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에서 우크라이나까지, 왜 인류는 끊임없이 싸우는가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
어쩌다 보니 사적인 북토크를 기획, 진행하게 되었다.
물론 누가 시킨 건 아니다. 내가 스스로 벌린 것일 뿐.
이번 시즌에 트레바리 클럽장을 맡은 반려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이야기 -
우리 둘이 공동으로 진행할 수 있는 북토크 어젠다로는 무엇이 있을까, 그런데 기후 위기만 논하는 그런 건 싫다, 기후는 일부러라도 이번에는 한 발짝 피해 가고 싶다, 재해 재난은 어떨까, 오 그거 좋다, 그런데 문제는 적절한 책이 많이 없다, 어쩌지.
재난... 광의의 재난이라면, 전쟁은 어떨까. 전쟁 또한 재난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재난을 파악하고 이해하고 대처하는 시각에서 전쟁을 바라볼 수는 없을까. 만약 전쟁을 주제로 할 거라면 비교적 근래에 출간된 <전쟁과 학살을 넘어>는 어떨까. 가장 최근의 전쟁인 우크라이나 전쟁도 다루는 동시에, 인류 현대사의 전쟁들을 아우르는 책이라서 화두를 던지는 용도로 좋을 것 같은데.
그런데 만약 이 책을 진행한다면 그 주도권은 내가 쥐어야 할 텐데, 내가 불특정 다수를 이끌고 북토크라는 걸 진행할 역량이 될까? 단순히 참여자가 아니라 좌중의 흐름을 파악하고 적절한 물음을 던지고 답변을 유도하고 정리하며 연관 도서나 콘텐츠도 적재적소에 제시하는 그런 모더레이터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
... 모르면 실험해 보면 되지 ^^^^^^^
그렇게 나의 책친구 무리에 제안(통보)했다.
우리, 실험 삼아 이 책으로 미니 북토크해요.
님들은 나의 진행 역량 테스트용 모르모트임.
그리고 그들은 너무나도 즐겁게 실험 표본집단이 되어주었다고 한다. 세상에, 제목도 표지도 팍팍한, 자그마치 <전쟁과 학살을 넘어>라는 책을 완독하고 토론하자는 제의에 이토록 신나게 응해주는 책친구 모임이라니.
그런데 일반 불특정 대중 평균 대비해서 다들 독서력 및 사회경험치 및 통찰력 수준이 높아서 사실 표본집단 설정에 오류가 있었던 것 같지만... 넘어가자.
북토크 준비를 위해서 책을 1.5-2회독 가량 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을 많이 했다. 책 내용 자체에 대한 복기보다, 이 책을 매개체로 해서 유의미한 질문들을 던지고 싶었다.
이 사람들이라면 책은 성실하게 다 읽고 생각도 해왔을 것이니 그 내용에 대한 단순 반복은 별 의미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 또한 과거의 일부 북토크에서 별 의미도 통찰도 없는 질문들이 지겨웠던 기억이 있다. 이 인물은 왜 그랬을까요? 류의.
하지만 그와 동시에 너무 추상적이기만 한 거대담론에 그치지 말고 실제로 내가 읽은 텍스트, 연관된 실제 사건사고와 연결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했다. 그럼에도 이번 발제는 아무래도 거대담론 비중이 너무 커져버린 것 같기는 하네. 뭐, 이번에는 나도 진행이 처음이었고 일종의 사회적 실험이었으니까 다음에는 이런 점을 보완해서 조금 더 down to earth 화두를 늘려봐야지.
아래에 내가 뽑아간 발제문 중 일부를 소개해본다 :
ABOUT AUTHOR
- 이 책의 공동 저자 2인은 ‘국제 문제 전문 기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가집니다. 어떤 책을 읽기 전에 저자들의 나이, 배경, 성향을 파악하는 것은 그 책을 이해하는 데에 보탬이 될까요? 아니면 확증편향을 강화해 주는 부작용을 가져올까요? 어느 쪽이든 관련 경험이 있다면 공유해 주세요.
- 책 자체에 대한 정보는 전혀 없는 상태에서 관심 작가의 저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책을 선택해 본 경험이 있나요? (블라인드픽) 그때의 독서에 대한 만족도는 어땠나요?
ABOUT BOOK
- 이 책은 국제사회의 주요 전쟁 및 분쟁들에 대해서 꼭지별로 설명하고 분석하는 특성상, 역사적 팩트의 나열이 많습니다. 마치 역사책 내지는 교과서처럼 보일 수 있는 요소들이겠지요. 저자들이 기자 출신이라는 점도 작용했을 수도 있겠습니다. 이런 서술 방식에 대한 본인의 생각, 취향을 이야기해 볼까요? 내용의 전달을 위해서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요?
