내 오리를 보던 엄마 오리가 밝게 웃었어요. 하지만 다른 형제 오리들은 불만이 가득해 막내를 질투했어요.

그때 마침 옆에서 날개를 씻고 있던 평평발 오리가 고개를 들고는 오리 형제들을 보며 말했어요.     

"여어. 너희들이 이번 봄에 알에서 태어난 아이들이구나. 그 녀석들 귀엽게도 생겼네. 가만있어. 그런데... 뭐야. 저.. 크고... 괴상하게 생긴 건... 도대체.. 뭐지? 샌가? 닭인가? 까마귀?!?"

막내 오리는 자기 보고 말하는 것인 줄도 모르고는 평평발오리 근처에서 반갑다며 빙글빙글 헤엄쳤어요. 하지만 평평발 오리는 막내 오리를 밀쳐내며 말했어요.     

"저리 가! 넌 닭이구나. 그것도 검정 닭! 난 너희 가족이 어디 있는지도 알고 있다고. 괘씸한 것들."

엄마 오리는 평평발 오리가 막내 오리에게 하는 말에 깜짝 놀랐어요.     

"아니에요. 평평발 씨. 이 아이는 내 아이요. 우리의 가족이라고요.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닌가요?"  

평평발 오리는 막내 오리와 똑같이 생긴 동물을 보여주겠다며 오리 가족을 데리고 물 밖으로 나갔어요. 그렇게 뒤뚱뒤뚱 걷던 오리들은 언덕 아래에 있는 동물농장에 도착했답니다.

농장에는 닭과 집오리와 타조와 뜸부기, 쇠기러기가 있었어요. 쇠기러기가 “끼룩끼룩” 거리면서 아기 오리들 곁을 호기심 있게 봤어요.     

"너희는 참으로 예쁘구나.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그런데 저 뒤에 있는 아주 못생긴 건 뭐람? 앞에 있는 다섯 형제는 똑 닮았는데, 뒤에 저건 굉장히 이상하게 생겼구나. 아주 못 생겼어."

평평발 오리가 무서워 엄마 뒤에 숨어버린 막내 오리를 머리로 밀었어요. 그러고는 농장에 있는 동물들이 보도록 앞으로 나오게 했지요.     

"모두들~ 어두침침한 색깔의 오리를 본 적 있어? 이 오리라고 말하는 아이가... 저기 뒤에서 밥을 먹느라 정신없는 뜸부기랑 닮지 않았어?"

막내 오리는 다른 동물들이 무서워 다시 엄마 곁으로 갔어요. 그러자, 평평발 오리가 다시 막내 오리를 밀어 엄마 오리와 떨어뜨렸지요. 막내 오리가 다시 엄마에게로 가려하자, 이번에는 다섯 형제 오리들이 막내 오리의 앞을 가로막으며 말했어요.     

"야! 왜 우리 엄마에게 자꾸 오는 거야. 너는 저기 있는 뜸부기랑 더 닮았다잖아."

"맞아. 이 오리 같지 않은 악당에게 우리 엄마를 빼앗기기 전에 우리가 막자, 모두들 공격해 물어뜯자!"

다섯 형제들은 막내 오리에게 달려들더니, 때리고 물고 걷어찼어요. 그때였어요. 듬, 듬, 듬 소리를 내며 밥을 먹던 뜸부기가 다가와 막내 오리에게서 다섯 형제를 떼어냈어요.     

"못된 오리들아 여럿이서 하나를 공격하다니 너희들은 어떻게 된 거 아니니? 평평발 씨, 이 오리가 나와 닮았다고 했나요? 글쎄요. 나랑 닮지는 않았는데요? 내 머리 위에는 아주 멋있는 붉은색 벼슬이 있잖아요. 아니라고요. 내 아이가. 오히려 이 아이는 지붕 위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오골계랑 더 닮았는걸요?"

농장의 있는 모든 오리는 지붕에서 자고 있는 오골계 앞으로 막내 오리를 데려갔어요. 그리고 막내와 오골계를 비교해 봤답니다.

그런데, 검은 깃털 하며, 몸집이 큰 게 비슷해 보이지 뭐예요.

평평발 오리는 막내를 오골계의 집 안으로 밀어 넣고는 엄마 오리와 오리 형제들을 데리고 떠나려 했어요.     

"엄마!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그러자, 평평발 오리가 막내 오리를 위협하며 말했어요.     

"무슨 소리야. 얘! 너희 엄마는 저 오골계야. 지붕에서 낮잠을 자고 있는 저 오골계. 저게 엄마가 아니라면 바로 뜸부기일 거야. 벼슬은 없지만 뭐 어쨌든 저리 가!"

