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공부
<국어, 수학, 페미니즘> 북토크 후기(제주 북카름 책방에서)
이임주 교장쌤의 <국어, 수학, 페미니즘>을 잘 읽고 한국사회에서 이런 페미니즘 교육실천을 이미 하고 있다는 것에 너무 감탄하고 반가워서 꼭 동백작은학교에 방문하고 싶었다. 마침, 제주에 내려가는 날에 제주 북카름 책방에서 북토크가 있었다. 북토크에 가기전에 먼저 동백작은학교를 방문했다. 이임주 선생님이 학교 곳곳을 소개해주셨다. 유기견 세마리와도 반갑게 인사를 했다.
북토크를 학생들이 준비했는데, 선생님도 어떻게 진행되는지는 당일까지도 모르고 계셨다고 했다. 학생 서로님이 몇일 전에 선생님에게 좋아하는 노래가 무엇이었냐고 물었다고 하는데, 오프닝 공연에서 선보이기 위해서였다.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두 곡을 부르며 북토크가 시작되었고, 세월호 생존자 이야기를 담은 만화 <홀>과 제주 4.3을 담은 <빗창>과 <소요>를 그린 만화가 김홍모 작가님이 축하공연을 해주셨다. 본인은 흥겨운 노래라고 하셨는데, 왠지 슬픈 노래였다. 제주에 사시며 지역사회에 필요한 활동을 열심히 하는 활동가이자 만화가셨다.
선생님의 복토크가 시작되었는데, 동백작은학교 학생 서로님과 다올님, 교사 개구리님과 이임주 선생님 네명이 앞에 준비된 의자에 앉으셨다. 학생들과 교사를 패널로 초대한건 그들의 이야기 또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필요한건 안전한 공간이다. 그 공간이 안전하다는 믿음이 있어야 다양한 실험과 실천을 해볼 수 있다. 페미니즘을 공부하며 학교에서의 생활이 즐겁고 재미있지만, 학교 밖과의 간극이 커서 고민과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대안학교 생활자체를 궁금해하는 친구들이 학교에서 뭘 배워라고 물어도 ‘페미니즘 배워’라고 쉽게 말할수 없었다. 학교 밖 세상에서는 페미니즘을 편하게 말할 수 없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페미니즘을 배우면서 집에서 부모의 말들이 거슬리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부모들도 자녀들 눈치보며 조금씩 변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아직까지도 페미니즘에 대해서 편하게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 동백작은학교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는 남성 교사 개구리님은 삼대독자로 귀하게 자라났다고 했다. 어느날 개구리가 과일을 깍을 줄 모른다고 하자, 이임주 선생님이 그러면 매번 과일을 누가 깍아주었냐고 물었다고 했다. 그리고 과일을 깍을줄 모르면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농담삼아 한 말에 개구리님은 쿠팡에서 과일 한박스를 사서 열심히 과일 깍는 연습을 했다고 한다. 개구리 교사도 그렇고, 나도 남성중심사회에서 누려왔던 기득권을 인지하는 것에서 그것을 깨고 다시 배우는 시간들이 필요하다. 많은 남성들이 과거와 달리 지금은 많이 변했다고 하지만, 남성으로써 누리는 기득권이 많다는걸 인지 하지 못하고 부인하고 오히려 역차별이 있다고 말하는 현실에 남성으로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샹고쌤은 동백작은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타악기수업을 하시고 조천에서 북카름이라는 책방을 운영하신다. 10년째 지금의 레게(?) 머리 스타일을 하고 계신데, 화장실을 갈때마다 화장실에 들어온 남성들이 혹시 여자인가 싶어 화장실을 다시 확인하지만 남성들이 자신에게 시비를 걸거나 말을 덧대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 샹고님의 외모가 듬직한 남성의 외모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짧은 숏컷을 한 여성의 경우에는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숏컷 머리에 대해서 잔소리와 충고를 하는 것을 보고 여성으로 사는 삶이 이렇게나 다르구나 실감했다고 하셨다.
