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차아안 Jun 16. 2023

느리게 살기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이 많다. 정확하게 말하면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하고 싶은 일을 미룬다. 해야 할 일의 목록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다. 가급적 빨리 삭선을 그으려고 늘 서두른다. 성실하게 서두르지만 속으론 해야 할 일의 목록이 줄지 않을 거라는 걸 안다. 금세 올라오는 새 살처럼 다시 할 일이 생길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여긴다. 누가 대신해 주지 않는다. 그런 조급한 마음을 위로하는 책이 젤린스키의 “느리게 사는 즐거움”이다.​


  가끔 마음이 답답한 일요일 저녁이 되면 구글 검색창에 ‘게으름’ ‘느림’ ‘천천히’라는 단어를 입력해 본다. 그저 누군가의 글을 통해 위로를 받고, 입장의 동일함을 통해 공감하고 싶은 것이다. 직장에 다니며 출근하기 전날, 일요일 밤에 설레는 행복한 기분으로 잠이 든 날이 없다. 많은 사람들은(아인슈타인, 에디슨, 워런 버핏,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선택해 열정을 다하라”라고 하는데 솔직히 공감이 되지는 않는다. 아무리 최면을 걸어도 일요일 밤이 되면 가슴이 답답하다. 월요일 아침이 되면 모든 게 불편하다. 점심을 먹고 나면, 좀 괜찮아진다. 늘 그렇다​.


  젤린스키는 하루에 두 시간 정도만 일을 한다고 한다. 그 대신 완전히 집중해서 업무의 밀도를 높인다. 그럼 나머지 시간은? 빈둥댄다. 그런데 그냥 빈둥대는 건 아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것이다. 창조적으로 빈둥댄다고 그는 말한다. 그냥 빈둥댄다고 하기 뭐 하니 “창조적으로” 빈둥댄다고 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인데, 맞다. 그냥 빈둥댄다고 하면 임팩트가 없고 공허하니, 창조적으로 빈둥댄다고 변명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말이 안 되지 않는다. 그냥 “창조적으로 빈둥대고 있다”라고 생각하면서 빈둥대다 보면 의외로 많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여유롭게 산책하는 것은 똑같지만 산책하는 와중에 마음속으로 “나는 창조적으로 빈둥대면서 산책하는 중이야”라는 생각만으로도 생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잦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가 아니다. 과학적인 말이다. 우리의 잠재의식은 무한한 창조성을 갖고 있다. 스스로 창조적인 의식 작용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중물처럼 잠재의식이 담고 있던 창조성을 끌어올리게 된다. 젤린스키가 그 과정을 유쾌하게 설명한다. 절대 가벼운 얘기가 아니다. 귀한 진리이다.


  젤린스키는 “게으름, 느림”이라는 것이 천성의 문제로, 좋지 않은 습관으로, 무능의 표상으로 오해되고 있다는 발상에서 출발하여 게으름과 느림을 찬양한다. 그런 면에서는 버틀런드 러셀과 결이 같다. 젤린스키는 누구나 부지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오히려 부지런함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힘든 세상이라고 한다. 누구나 열심히 살고, 성실하게 서두른다. 그래서 생각할 시간도 없이 바쁜 것으로 세태와 현상을 바라본다. 과연 옳은가? 이렇게 살면 행복한가? 그래서 그들은 성공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을 그는 천천히 산책하면서 사색한다. 유명한 철학자이자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역시 비슷한 생각을 했다. ”꼭 필요한 일만 하고 사회적 동물로서 해야 할 일을 이성이 지시하는 정확한 방법으로 행할 수 있도록 자신을 통제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우리가 하는 말과 행동은 대부분 불필요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나 이렇게 자문해야 한다. ‘그 말을 혹은 그 행동을 반드시 해야 하는가?’ 그 질문을 통해 우리는 불필요한 행동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한 행동을 불러오는 쓸데없는 생각 또한 줄일 수 있다.“ 젤린스키는 몇 가지 중요한 일을 선택해서 그것을 하루에 2~3시간 몰입하여 잘 해결하고, 필요할 때만 말해야 한다고 한다. 일이 많다고 변명하지 말고, 모든 것을 다 하려고 하지 말고, 대신해 줄 사람을 찾고, 가능하면 적극적으로 위임하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중요한 일, 창조하는 일에 집중하라고 한다. 아니, 중요한 일에 대해 ‘빈둥대면서’ 창조적으로 생각하라고 한다. 링컨의 말대로 빈둥대면서 대부분의 시간을 도끼를 가는데 사용하라는 것이다. 그렇게 게으르면 삶이 즐겁다고 한다. 대신 창조적으로 빈둥대야 한다고 한다. 그냥 빈둥대라는 건 아니다.  ​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젤린스키가 창조적으로 빈둥대면서 길어올린 10가지의 인상 깊은 이야기를 소개하고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p.s: 구글에 “젤린스키”를 검색하면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주로 나오는데, 그분이 아니다. 위 글에서 언급하는 분은 캐나다 사람이다. 캐나다에 사시는 분은 대통령을 할 생각이 없다.  


