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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아안 Apr 05. 2023

관계의 본질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 사람과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바라보는 시각이 가치관에 따라 다르다. 지금까지 살아온 환경, 교육의 정도, 읽은 책과 지식의 범위와 양 때문이다. 사실 같은 것을 봐도 다르게 인식하는 것은 상식이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을 상대가 보지 못한다고 울화통 터져하는 것은 울화통 터질 일이다. “거기 있잖아, 안 보이니?, 엄마가 항상 거기 두는데 너는 왜 눈 뜨고도 그것을 못 봐? “라는 말은 불화통 터지는 말이다. 둘 다 울화통 터지는 말이다. 그는 그게 진짜로 안 보이는 것이다. 다름을 인정해야 하고 존중해야 한다. 사람마다 다른 것이 당연하다.


  포괄적으로 생각하면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타인에 대한 관심과 앎이 흥미롭다. “흥미롭다”라고 하면 맨날 바쁜데 남에 대한 관심이 뭐가 흥미로운가? 천하태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좀 더 여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타인을 대하면 다양한 삶의 태도와 방식을 만날 수 있다. 많은 이들의 이야기와 가치관을 경청하면 그만큼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 할 수 있다. 그들과 우리의 다름을 볼 수 있고 비슷한 생각을 통해 공감과 위로를 얻을 수도 있다. 다름은 현상이지 목적이나 의무가 아니다. 다름은 사람사이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름에 적응하고 익숙해져야 한다. 그게 관계의 본질이다. 가져오라고 한 물건이 아들의 눈에는 진짜로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믿고 내 설명의 방식을 바꾸든지, 레이저 포인터로 가리키든지, 정 속 터지면 일어나서 갖고 오면 된다. 속 터져 죽는 것보다 걷는 게 건강에 이롭다.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선배와 후배, 친구와 친구를 만나며 우리는 서로를 학습하고 가르친다. 다름을 가르치고 점점 같아지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간섭한다. 하지만 결국은 다르게 살아간다. 다르게 사는 게 당연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인식의 저변이 넓혀간다. 그렇게 사회생활을 하며 목적이 이끄는 삶을 살다 보면 서로의 다름이 마찰이 되거나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번아웃, 공황장애, 대인기피는 결국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사물과 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과 입장이 원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세상에 와서 나이가 들고 성장해 감에 따라 반드시 더 여유로운 마음이 되거나 더 넓은 인식을 갖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타인과의 다름이 당연하지만 사람마다 그것을 인식하는 방식과 시간과 넓이가 모두 다른 것 같다. 그래서 삶이 힘들어지고, 실망하게 되고, 자신감을 잃어 가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질은 모두가 살아가는 방식은 다르다는 점, 그리고 그것은 옳고 그름, 선과 악이 아니라 단지 다르다는 것, 그것이 삶이라는 것이다.  


  좀 더 여유 있게, 좀 더 관대하게, 나에 대한 치열함이 타인에게 어떠한 강요도 되지 않도록 마음을 연다면 더 자연스러운 삶이 되지 않을까. 누군가가 훗날 나를  나이스한 사람으로 기억되도록 그저 그들과의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다름이 그들에게 어떤 장애물이나 역경이 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삶이 지혜로운 처신 아닐까. 나의 태도를 돌아보고, 그들의 태도를 존중하는 것은 어떤가. 우선은 존중하는 것이 어떤가.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뇌면 타인으로 인해 짜증 나는 일상이 줄지 않을까. 나로 인해 짜증 나는 그들의 흥분이 줄지 않을까. 그것을 통해 서로를 더 이해하고 그로 인해 덜 상처 주는 관계가 되지 않을까. 배우는 삶으로 점점 더 완전해지는 일상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되기를 희망한다.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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