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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조건형 Apr 19. 2024

책리뷰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김초롱 지음)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김초롱 지음)


이태원 참사 생존자의 증언이고 기록이다. 참사 생존자의 PTSD(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치유 기록이기도 하다. 김초롱 작가님은 참사 현장에 있었고, 다리가 붕뜨는 느낌으로 떠밀려 다니다가 그 흐름에서 빠져나올수 있어서 살아남은 생존자이다. 그 주변에서 사람들이 누워있고 사람들은 아비규환이고 그 현장에 있었던 분이다. 다행히 운좋게 살아 남았다는 그 사실이 오랫동안 작가님에게 죄책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들과 자신이 무엇이 다르다고 본인은 살아남고 다른 사람들은 죽었는가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


참사라고 말하는 것은 인원이 엄청나게 많이 몰리는 현장을 국가는 제대로 통솔하고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른들은 젊은들이 왜 할로윈데이에 그렇게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도 모르고 관심도 없었다. 나또한 사람들 많은 자리를 지극히 싫어하기 때문에 이태원에 젊은들이 몰리는 것에 대해 아예 관심이 없었지만, 작가님의 말처럼 한국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그나마 쉴수 있고 한 숨 돌리고 삶을 즐길수 있는 일년의 유일한 시간이었던 것이다. 한국사회가 젊은이들이 바득바득 경쟁하며 살지 않아도 되는 사회였다면 이태원에 그렇게까지 많은 사람들이 몰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들에겐 이태원은 해방구였던 셈이다.


국가 정책자나 관리자들이 이런현실에 대해 모른다면 이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제대로 찾아 들어야 할테지만, 제대로 알려고도 하지 않았고 이 일로 인해 제대로 사과한 인물도 처벌받는 이도 없었다. 작가님 말처럼, 유감스럽다 라고 밖에 못하는 정치적언어들. 왜 어른으로써 진심으로 사과할 줄 모르는 것일까.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진짜 어른일텐데.


이 책은 읽기가 힘들었다. 나또한 29년 동안의 우울증 경험이 있어서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라면 면역이 있어 잘 읽었을테지만,  PTSD에 대한 기록은 읽은 경험이 별로 없기에 (관련책도 많지 않다) 조금 읽다가 멈추고 조금 읽다가 좀 쉬고 그렇게 오랜시간에 걸쳐서 읽었다. 일상생활이 마비되기에 PTSD 판단이후 빠른 상담이나 대처가 중요하다고 한다. 작가님의 상담은 6개월로 종료되었다고 하지만, 그 참사의 후폭풍은 어느날 갑자기 튀어 나오곤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기록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시고, 책도 내고 여러자리에서 강연도 하고 북토크도 하시는 모습이 참 감사하고 귀하다는 생각에 작가님 모습을 그려 액자에 넣어 선물을 드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가려고 했던 독서모임에도 회사일이 너무 힘들어 쉬어야 했고, 작가님이 오시는 북토크에는 마침 또 회사 회식이 잡혀 버렸다. 그래서, 책을 너무 잘 읽었고 기록해주신 점이 너무 감사하다고 액자를 대신 전해달라고 책방 대표님에게 맡기고 왔다. 오늘이 그 북토크 날이다.


이 책뿐만아니라, 영화 <어른 김장하>를 보고도 그랬고, 내가 진행했던 남성 페미니스트의 강연에서 20대 남성 청중의 반응들을 보면서, 40대 후반을 향해 달려가는 남자로써 나또한 이들에게 좋은 어른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대, 20대, 30대들을 자주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들에게 천천히 살아도 좋고, 돈을 적게 벌어도 좋고, 결혼하지 않아도 좋고, 결혼하지만 아이 안놓고 살아도 좋고, 경쟁에서 꼭 이기지 않아도 살 수 있고, 우울증이 있어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해 줄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세상에서 일어난 일들을 잘 알아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책도 더 많이 읽고, 그들을 만나기 위한 자리도 자꾸 찾아보고 마련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또 글로 기록하고 그리고 중요한건 내가 즐겁게 살아야 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세상이 외면하고 묻힐만한 이야기들을 발굴하고 세상에 대신 그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하는 일은 중요하다. 어제 읽었던 <도박중독자의 가족>도 그렇고,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도 그렇다. 소수자의 언어이고, 사회에서 알려고 하지 않는 언어이고, 외면하고픈 아픈 이야기들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더 찾아 읽고 그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공부하고 후기를 남기고 기록해야겠다.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 책작업은 작가님이 본인이 생존하기 위해서 쓴 글이다. 다행이 이런 글이 없다보니깐 그 글에 반응하는 독자들이 있었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자꾸 찾아서 기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신 은유작가님도 본인이 힘겨운 육아현실에서 생존하기 위해 계속 글을 적으셨던 것이다. 본인이 살기 위해 글을 적었지만, 그에 그치지 않고 여러자리에서 북토크도 하시는 작가님의 모습이 참 감사하다. 오늘 북토크에 못가는 아쉬움을 이렇게 책 리뷰로 대신해 본다.


P.S: 김초롱은 작가님의 필명이고 참사 이전에 다른 책을 내셨다고 하는데, 어떤 책을 내셨을까 궁금하다. 다만, 참사 이전까지는 자기 나름대로 자신감 넘치게 진취적으로 살아오셨을거 같고 그런 내용을 기록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앞전에 낸 책과 이 책의 방향성과 분위기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아마 필명을 쓴게 아닐까라고 혼자 추측해 본다.


p89 - “이기적인게 나쁜거에요?”……“이기적인게 나쁘기만 한 것이라고 누가 그래요? 이기적으로 나만 생각해야 할 때도 있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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