이임주 선생님은 대안학교에서 오래 일하시며 페미니즘 수업을 정규수업으로 넣으려고 부단히도 애를 쓰셨다고 하지만, 대안학교에서 조차 거부감이 많았다고 한다. 본인이 육아휴직으로 학교를 잠시 쉴때 지금의 백래시처럼 어렵게 만들어간 페미니즘적 교육환경이 거꾸로 돌아가더라는 말씀을 하셨다. 대안학교에서 성문제가 불거지면 학교 전체가 흔들리고 서로 깊은 상처를 가지게 된다.페미니즘을 일상속 실천으로 배우는게 아니라면 방법이 없다라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제주 애월 민박집에서 이런 교육활동을 시작했고, 현재는 5년째 동백작은학교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정규과목으로 교육해 오고 있다.
학교에서 학기초에 젠더평등 선언식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민원에 시달리기도 했고, 윤정권 들어서는 백래시 현상으로 학교로 전화가 와 다짜고짜 너희 에이즈나 걸려라는 식의 폭언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2023년부터(교육과정 개정안) 학교에서 성평등이나 성소수자라는 단어를 쓸수 없게 되어서 교육청에서 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한다. 교장선생님은 그래도 앞으로 우리 학교에서 그 단어들을 쓰겠다고 말씀하시니 교육청 사람들도 이해는 한다며 자신들이 학교에 그 단어들을 쓰지말라고 전달은 했다고 말씀을 해달라고 부탁 했다고 한다. 도대체 성평등이나 성소수자 라는 단어가 왜 쓰면 안되는 단어인지 이해할수가 없는 현재 교육현실인 것이다.
그러면 공교육에서 페미니즘 교육을 어떻게 할 수 있냐라는 질문에 교장 선생님은 공문으로 교육방향이 내려오지 않는 이상 교사들도 페미니즘교육을 하기가 쉽지 않다라고 현실적으로 말씀하셨다. 스텔스(항공기가 탐지되지 않도록 하는 군사용 은폐기술) 페미니즘 이라는 단어를 설명해 주시면서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즘이라는 단어만 써도 혐오와 낙인과 공격이 노골적이기 때문에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자신이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있다는 이야기조차 숨겨야 하는 현실을 말씀해 주셨다.
그렇다고 여성들의 변하는 의식은 막을수가 없을 것이고, 학교에서도 일단은 페미니즘을 몰래몰래 공부하는 교사들이 늘어나는 것 부터가 우선이다. 학교에서의 학부모들의 민원은 상당하고 공격적이기에 평교사로서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하기가 쉽지는 현실을 우리 모두 공감했으면 싶다. 아이들의 문제를 교사들의 책임만으로 돌리는 우리와 사회의 무책임한 태도도 돌아보았으면 싶다. 얼마전에 봤던 넷플릭스 4부작 영국드라마인 <소년의 시간>도 우리가 청소년인 그들을 전혀 모르고 있다는 그 절망부터 인식을 하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학생들에게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뿌듯했던 경험을 물었다. 몽골여행을 갔을때, 몇몇의 학생들이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학생들에 대해서 험담과 불만을 털어놓았다고 했다. 함께 생활하는 친구들이기에 상처는 더 컸을 것 같고, 그것을 문제삼아 공론화 했다고 했다. 공식적으로 발언한생들에게 사과도 받았고, 그 문제를 오랫동안 충분히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했다. 페미니즘을 일상속에서 녹여 배우다보니 사소한 불편함이나 갈등을 늘 대화와 토론으로 공론화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때문에 공동체 내에서 해결이 가능한 지점인 거 같다.
북토크 마지막에는 동백작은학교 학생들이 모두 자작곡 노래를 불러주었다. 무대에 오르지 못한 학생들도 옥상에서 함께 노래 부르는 모습이 참 평화롭고 따뜻하고 좋았다.
내가 읽은 페미니즘 책을 모아서 몇달에 한번씩 동백작은학교에 택배로 보내 기증을 해야 겠다는 생각도 했고, 이임주 선생님하고만 길게 이야기 나누었는데, 다른 교사분들과도 학생들과도 이야기 나눌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에게 동료 페미니스트로서 교류하는 어른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