망설이던 엄마 오리도 막내 오리가 진짜 가족 곁에 있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고는 슬펐지만 떠났어요.

막내 오리는 엄마와 형제들이 떠나자, 갑자기 무서웠어요.

혼자 울고 있는 막내 오리를 보던 뜸부기가 다가와 지붕에서 낮잠 자고 있는 오골계를 깨워 잃어버린 아이가 있는지 물어봤어요.     

"나는 귀찮아. 귀찮은데, 아이가 있을 리가 없잖아. 밥 먹고 자는 것만 해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나에게는 아이가 없어."

오골계는 지붕에서 내려와 귀찮다며, 안에서 울고 있던 막내를 내쫓고는 다시 잠들어버렸어요. 뜸부기는 막내가 너무 안쓰러워 밥을 먹였답니다. 밥을 다 먹으면 엄마 오리에게 같이 가자고도 했지요. 평평발 오리는 자기 알아서 한다는 말도 남기면서 말이에요.

그러고는 뜸부기는 막내 오리가 밥을 다 먹기 전까지 자기 둥지로 돌아가 있기로 했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밥을 먹고 있는 막내에게 농장에 있는 닭들이 다가왔어요. 그러고는 먹고 있는 밥을 빼앗으면 말했어요.     

"야야, 뜸부기가 자기 둥지로 갔다. 흐흣. 그리고 이 못난아. 네가 왜 농장에서 주는 밥을 먹냐? 이건 우리 꺼야."

"꼬끼오~ 햐햐햐. 맞아 맞아. 이 밥은 이 농장에 살고 있는 동물들의 몫이다. 네가 먹으면 못 써. 냐햐햐. 어서 내놔!"

그러더니 닭들은 밥을 먹는 막내를 부리로 쪼기 시작했어요. 막내 오리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답니다.     

"나가. 나가. 나가라고."

"냐하하하. 그래 나가. 나가."   

막내는 닭들의 부리가 너무 아파 울면서 도망갔어요. 뒤뚱뒤뚱하며 뛰는 막내를 닭들은 계속 쫓아와 쪼아댔어요. 그러다 막내는 가파른 언덕 위까지 도망갔답니다.     

"햐햐햐. 다시는 오지 마라. 다시 농장에 오면 이 부리가 널 마구 쪼아버릴 거야. 냐햐햐."

막내는 너무 슬펐지만 닭들의 부리가 너무 아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는 계속 언덕을 걸었어요. 그러다 날이 어두워져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지요.     

"이제 어쩌지? 어디로 가야 하지."

그때 막내가 너무 어두워 내리막길을 못 보고는 그만 아래로 굴러 떨어졌어요. 막내는 구르면서 날개를 힘껏 펄럭였어요. 그 덕분에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게 되었답니다.     

"하마터면 큰일이 날 뻔했네. 그런데 하나도 보이지 않아. 그런데 하늘에서 뭐가 떨어진다. 이게 뭐지? 물인가."

갑자기 막내 오리에게 비바람이 심하게 불어댔어요. 비를 맞고 있던 막내는 앞이 막막했어요. 점점 거세게 내리는 비 때문에 몸까지 바들바들 떨리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하염없이 걷던 막내 눈앞에 불빛이 작게 보이는 거였어요. 막내는 불빛을 보자마자 남아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답니다.     

그렇게 찾아간 불빛에 마침내 도착했지요. 도착한 그곳에는 작은 오두막 한 채가 있었어요.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빛이 세어 나왔던 거였어요.     

"너무 추워. 안으로 얼른 들어가야 해. 설마 안에 날 괴롭히는 동물은 없겠지? 하지만 바깥은 너무 추운걸."   

막내는 조심스럽게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집 안에는 따듯한 난로가 있었고 그 중앙에서는 할머니가 뜨개질을 하고 있었지요. 그런데 눈이 잘 안 보이는지 눈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어요. 눈앞에 있는 막내 오리도 잘 안 보이는지 할머니는 눈만 비벼댔답니다.

막내는 다행이라 생각하고는 난로로 가서 몸을 말렸어요. 너무 따뜻했지요. 그러다 결국 어느새 스르륵 쿨쿨 난로 옆에서 깊이 막내 오리는 잠들어 버렸어요.     

다음 날이었어요. 자고 있는 막내 옆에서 야옹이가 야옹, 야옹 거리며 막내 오리를 경계하고 있었어요.     