- 한편, 저자들은 ‘정당화될 수 없다’ 또는 ‘엄연한 범죄다’라는 식으로 본인들의 비판적 판단을 중간중간 드러내기도 합니다. 팩트와 의견, 객관과 주관, 그 적절한 균형은 어디에 있을까요? 분석적 논픽션의 저자는 현상 및 평가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해야 할까요?
- 전쟁, 학살, 고통 등을 주제로 하다 보니 매 사건에 대해서 ‘가해자’를 설정하고 ‘선과 악’의 구도에서 바라보기 쉬울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건국 당시 이-팔 갈등을 부추긴 영국이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등이 그 예가 되겠죠. 하지만 ‘도덕’이라는 잣대를 가장 큰 기준선으로 상정하고 이 책, 그리고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과연 유의미할까요?
ABOUT THOUGHT
- 전쟁, 분쟁, 갈등, 군사작전, 쿠데타, 진압… 모두 연결되는 개념이며 때에 따라서는 동일한 사건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러시아도 초반에는 ‘특별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했지요. 즉, 이것은 전면적인 전쟁이 아니며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 비나치화’ 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어감을 강조한 것입니다. 국제사회 또한 이 침공을 ‘전쟁’ 또는 ‘침략전쟁’으로 정의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렸지요. 이런 ‘정의(definition)’가 인간의 인지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 한국에서 ‘난민’과 관련된 큰 규모의 화두로는 : 2018년 제주도 정착 예멘 난민, 그리고 2021년 이송된 아프간의 ‘조력자들’이 있겠지요. 두 사례에 대한 여론의 온도차는 몹시 컸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난민과 관련해서는 아직까지도 ‘지지하는 인도주의자’와 ‘반대하는 실용주의자’라는 흑백 논리 프레임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인식의 오류는 무엇일까요? 어떤 의견을 더하고 싶나요?
- 저자들이 던지는 질문을 따라가면서 같이 생각해 봅시다 : 전쟁 범죄를 왜,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가 / 인류의 역사를 통틀어 전쟁은 늘 존재해 왔고 불가피하다고 볼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처벌이 의미 있을까 그리고 실효가 있을까 / 전쟁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 한국인들에게 전쟁과 파병, 그리고 난민은 어떤 의미인가 / 지연된 정의가 과연 정의인가
BEYOND BOOK
- 책에 언급된 연관 콘텐츠(책, 드라마 등) 중에서 눈길이 가서 조용히 기억해 두거나 메모해 둔 게 있나요? 또는 이미 본인이 읽거나 봐서 보다 쉽게 연관 지을 수 있는 콘텐츠가 있었나요?
- 책을 넘어서 시야와 생각을 확장해 봅시다. 책에서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더라도 읽은 내용과 연결해 볼 수 있거나 여기에서 연상해 볼 수 있는 콘텐츠는 무엇이 있을까요? (책, 공연, 영화, 연극, 기사 등 장르 불문)
AND...
- 공통으로 읽은 이번 책, 그리고 처음으로 함께 진행해 본 미니 북토크. 어땠는지 자유롭게 말해주세요. 특히 앞으로 이런 이벤트를 또 한다면 어떻게 해야 더 발전이 있을지도 의견 주세요.
틈틈이 등장하거나 마지막에 관련 콘텐츠 추천에서 등장한 각종 책, 영화, 드라마, 공연들의 목록을 솎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물론 이게 다는 아니지만! 다들 문화 다방면에서 보고 읽고 생각한 게 많아서 더 풍성했음!)
BOOK
- 가짜 민주주의가 온다 | 티머시 스나이더
-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 | 구정은
-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 구정은, 이지선
- 천 개의 찬란한 태양 | 할레드 호세이니
-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 샌델
-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 | 조 사코
-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 | 김동현
- 히틀러를 선택한 나라 | 벤저민 카터 헷
- 한낮의 우울 | 앤드류 솔로몬
- 김소연 시인 시집들
-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 마이클 셀린버거
PERFORMANCE
- 마우스피스 => 타인의 이야기로 돈을 버는 것에 대하여
- 이프 덴 => 파병과 관련하여
MOVIE/DRAMA
- Big Short (Netflix)=> 서술자가 거리를 잘 설정한 논픽션의 예시. 대척점에 서있는 영화로, 국가 부도의 날
- Vice (Netflix)=> 정치적 결정 뒤의 이해관계, Global warming v. Climate change... definition matters
- Billions (Netflix) => 911 테러에 대한 사전/실시간 정보로 돈을 번 주인공의 딜레마
- Years&years (Watcha) => 난민 이슈
발제문 중에서 몇 가지 꼭지에 대해서만 복기를 해보자.
