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에 대해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뭘까?
일단 자연의 일부분으로 평화로움을 느낀다.
숲에 들어섰을 때 맑게 들려오는 예쁜 새소리를 들으면 그렇다.
하지만 숲을 끼고 있는 아파트에서 오래 살다 보니 그런 느낌은 단편적인 것임을 알게 되었다.
내가 사는 동은 바로 숲 앞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새들이 근처에 둥지를 틀었는지 동이 틀 무렵 새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역시 새들은 부지런해. 이렇게 일찍부터 깨어서 활동하는구나' 생각하고 흐뭇하게 들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격언도 떠올렸다.
새소리도 예뻐서 일찍 잠이 깼는데도 기분이 상쾌했다.
한데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새소리는 차츰 소음이 되기 시작했다.
새들의 둥지 정도가 아니라 아지트가 있는 것 같았다.
어떤 때는 왁자글왁자글 하면서 새들이 모여서 떠들기도 했다.
그때 알았다. 새들도 엄청 시끄럽고 수다스럽다는 것을.....
그러다 보니 새소리가 아름답다는 생각은 차츰 옅어지기 시작했다.
이름은 모르지만 참 예쁘게 생긴 새들을 보게 되었다.
꼬리가 길고 머리에 까만 모자를 쓴 듯한 새였다.
아파트를 낀 숲은 물론 아파트 내에서도 수시로 날아다니는 새여서 눈에 띄었다.
'저 새는 뭘까?'
처음 보는 새였지만 자주 보니 궁금증이 생겼다.
그런데 까만 모자 새는 생김새에 비해 깡패스러운 면이 있었다.
까치 한 마리가 나무에 앉아 있는데 까만 모자 새가 다가가더니 뭐라고 소리치는 것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시비를 거는 듯했다.
또 한 번은 나무 안에서 싸우는 듯한 요란스러운 새소리가 들려서 지켜보았더니, 갑자기 나무에서 까치 한 마리가 다급하게 튀어나와 날아가고 그 뒤를 까만 모자 새들이 쫓아가는 것이었다. 까만 모자 새들은 까치에 비해 삼분의 일 정도 되는 크기였지만 떼 지어 쫓아가니 까치도 혼비백산해서 날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때부터 까만 모자 새를 좀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작 내가 충격을 받은 일은 그로부터 얼마 되지 않아서 터졌다.
숲에서 아파트 후문으로 통하는 길이 있다.
산책로라고 할 수도 있고 후문에서 바깥으로 가는 길이 되기도 한다.
수시로 사람들이 드나드는 곳이라 으슥하지도 않다.
어느 날 장을 보고는 그 길로 걸어가는데 후문 근처에 까만 모자 새들이 여러 마리 앉아 있는 것이었다.
여러 마리가 이 나무, 저 나무에 앉아 있으니 조금 겁이 났다.
하지만 후문이 바로 근처에 있어서 별로 경계하지 않고 지나가는데 갑자기 정수리가 무엇에 얻어맞은 듯 얼얼했다.
'뭐지?'
뒤를 돌아보는데 바로 보이는 나무 위에 앉은 까만 모자 새와 눈이 마주쳤다.
느낌에 그 새가 내 머리를 때리고 간 것 같았다.
실수는 아니고 일부러 치고 간 것이 분명했다.
발톱에 맞았는지 꽤 아팠다.
나를 때린 새는 아닌 척 그 자리에 꼿꼿이 앉아 있었다.
'네가 날 어쩔 건데?'
까만 모자 새는 그런 생각으로 나를 보는 듯했다.
아픈 것도 아픈 거지만 새한테 맞은 게 약이 올랐다.
집으로 돌아와서 도대체 무슨 새인가 싶어서 새 도감을 찾아보았다.
물까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물까치는 공동육아를 하는데 산란기가 되면 예민해져서 둥지 가까이로 오는 동물은 물론 사람까지 공격한다고 했다.
나는 둥지가 어디 있는지도, 알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근처를 지나가다가 어이없이 맞은 것이다.
으슥한 곳도 아니고 산책로에 터를 잡고 지나가는 사람을 때리다니 경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모성본능으로 하는 행동이니 어쩌랴!
새끼를 보호하려는 행동으로 공격한 것이니 사람이 피할 수밖에.
그 후 산책로를 지나가다 물까치들이 날아다니는 걸 보면 양산을 쓰고 선글라스를 끼게 된다.
한 번은 아주 희한한 광경을 보았다.
산책로 초입으로 올라가려는데 까치 두 마리가 무섭게 싸우는 것이었다.
새들은 그렇게 싸우는지 처음 보았다.
서로 배를 맞붙여 튕기면서 깍!깍!깍!깍! 소리치며 싸웠다.
날개를 마구 휘저으며 싸우니 까치들이 훨씬 커 보였다.
마침 그 모습을 구경하는 아주머니가 있길래 나도 모르게 "쟤네들 왜 싸워요?" 하고 물었다.
마치 사람들이 싸울 때 옆사람한테 묻는 것처럼.
그 아주머니인들 까치들이 왜 싸우는지 어찌 알랴 싶지만 하도 궁금해서 저절로 묻게 되었다.
"몰라요. 아까부터 싸우고 있어서 보고 있어요."
아주머니도 보기 드문 광경이라 호기심을 갖고 지켜본 것이다.
그 근처로 갔다가는 불똥이 나한테 튈까 봐 그 자리를 피해 다른 길로 돌아갔다.
까치가 일대일로 싸우는 모습은 처음 보는데 지금도 그 이유가 미스터리하다.
내가 사는 아파트 옆의 산을 개발하며 새로 아파트가 들어섰다.
새들의 터전이 좁아져서인지 요즘 새들이 사람들이 사는 곳에 부쩍 모여드는 것 같다.
까마귀도 심심찮게 보이고 산비둘기나 직박구리도 보게 된다.
고속버스터미널이라는 번화한 곳에서 가로수에 자리를 잡고 까악거리며 날아다니는 까마귀들을 보면 묘한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새들의 터전을 자꾸 훼손하니 새들도 사람이 많은 곳에서 적응해 가며 살게 된 것일까?
생각보다 새들이 사납고 공격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결국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