"야, 일어나 봐. 너 누구야? 야, 야! 자는 척하지 말고 일어나. 아침에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다가 널 발견하고는 내가 얼마나 놀란 줄 알아? 펄프 녀석이 들어온 줄 알았잖아. 야, 야. 못 들은 척하지 말라고. 우쒸."

막내 오리와 고양이 제트를 보던 암탉 케이가 식탁 위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날갯짓을 하며 제트 앞으로 내려왔어요.     

"그만해. 제트. 어린아이가 얼마나 졸렸으면 몰래 들어와서 자겠어. 밖에는 아직도 비가 내린다고."

"그래, 내 이름은 제트지. 난 암탉인 케이의 말을 잘 듣기로 약속했지. 왜냐면 내가 위기에 빠졌던 날, 나를 위해 꼬끼오하고 울어줬기 때문에 옆집에 사는 잔인한 펄프 자식에게서 도망갈 수 있었지."

암탉 케이는 고양이 제트에게 막내가 더 잘 수 있게 조용하라며, 한쪽 날개를 펼쳤어요.     

"알았어, 알았다고. 난 이 짐승에게 더는 묻지 않겠어."

그때였어요. 제트가 쉬지 않고 말하는 통에 막내가 잠에서 깼답니다.     

"으응. 누구세요?"

"오오, 케이 내가 깨운 게 아니야. 아니라고. 쟤가 마음대로 일어났어."

"누구신데요?"

"내가 누구냐고? 내가 누구냐고? 케이가 누구냐고? 어디 혼나 볼래?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지?"

암탉 케이가 제트의 앞을 다시 막아서며 말했어요.

"난 이 집의 주인인 불꽃 할머니와 같이 사는 암탉 케이야. 내 뒤에 있는 쉴 새 없이 떠드는 고양이는 제트고. 그리고 넌 폭풍이 부는 날 밤, 이 집으로 들어왔지. 아마도 지금쯤이면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플 거야. 내가 이 집을 발견하고 겨우 찾았을 때도 딱 너랑 같은 눈을 하고 있었거든. 비는 내리지 않았지만 무서운 펄프라는 이웃집 개가 쫓아왔었지."

케이가 막내를 데리고 주방으로 데려갔어요. 막내는 목이 말랐는지 물을 정신없이 마셨어요. 그리고는 이어서 제트가 밥을 가져오자, 이번에는 허겁지겁 밥을 먹기 시작했지요.

고맙다는 말도 안 하고 먹어대는 막내에게 고양이 제트는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케이를 보고는 문 앞으로 조용히 갔어요. 그리고는 외출한 할머니를 기다렸지요.     

얼마 후, 외출을 하고는 돌아온 할머니에게 고양이 제트는 벌러덩 누워 배를 보였어요. 할머니는 제트를 보며 싱글벙글했어요. 이내 암탉 케이도 반가운 듯 날개를 펄럭이며 할머니를 반겼답니다.

눈이 몹시 나빴던 할머니가 한참이나 지나서 겨우 막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앞으로 다가갔어요.     

"응, 이건 또 누구지? 가만있어 봐라. 내가 문 앞에서 제트를 만났고 그 앞에서 케이가 춤을 췄는데, 나머지 한 친구는 누굴까. 작은 친구야~"

할머니는 막내를 들고는 가까이서 보기 시작했답니다.     

"오호라. 넌 오리구나? 아니면 거위인가? 어쨌든 그쯤 되겠구나. 내가 눈이 너무 나빠졌어. 그래 너도 케이와 제트처럼 이름이 있어야겠지. 너는 파이가 좋겠다. 자, 파이야. 이 집 앞에는 연못도 있으니 비가 그치면 나가서 헤엄을 쳐보렴. 케이, 제트 다음으로 나에게 새 식구를 보내줬구나."

그렇게 암탉 케이와 고양이 제트, 그리고 막내 파이까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꽤 흐른 어느 날이었어요. 맑은 하늘에 구름이 둥실둥실 떠다녔지요. 케이와 제트가 기분이 좋은지 집에 있던 파이를 데리고 앞마당으로 나가 놀았어요. 케이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기를 반복하며 날개를 펄럭거리며 놀았어요. 한쪽 구석에서는 제트가 따뜻한 볕을 쬐며 웅크리고 낮잠을 자려고 했답니다. 막내 파이는 연못으로 가고 싶어 혼자 주위를 어슬렁, 어슬렁거렸답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왈왈하는 소리는 내며 사나운 강아지 펄프가 할머니의 마당으로 뛰어왔어요.     