(나) = 외국계 기업 종사자, 언어 근본주의자
(정) = 의료계 종사자, 도파민 속물장르 애독자
(양) = 공공기관 종사자, 집순이, 도서관 대여 다독자
(김) = 국내 기업 종사자, 번역 및 심리학 고관여자
Q. 관심 작가의 저서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책을 선택해 본 경험이 있나요? (블라인드픽)
A. (나) 사실 이번 책이 어떤 면에서는 이에 해당한다.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을 비롯한 전작들을 읽어봤고 그 특유의 휴머니티 인 저널리즘을 좋아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목도 표지도 테마도 다소 진입장벽이 느껴질 수도 있는 이번 책 또한 선택할 수 있었다. 많은 전쟁과 사건사고들을 아우르는 데에 그 기자적 시각과 과하지 않은 거리감이 도움 될 거라고 생각했다.
A (정) 아시다시피 저는 속물 장르 도파민 중독자... 정아은 작가의 <잠실동 사람들>이 해당 장르의 백미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서는 동일한 바이브를 느끼지 못했음.
A (김) 김소연 시인의 작품들. 그런데 시인의 경우, 활동한 시기에 따라서 시적 감수성에 편차가 크다고 느꼈다.
Q. 책의 특성상, 역사절 사실의 나열이 많습니다. 저자들의 기자 출신이라는 점이 작용했을 수도 있지요. 이런 방식에 대한 의견을 나눠볼까요. 내용의 설명, 전달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을까요?
A. (정) 내 경우에는 잘 모르는 주제였기 때문에 이렇게 각 사건을 챕터별 주제별로 나눠서 차근차근 충분한 설명을 하고 매 챕터 뒤에 연도별 요약을 해놓아서 좋았다. 읽은 내용들을 사건 순서별로 매치하면서 이해도를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 (이과생 입장에서 친절한 설명!)
A. (김) 나열이나 설명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다만 작가들이 초반에 '이런 일들이 왜 일어나며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이에 대한 대답은 충분히 하지 않은 감은 있다.
A. (양) 내 경우에는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비망록>이라는 책을 통해서 적어도 이-팔 갈등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가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의 서술이 입문자에게 적절한 친절한 책이라고 느꼈다.
Q. 팩트와 의견, 객관과 주관, 그 적절한 균형은 어디에 있을까요? 분석적 논픽션의 저자는 현상 및 그 평가로부터 어느 정도 거리감을 유지해야 할까요?
A. (김) 이 책에서는 그 거리감 설정의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한낮의 우울>이 아마도 거리감 설정 미스, 즉 너무 가까운 거리감의 예가 될지도.
A. (양) 가치 판단을 대부분 배제하면서 특정 부분에서는 이해를 위해서 어느 정도 비판적 서술이 포함되어 있다. 후자의 경우에도 인류 보편적으로 비난할 만한 내용에 한해서 등장해서 과하지 않다고 생각. 원래는 논픽션 저자가 의견을 많이 담는 걸 선호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제가 분명히 드러나있고 좋은 화두를 던진다면 좋게 받아들이는 편. <정부가 없다>가 여기에 해당. <지구를 위한 착각>은 저자의 가치 판단이 굉장히 강하게 드러나서 호불호 갈리는 사례.
A. (나) <정부가 없다>의 경우에는 행간에 새어 나오는 분노가 느껴지는 책이었다. 그런 동시에 기자 출신의 저자가 저널리즘 정신으로 최대한 노력해서 제3자적 시각으로 서술하고 비판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려고 노력한 게 느껴진 책. 사실 이태원 참사의 경우, 직접 피해자들이나 유족이 쓴 책은 좀처럼 읽게 되지 않았다. 아마도 그 당사자성이 가득한 서술을 직면하기가 버거워서 그런 게 아닐까. 참고로 구정은 작가의 전작인 <사라진 버려진 사라진>은 핍박받은 황폐한 상황과 풍경에 대한 묘사가 많은데 이 와중에 저자의 쓸쓸한 감정이나 다정한 시선이 드러나는 부분이 좋았다. 이런 비중이 더 높았어도 매력적이었을 거라 생각. 물론 그게 과해 지지 않게 끊임없이 절제를 한 것 또한 매력이지만.
Q. 러시아도 초반에는 '특별군사작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이것은 전면적 전쟁이 아니며 우크라이나를 '비무장화, 비나치화'하기 위한 작전이라는 어감을 강조했습니다. 국제사회 또한 이 침공을 '전쟁'으로 정의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지요. 이런 '정의(definition)'가 인간의 인지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A. 각자가 던져 넣은 각종 사례들
이태원 사태 v. 이태원 참사
을사조약 v. 을사늑약
일제시대 v. 일제강점기
Chairman v. Chairperson
남녀 공용 화장실 v. 성 중립 화장실
여기자 및 여교수 협회 등등
Q. 풍년에는 작물의 과다 공급으로 인해 가격이 떨어지고, 전쟁이 일어나면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의 수요/공급 원리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존이 걸려있는 전쟁으로 인한 물가 상승을 이용하여 돈을 버는 일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도 있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생각은?
