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이야기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비장애형제 자조모임 ‘나는’ 글) 후기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라는 제목이 좋다. 다음달 우울증 자조모임에서 읽고와서 나누기로 한 책이다. 이번 우울증 자조모임에서는 15분글쓰기를 오래만에 참여자들과 해볼 생각이다. 주제는 책을 읽으며 떠올랐던 것으로 해보려 한다. 무얼할지는 모르고 참여하는게 좋아서 그때 참여자들에게 말할 생각이다. 15분글쓰기는 30대 중반 친구들과 하던 놀이로 15분동안 타이머를 켜고 두서없이 생각나는대로 손으로 집적 글을 적는 놀이이다. 우리는 글쓰기라고 하면 논리적이어야 하고 중언부언 하면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글쓰기 전부터 긴장하고 글의 체계나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생각하다보니 글쓰기를 어려워하고 시작도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냥 생각나는대로 적는 시간이다. 다 적은후 이야기를 낭독해서 읽고 그걸 가지고 이야기 나누는 놀이. 의외로 깊게 대화를 하게 되는 시간이 된다.
‘비장애형제’라는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있을것이다. 이 책을 만든 단체 ‘나는’은 정신적 장애를 가진 형제를 둔 비장애형제들의 자조모임을 말한다. 가족안에 장애인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의 관심은 오로지 장애 아이에게 가게 마련이다. 그들도 장애아이가 처음이다보니 그 장애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 좌충우돌하고 때론 주변에 장애 자녀의 존재를 숨기기도 한다. 같이 부모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아야 하건만, 늘 장애아이에게만 관심이 집중되다보니 비장애아이는 소외되고 부모의 눈치를 살피고 알아서 잘하는 아이로 요구 받는다. 혹시나 내가 알아서 잘하고 열심히 살지 않으면 부모에게서 버림당할까봐 하는 공포로 인해 늘 열심히 애쓰는 사람이 된다. 늘 열심히 살겨 성실하지만,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자기 존재를 의심하게 된다. 왜 장애 아이는 무조건적으로 이해받고 사랑을 받는데, 비장애 아이는 왜 그런 당연한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알아서 좋은 자녀 착한 자녀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해야할까. 비장애 형제들이 갖는 공통의 감정들은 우울증으로 발전되기도 하고, 자신조차 주변에 자애형제의 존재를 숨기게 되기도 한다.
그런 비장애형제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아 하면 어 하고 알아듣는 커뮤니티가 ‘나는’ 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섯명의 인물의 상황은 모두 다르다. 조현병이 있는 형제도 있고, 그 정신적 장애가 있는 형제를 대하는 방식들도 자녀가 부모를 대하는 방식들도 다 다르다. ‘나는’ 에서의 활동과 경청과 글쓰기 작업을 통해 이들은 부모에게서 독립하기도 하고 적당한 거리감을 찾아가기도 한다. 부모와 장애 형제는 힘들게 사는데 혼자 떨어서 잘살고 있으니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걸 알면서도 그걸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내가 그들과 거리감을 두고 떨어져도 그들의 생활에는 별로 변화가 없기도 하고 그래서 오히려 섭섭하기도 한다. 비장애형제들은 부모에게 인정받는 자녀, 장애형제에게 도움이 되는 착한 자녀가 되기를 거부하고 나로 서기위해 분투하고 애쓴다. 혼자라면 불가능하거나 오래걸리고 쉽지 않았을 작업이지만, 비슷한 경험을 가진 공감대가 있기에 서로를 응원하는 ‘나는’이라는 단체가 있기에 이들은 그 작업들을 서서히 해나간다.
개인상담을 받으며 자신의 문제를 하나하나 인지하고 알아채고 사유하고 문제에 부딪히는 과정들이 구체적으로 묘사된 사례도 있다. 불안함과 혼란이 있을때 그 감정들이 어디에서 왔을까 추적하고 상상해본다. 이런 작업들이 우울증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필요한 작업이다.
다음달 우울증 자조모임 ‘우리자리’에는 또 어떤 분들이 오실까 기대가 된다. 어떤때처럼 신청자가 없으면 모임을 취소할수도 있겠지. 그래도 이 책을 읽은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되어서 좋았다. 나는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내 존재자체로도 괜찮아야 된다. 그걸 수용하는 세상이 되길 천천히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