"(이상한 리듬과 박자로 반복적이게) 이리나와, 이리나와. 제트!! 제트! 나 너 혼낸다. 나 너 혼낸다!"

잠을 자려던 제트가 몹시 놀랐어요. 빠르게 일어난 제트는 펄프를 향해 가르릉 거리며 가까이 오지 못하게 했어요. 이에 펄프는 제트와 거리를 두고는 날카로운 이빨을 보이며 왈왈 외쳐댔어요. 그러다가 할머니가 집에 없다는 것을 눈치챈 펄프가 제트가 있는 마당으로 들어와 도망치는 제트를 쫓았답니다.     

"도와줘! 사나운 강아지 펄프가 날 잡으려 한다. 케이, 파이 날 도와줘!"

달려드는 펄프를 케이가 막아서며 꼬꼬댁거렸어요.     

"또 나를 겁주려고? 이번에는 안 속는다, 케이, 이 꼬꼬닥아. 제트를 혼내주기 전에 케이 널 먼저 혼내주마."     

당황한 케이가 도망가려다 펄프에게 잡혔어요. 제트는 펄프가 무서운지 달려들지는 못하고 계속 가르릉 거리기만 반복했지요.     

"펄프, 케이를 놔줘! 이 못된 침흘리개야."

"뭐라고. 뭐라고! 제트, 제트! 너야, 너야! 나 너 혼낸다. 나 너 혼낸다."

펄프는 케이를 놓고 다시 제트를 쫓았어요. 제트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그러다 케이가 정신을 차리고 지붕으로 피해 올라가자, 제트 자신도 황급히 나무 위로 올라갔지요.     

"펄프는 바보다. 미련한 침흘리개야. 나무로는 못 올라오지?"

화난 펄프는 제트를 잡으려 나무에 매달렸지만 이내 미끄러졌답니다.     

"내려, 내려, 내려, 내려. 내려와!"

그때 마당 가운데로 나와 걷던 막내 파이가 펄프에게 다가갔어요. 펄프는 막내 파이를 보고는 파이에게로 고개를 돌렸어요.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일까요. 펄프의 눈에는 몸집이 큰 막내 파이가 사자보다 크게 보였답니다.     

"어어. 어어. 사자가 나타났다. 사자가 나타났다."

"너는 누구니? 목에는 방울을 달고 있구나? 딸랑딸랑 소리가 예쁜데?"

"사자야, 사자야.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무서워하지 마! 다 같이 친하게 지낼 수 있어!"

펄프가 꼬리를 흔들며 막내 파이에게 배를 보이며 마당에 벌러덩 누웠답니다. 그 모습을 본 제트와 케이는 지붕과 나무에서 내려와 파이 옆에 섰어요.     

"오예, 펄프 이 침흘리개가 얌전해졌다."

제트도 펄프 옆에 발라당 누웠어요. 케이도 활짝 웃으며 옆에 앉았답니다. 모두는 함께 웃으며 놀았어요. 그러다 막내 파이가 물었어요.     

"혹시, 이 앞에 연못을 안내해 줄 수 있나요? 저는 헤엄을 쳐야 하는데, 여태껏 못 갔답니다."

케이가 파이에게 다가와 말했어요.     

"안 돼. 이 마당을 나가면 위험해! 우리는 집에서 벗어나면 안 돼. 우린 할머니가 안 계시면 나가지 않아. 너도 조심해야 해. 세상에는 나쁜 것들이 수없이 많단 말이다."

제트도 파이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할머니의 붉은 실뭉치를 돌돌 말며 매달리기 놀이를 했어요. 그때 누워있던 옆집 강아지 펄프가 파이에게 다가왔어요.     

"파이, 파이. 나 나 따라와. 나 나 따라와. 나는 간다. 연못. 나는 간다고. 연못."

펄프는 앞장서 마당을 나왔어요. 파이가 마당을 통해 바깥으로 나갈 때까지도 케이와 제트는 못 본 척 딴청 피웠지요.

파이는 펄프를 따라 연못으로 갔어요. 펄프는 “간다, 연못!”, “간다, 연못!”을 기분 좋게 외치며, 사뿐사뿐 계속 걸어 나갔답니다.     

마침내 도착한 연못에 수많은 새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어요. 막내 파이는 물을 보자, 엄마와 강가에 갔던 일이 생각났어요.

그런데 그때 뒤에서 강아지 펄프에게로 숨어있던 까마귀들이 모여들더니, 펄프를 괴롭히기 시작했어요.     