A. 관련 콘텐츠
미드 Billions
미드 Vice
연극 마우스피스
Q. 전쟁, 학살, 고통 등을 주제로 하다 보니 매 사건에 대해서 '가해자'를 설정하고 이를 비난하며 '선과 악'의 구도에서 바라보기 쉬울 것 같습니다. 이스라엘 건국 당시 이-팔 갈등을 부추긴 영국이나,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등이 그 예가 되겠죠. 하지만 '도덕'이라는 잣대를 가장 큰 기준으로 상정하고 이 책 그리고 역사를 바라보는 것이 과연 유의미할까요? (추가 질문 : 도덕은 사치일까요?)
A. (양) 얼마 전에 읽은 <삼체>의 세계관에서는 우주에서 상대 문명을 발견하면 즉시 죽여야 한다는 설정. 도덕이라는 것은 결국 생존이 확보되었을 때에 생각해 볼 수 있는 가치.
A. (김) 동의한다. 그런 의미에서 도덕은 사치가 맞을지도. 다만, 도덕이라는 기준을 가지고 역사를 바라보는 건 유의미하다. 인간의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윤리적 감수성이라고 생각하는 범주가 끊임없이 확장되어 온 것을 볼 수 있다. 성별, 인종, 이제는 동물까지.
A. (나) 일종의 유물론적 사고를 가진 나로서도 도덕은 당장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 또한 동의. 그 손에 잡히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기준선, 가이드라인이 인간의 사고와 행동에 어떤 물꼬를 터주었다고 생각한다. 당장 도덕을 따지고 들었을 때에 실제로 달라지는 건 없지만 그로 인해 생겨나는 길이 존재한다.
모아놓고 보면 꽤 살벌한 비주얼이지만, 겉보기보다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친절한 책이다. 물론 내용은 비극적이고 참혹한 것도 맞고, 읽다 보면 역시 인류 대환멸이 강화되는 것도 맞다(...) 하지만 끝없이 비관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갑자기 인류 대화합 평화 같은 급발진 결말로 치닫는 것도 아니라, 가급적이면 담담하게 왜, 누가, 어떻게, 어떤 일을 벌였는가, 그로 인한 결과가 무엇인가... 에 대한 충분한 고찰을 한 책이었다.
이런 책의 매력에 비해서 <전쟁과 학살을 넘어>라는 (좋게 말해서) 고전적인 제목과 다큐멘터리스러운 표지 디자인이 오히려 좀 아쉬웠다. 당장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조금 더 은유적인 방법으로 이 책의 톤앤매너를 잘 나타낼 수도 있지 않았을까.
구정은 작가의 전작 <사라진 버려진 남겨진>의 쓸쓸하고 황폐한 색감과 타이포, 그리고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의 단호한 폰트와 구두법의 사용은 내가 참 좋아하는데 말이야.
아무튼 딱 1시간 반만 하자! 라고 시작했던 북토크는 아니나 다를까 2시간을 훌쩍 넘겨버렸다. 그나마 여기에서 끊자! 라고 마무리를 지었기에 망정이지. 그리고 나는 발제문을 준비해 갔기에 어느 정도 그 페이스에 맞췄고, 다들 모범생들답게 그 발제문 순서에 충실했기 때문에 마지막 질문과 함께 막을 내릴 수 있었다.
전쟁과 학살을 넘어
사라지고 버려지고 남겨져도
여기에는 결국 사람의 말이 있으니까
Let there be justice
라는 흐름으로 시퀀스를 짜서 찍은 인증샷 :)
생각해 보면 -
책에서 책으로 이어진 유니버스.
2023년 봄, 정혜승 작가님이 진행한 김희경 작가님의 <에이징 솔로> 북토크를 계기로 이 난데없는 모임이 형성이 되었고.
2023년 여름, 비건과 파이어, 그리고 영문 번역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 모임에 멤버가 1인 추가되었으며.
2023년 겨울, 이들에게 <정부가 없다> 저자 친필본을 선물했고. (작가님 왈, 아니 자기는 이런 불온서적을 선물할 친구가 그렇게 많아요...?)
2024년 봄, 구정은 작가의 <전쟁과 학살을 넘어>라는 책으로 우리끼리 사적인 미니 북토크를 제안해서 진행했고.
생각해 보면 구정은 작가를 알게 된 것은 2016, 2017, 그리고 2020년에 트레바리를 함께 한 정혜승님의 책 소개 덕분이었고.
그런 유니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