1. 당신을 웃게 만드는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을 많이 가져라. (스스로 웃게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2. 누군가 다른 사람이 당신의 인생을 바꾸어주기를 기다리지 말아라. 당신을 따뜻하게 해주길 기다리며 따뜻한 주위를 서성이지 말고 당신이 먼저 불을 피우면 되는 것이다. (내 말이…) ​


3. 삶을 충만하게 즐기기 위한 본질적인 세 가지를 꼽는다면 첫째가 태도요, 둘째가 태도요, 셋째도 태도이다. 건강한 태도를 개발하고 유지한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태도가 전부라는 얘기인데, 반은 동의하고 반은 동의할 수 없다. 태도도 중요하지만 뭔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4. 나 자신의 삶과 다른 사람들의 인생을 더욱 신바람 나게 하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농담과 유머를 배워서 대화 중에 활용한다. (동의함. 필자가 아는 그런 사람: 에이브러햄 링컨, 워런 버핏 그리고 탁재훈)

5. 언제든 즉흥적으로 2~3일 동안 짧은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는다. 지체하지 말고 미리 가방을 꾸려 놓아라. (이 아이디어를 한번 시도해 봤음. 베리 굿!)​


6. 하루 중 가장 어두운 때는 해가 뜨기 직전이라고 한다. 몹시 힘들고 우울할 때는 이렇게 생각하자. 지금이 바로 해가 뜨기 직전이라고. 이제 곧 해가 떠올라 모든 것이 환하고 따사로워질 것이라고 말이다. 미국의 유머 작가 월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굳이 애쓰지 않아도 모든 것이 좋아지게 되어 있다.“ (그런 멘탈을 가진 자가 되어야 함.) ​


7. 좀 더 창조적인 사람이 되어 보자. 매일 삼십 분 정도라도 시간을 내어 색다르고 틀에 짜이지 않은 일을 해보자. 그러면 인생이 얼마나 풍족해졌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아이템은 작심삼일이 되기 쉽다. 4일째 되면 까먹는다.)

8. 삶에서 느낄 수 있는 소소한 기쁨들을 뒤로 미루지 말아라. 다시 말해, 즐기고 사는 일을 미루지 말아라. 오히려 그것을 우리의 일상적인 습관의 일부로 만드는 것이다. 인생의 작은 일들을 즐기는 법을 배워라. 큰일들은 그다지 자주 일어나지 않으니 말이다. (맞다!)

9. 만일 당신이 당신 자신의 가치를 계산하고 싶다면, 당신의 친구들을 세어 보라.(아…) ​


10. 지혜로운 사람들과 가깝게 지내라. 그러면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어딧죠? 그분이?)

 ​

느리게 살기, 나무 처럼!


#젤린스키 #아우렐리우스 #느림 #게으름



매거진의 이전글 충만함으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