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받았던 동백꽃. 애지중지하며 하루하루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던 시절이 있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난 삶을 살아가는데 벅차고 바빴고 그리 소중하고 애틋했던 것이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꽃이 되었다. 나의 꽃이 아닌 그냥 꽃. 길 가다가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냥 그런 존재.
사람도 사랑도 다 똑같을까.
내 프레임이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따라가게 되고, 내 시야를 좁게 만들어 화면에 가득 차게 만들어버리는 것. 그때는 그 사람의 모든 것에 집중하게 되고 누구보다 반짝반짝 빛나 보이고 사랑스러워 보인다.
그럼에도 마음에서 멀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고 무뎌지게 되는 걸까.
내 영화의 주인공이었던 사람이 엑스트라가 되는 시점.
특별했던 관계성이 상실되는 시점.
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이 되는 시점.
나 또한 누군가의 영화 속 주인공이었을지도 모른다. 주인공이었다 엑스트라가 되었을지도 모르고 이제 더 이상 출연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또다시 누군가의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게 되는 경우도 오겠지.
나는 과연 어떤 작품의 어느 장면 속 운명의 장난으로 당신 앞에 나타나게 될까. 당신 또한 어떤 타이밍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앞에 나타날까.
마음이 멀어지는 일이 없을, 서로가 서로의 주인공이 되는 시점. 난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 시야를 당신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