"저리 가라! 저리 가라! 내 이름은 펄프, 내 이름은 펄프. 오지 마라, 오지 마."

까마귀들은 펄프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펄프를 둘러싸고는 날개를 펼쳐들며 위협했어요. 막내 파이가 펄프를 도우려고 하자, 까마귀들은 더 격렬하게 움직이며 까악, 까악 하며 파이까지 막아섰답니다.     

그때 뒤에서 잽싸게 뛰어오는 제트가 보였어요. 제트 바로 뒤에서는 날개를 펄럭이며 빠르게 뛰어오는 케이도 보였지요. 이내 케이와 제트는 펄프를 구하려고 파이와 힘을 합쳤어요.

파이와 친구들은 까마귀에 맞서 싸웠답니다.     

"까악! 까악! 이 연못에 겁도 없이 오다니, 이제 너희들은 못 돌아갈 거다. 아주 혼쭐을 내줘야지. 까악! 까악! 이 겁도 없는 녀석들."

바로 그때 연못에서 헤엄을 치고 있던 백조들이 파이에게 날아와 앞에 있는 까마귀들을 혼내줬어요. 까마귀들은 몹시 놀라 순식간에 도망쳤답니다.     

막내 파이는 날아와 도와준 백조들이 너무 아름다워 보였어요. 케이와 제트, 펄프도 백조들의 화려한 모습이 너무 예뻐 한참 넋을 놓고 봤답니다.

잠시 후 백조들은 하늘로 순식간에 날아올랐어요. 그러고는 어디론가 날아갔답니다. 마저 날아오르려던 연못가에 있던 백조 한 마리가 파이에게로 다가왔어요.     

"너도 같이 갈래?"

"네? 제가요? 저는 아쉽게도 날 수 없어요."

"아니란다. 넌 우리와 같은 백조란다. 날개를 펼쳐보렴. 고개를 하늘로 향하게 하고 힘차게 날갯짓을 해보렴. 우리와 함께 가자꾸나. 너는 우리와 함께 가야 해!"

그때였어요. 파이가 백조의 말을 듣고는 날개를 힘껏 펄럭이자, 몸이 날아오르기 시작한 거예요. 하늘로 날아오른 파이가 땅에 있는 제트와 케이, 펄프를 보며 작별인사를 했어요.     

"모두 고마워요! 난 태어나서 여태껏 미운 아이로만 살았어요. 이번에 제 무리와 같이 가야 할 것 같아요."

"그래! 멀리 날아가거라. 넌 최고로 아름다운 백조란다. 저런 백조와 같이 살았다니 나는 너무 감격했어. 이제 넌 어디든 갈 수 있어. 자유롭게 날아가."    

제트와 펄프도 날갯짓 흉내를 내며 반갑게 파이에게 작별인사를 했답니다. 막내 파이는 고마운 마음을 간직하고는 백조들과 함께 날아갔어요.     

한참을 날아가던 백조들은 마지막 휴식을 위해 강가로 갔어요. 그곳에는 엄마 오리와 오리 형제들이 헤엄을 치고 있었답니다.     

그러다 막내 파이를 발견한 첫째 오리가 말했어요.     

"우와~ 너무 멋진 새들이다. 우아한 날개와 아름다운 깃털을 좀 봐."

형제 오리들은 막내 파이 곁으로 모여들더니, 하나같이 예쁘고 멋진 파이를 보며 즐거워했지요.

엄마 오리도 형제들 곁으로 다가왔어요. 그러고는 백조가 된 막내 파이를 보고는 말했어요.     

"이상하다.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인데..."

"엄마! 저는 그 몸집이 크고 못 생겼던 막내랍니다."

파이가 말하자, 모든 형제와 강에 있는 오리들이 몹시 놀랐어요. 엄마는 막내 파이를 보자, 너무 반가워 눈물을 흘렸답니다.     

잠시 후 백조들은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어요.     

"파이! 어서 가자. 앞으로 더 멀리 날아가야 해. 우리는 바다를 건널 거야. 그리고 아주 멋진 곳에서 지낼 거란다. 어서 와!"

막내 파이는 자신의 엄마인 오리에게 다가가 인사를 하고는 화려하고 멋진 날개를 펼쳐 보이며 하늘로 날아갔어요. 아주 멀리 날아간 파이는 무리를 따라서 떠났답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날이 따뜻해지면 가끔 엄마 오리를 만나러 강가에 들렸어요. 그리고 제트와 케이, 그리고 침 흘리며 반갑다고 달려드는 펄프를 만나러 가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모두는 사이좋고, 행복하게 지내게 되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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