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사고는 그동안 꿈꿔왔던 것들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다. 교통사고, 자살, 실족사, 비 오는 날 길을 걷다가 노출전선에 감전사하는 경우, 대형 화재가 발생하여 억울하게 사망하는 경우 등을 접하면 평상시의 자연상태에서 위기상태로 급격히 상황이 바뀐다. 앞서 언급하는 사례들은 모두 인재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할 수 있는 대안은 없는가. 평소 어떤 생각과 철학으로 살아야 사고를 예방하고 발생원인을 차단할 수 있을까.
조직은 시스템 안에서 유기적으로 존재한다. 그래야 한다. 조직이 오랫동안 생존하려면 핵심가치와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핵심가치는 존재 목적에 부합한 능력, 사회적 역할, 책임에 대한 정체성과 역량을 의미한다. 생명력은 그 조직이 지속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환경, 조건, 상호 작용성, 역량(에너지)이다. 이 글은 핵심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직과 개인의 생명력 유지에 대한 이야기다. 조직과 개인이, 아니 개인과 조직이 오래 생존하고 그 역할과 책임을 다하려면 어떤 철학과 환경을 갖춰야 하는지, 의사소통과 정보공유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호 어떠한 마음가짐으로 서로를 대하는 게 옳은 지 대한 글이다.
애플 사는 “애플파크”라는 원형 형태의 사옥에서 일한다. 스티브 잡스가 처음 이 건물을 구상할 때 건축가 노먼 포스터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하나는 구성원의 협업과 의사소통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항상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잡스의 철학과 기업가 정신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덧붙여 그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사람이 사무실과 자연의 경계를 느끼지 않도록 설계하길 바랐다. 그래서 향후 애플파크 주변에는 9,000여 그루의 나무가 심겼고 원형 건물 중앙에는 인공호수가 만들어진다. 최근 그의 후계자 팀쿡은 여기에 더해 스탠딩 책상을 도입해서 직원의 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철학과 통찰이 빚어낸 놀라운 환경이다. 개인의 삶에서도 벤치마킹이 필요한 부분이다.
환경과 더불어 생존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의사소통”이다.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고 직위의 높고 낮음, 연공서열의 구분 없이 어떤 의견도 무시되지 않는 수평적 의사소통 문화는 건강한 생존에 필수적인 요건이다. 마치 혈액순환이 안되면 피부가 괴사하고 조직이 파괴되어 결국 목숨에 위협이 되는 것처럼 조직 내 의사소통은 생존과 직결된다. 의사소통의 책임은 윗사람에게 있다. 아랫사람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리더는 이미 리더의 자격이 없다. 리더는 조직의 심장과도 같은 존재다. 심장은 쉼 없이 늘 깨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잠시라도 멈추면 신체의 모든 기능은 제 역할과 책임을 다함에도 불구하고 생존 측면에서 의미가 없게 된다. 골든타임에서 심폐소생술이 중요한 이유다. 의사소통의 책임이 전적으로 리더에게 있는 이유는 심장에서 펌핑을 해야 혈관을 타고 혈액이 공급되는 이치와 같다. 리더가 펌핑하지 않으면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펌핑을 잠시라도 멈추면 산소의 이동이 중단되고 세포의 파괴가 시작됨과 동시에 근육과 조직이 생명력을 잃기 시작한다. 펌핑에 의해서 혈액이 혈관을 타고 여행하다가 다시 심방과 심실을 순환하는데 이는 리더의 역할 즉 조직에 생명력을 불어넣거나 조직의 어려움을 수용하는 리더십의 순환적 역할과 유사한 작용을 한다.
조직에 생기를 주는 역할도 리더의 영역이지만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도 반드시 수행해야 할 리더의 역할이다. 경청하지 않는 리더는 조직을 죽게 만든다. 구성원의 의견을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의견이 활발하게 유통되는 것을 방해하는 리더는 리더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로 인해 조직이 죽음으로 내몰려지는 것이다. 의사소통은 리더의 적극적인 참여와 수용, 권장과 솔선수범을 통해 비로소 이뤄진다. 어떤 의견도 귀 기울여 듣는 태도, 자신의 의도에 부합되지 않더라도 말을 자르지 않고 기다려 주는 자세가 올바른 리더가 갖추어야 할 품격이다. 세종처럼, 정관정요의 태종처럼 그렇게 통치하는 리더가 세상을 바꾼다.
리더와 팔로워 간의 상호 존중하는 마음은 조직의 핵심가치를 수호하고 건강한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요소이다. 리더의 철학이 가장 중요하지만 더불어 구성원의 역량 또한 매우 중요하다. 그 조직이 오랫동안 존속하고 위기를 극복하며 유사시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은 리더와 팔로워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마음으로 제 위치에서 제 몫을 다했을 때 가능하다. 요즘에는 마이크로 리더십이 각광을 받는 듯하다. 탑에 있는 리더가 조직 내의 모든 것을 알아야 하고 모든 사안에 관여해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을 유능한 리더의 표상으로 인식하는 것 같아 심히 우려스럽다. 그러니 구성원들은 중간관리자를 패스하고 탑 리더에게만 주목한다. 가장 바쁜 사람이 대통령, 회장, 사장이 된 시대이다. 중간에서는 할 일이 없다. 보고서는 정책의 미래지향성, 합리성, 상호운용성, 합동성, 법리적 적절성 등의 검토과정 보다 탑 리더의 의중에 대한 반영 여부만 고려된다. 꼼꼼한 검증과정은 생략되고 방향과 속도만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과거 어느 시대보다 시스템이 효율화되고 안전장치가 견고해졌으며 스마트한 소프트웨어들이 작동됨에도 불구하고 대형사고, 화재, 자살, 기업의 붕괴가 많은 이유는 사실 외부에 있지 않다. 국가와 사회, 기업과 조직 구성원 간의 신뢰에 원인이 있다. 위임하지 못하고 책임과 권한, 역할이 편중되다 보니 나타나게 되는 부실함 때문이다. 리더는 전지전능하지 않다. 리더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천년만년 직장 생활하는 게 아니다. 결국은 이렇게 한바탕 서로의 꿈을 위해 한 시대를 살다가 각자 떠날 것이다. 직장 생활하면서 혹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핵심가치를 인식하고 생명력을 유지한 가운데 오랫동안 건강하게 존재하기 위해서는 자중하는 마음과 함께 제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동안 추구해 왔던 꿈의 성취와 자아실현,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태도를 견지한 가운데 어깨 펴고 자신감 넘치게 “내 위치에서 내 몫을 다 했노라”라고 말할 수 있는 배포가 있어야 한다. 리더는 솔선수범하고 구성원 모두가 제 위치에서 제 몫을 다 하도록 격려하고 응원해야 한다. 품격 있는 리더는 부하를 믿고 권한을 과감히 위임하며 신뢰하고 기다려 주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그래야 그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신바람 나게 일하며 제 위치에서 제 몫을 다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그것이 사랑하는 구성원들을 치명적 사고와 위험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리더는 조직의 심장이다. 리더가 깨어 있어야 조직은 생존한다. 한 순간도 멈출 수 없는 게 리더의 숙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