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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조건형 Apr 19. 2024

책리뷰

도박중독자의 가족(이하진 지음)

도박중독자의 가족(이하진 지음)


뜨거운 만화를 순식간에 읽었다. 이하진 작가님에 대한 인터뷰 글이 <그리고, 터지다> 라는 박희정님의 책에 실려 있어서 그 인터뷰부분을 따로 읽고 만화를 읽었다.


도박중독자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다. 도박이 요즘은 주식과 코인으로 옮겨 갔고, 그것또한 도박중독과 같은 형태를 띄고 있다. 작가님의 세째 시동생이 주식,코인 중독에 빠지고 그 가족들은 공동 의존 상태에 빠지게 된다. 공동 의존이란 해당 중독자와 자신을 분리하지 못한체, 그를 돕겠다는 마음이 그와 그 가족들을 더 힘든 구렁텅이로 내몰리게 하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한국사회에서 며느리들은 시어머니의 행포에 독립적으로 행동하기가 쉽지 않다. 여성이 도박중독이 되는 경우보다 남성이 도박중독이 되는경우가 훨씬 많은데, 여성이 도박중독이 되면 남편은 떠나버리지만, 남성이 도박중독이 되면 아내가 쉽게 떠나지 못하는 것은 여전히 한국사회가 가부장 사회라는 반증일 것이다.


작가님은 어른들의 싸움속에서 자랐고, 부모들의 자녀들에 대한 기대가 심한 환경속에서 자라다보니 자신이 하고 싶은 만화를 제대로 할수없어 일반 대학에 진학을 하시게 된다. 사람들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좋겠다, 팔자 좋네 라는 말을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힘든 환경속에서도 그것을 버티기 위해 예술작업을 하는경우가 종종 있다. 작가님 또한 그런 경우다. 가족의 공동의존 상태때문에 일상이 망가지게 되면서 자신이 바로 서기 위해서 무언가에 몰두하는게 필요했고, 그것이 만화작업이었다.(만화 그리는 일은 장시간의 중노동이기에 만화 그리는 일이 마냥 행복한 일만은 아니다) <카산드라> 라는 웹툰을 2부까지 열심히 연재를 하신다. 역사속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주체적인 여성들의 존재는 없었다. 여성은 존재했지만, 역사가 그들의 존재를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화속의 카산드라와 헬레네를 주체적인 여성으로 해석하며 그린 만화가 <카산드라>이다. 다시 제 연재를 시작하셨다고 하시긴 하는데, 아직 종이 출판으로 나오지 않은 점이 아쉽다. 어쨓든 만화 작업에 매진하다가 연재를 잠정 중단하게 된 것은 자녀가 유치원에서 따돌림을 당하게 되면서부터다. 그 아이가 제대로된 돌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그런 환경을 조성하는데 집중하시게 된다.


<도박중독자의 가족>에서 작가님은 도박중독 상담도 받으신다. 도박중독은 쉽게 근절되지 않는다고 한다. 우울증또한 마찬가지이다. 가정환경이나 어릴적 상처나 트라우마로 형성된 우울증은 학습된 무기력처럼 우울증으로 감정반응회로가 새로 형성되어버린 상태이다. 그것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고, 그렇다면 새로운 반응 회로를 만들어야 하는데, 새롭게 반응 시스템을 만들기까지는 우울증에 형성된 그 곱절의 시간이 필요로 한다. 그래서, 종종 우울증을 겪는 분들이 잘 지내다가 다시 심하게 우울해지고 죽고 싶고 그런생각이 든다는 말씀에 나는 종종, 자연스런 일입니다. 괜찮습니다. 일단은 지금의 상태에서 벗어나고 버티는 것에만 집중하세요. 라고 말한다. 나또한 안정적으로 지내기까지 29년의 우울증의 시간을 거쳐서 알기 때문이다. 도박중독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자신이 의지가 약하고 도박중독에서 회복되는 것이 쉽지 않는 것을 인정하고 때론 도움도 받고 주변에 알리는 것이 기본이라고 말한다. 우울증도 마찬가지이다. 자신의 의지로, 자신의 노력만으로 괜찮아지는 질병이 아니다. 때론 타인의 도움도 받고 약도 먹고 상담도 받고 지난한 시간을 여러사람들과 함께 버티고 생존해야 괜찮아지는 질병이다. 그래서, 우울증 자조모임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울증을 겪는 누군가가 고립되지 않는 마음으로.


만화의 결말은 그래도 각자가 괜찮아지고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지만, 그 짧은 몇장의 후기만화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압축되어 있을지 나는 가늠이 된다. 세째 시동생도 어디에선가 일용직 노동을 하며 재활의 시간을 가지고 있는것처럼 그리고 있지만, 그 또한 다시 주식이나 코인을 하게될지도 모를 이야기이다.(물론 잘 버티고 회복의 방향으로 잘 살아가시길 응원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작가님또한 자신의 만화체가 요즘 트렌드와는 맞지 않고 만화시장또한 대량물량으로 공세하는걸 알기에 호다라는 팀을 꾸려 만화작업을 하신다. 이게 호다의 첫번째 작품이다. 호다의 다음 작품도 나는 크게 기대가 된다. 작가님은 말한다. 이렇게 호다를 만들어 단체 작업을 하고 있지만, 이 작업이 잘될지는 모른다고. 다만, 워낙 인생의 바닥을 수없이 찍어본 경험을 하신 분이기에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 생각에 안되더라도 아쉬울게 없다고 생각하신다. 나는 그 태도가 좋다. 안되면 말고 정신. 그래서,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를 계속 해보시면 되고, 호다를 운영하는게 또 어려워져서 호다 활동을 못하실수도 있지만, 여성의 삶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가님의 만화 세계관에 관심이 많고 응원을 하고 싶어졌다. <카산드라> 또한 연재가 이어지고 나중에 책으로 나오면 꼭 읽어보고 싶다.


쉽지 않은 이야기를, 그 지난하고 힘겨웠던 시간들을 상기하며 정리하는 작업이 어디 녹녹했겠는가. 2023년에는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라는 작품으로 만화상도 받으셨다는데, 정말 그럴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우울증 자조모임 시즌2에서도 선정책으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픈 책이기도 하다. 너무 멋진 책이고 감사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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