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전히 괴롭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
되게 유명한 말인데, 이 말보다는 '참을 인'을 머릿속으로 그리는 게 도움이 될 때가 더 많았다. 지금보다 더 화가 많고, 열정적이었던 때는 마음속으로 '참을 인' 100번 외치고 생각하기... 이런 걸 했던 적이 있었다. 진짜로. 참 오랜만이었다, 그때처럼 다시 화가 나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인연은 유지하더라도 SNS 친구는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웬만큼 친한 사람이 아니면 맞팔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되어 있던 맞팔도 내 손으로 끊어버린 적도 있다. 적어도 내 공간에서 만큼은 눈치 보거나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글도 쓰고, 사진도 올리고 싶어서였다.
그런 덕분에 정말 오랫동안 생각도 못한 채 잊고 지냈던 사람을 서로 아는 지인의 SNS를 통해 우연히 보게 되었다. 처음 봤을 때 나와는 악연이지만 지인과의 관계는 그들의 이야기니까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때의 나쁜 기억을 자꾸 불러와서 낮은 온도부터 화가 슬슬 끓어올랐다.
그래, 솔직해지자. 오랜만에 다시 본 그 순간부터 기분 나빴다. 우리가 보통 악연이었어야지 말이야. 도대체 저 명언은 무슨 의미일까? 나는 미움이라는 감정을 알게 된 그 순간부터 죄보다는 사람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늘 괴롭다. 어떤 인연은 뼈가 시리도록 괴롭다.
불같던 그 시절엔 무슨 일만 했다 하면 사람을 멀리했다. 당사자는 찾으려 하지 않으면 보이지도 않도록 모든 걸 차단하고 멀리했고, 심지어는 지인들도 멀리하고 쉬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사람이 늘 열정적이지는 못해서 어느 날 되니 사람을 멀리하는 그 과정도 피곤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노력해서 멀리하기보다는 곁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처럼 대하며 세상이 좁아 보게 되는 날이 있더라도 아무렇지 않게 대하려고 노력'은'하고 있다.
이렇게 괴로운 오늘은 이 감정이 모두 타서 없어질 때까지 글을 적어야겠다. 털어놓으니 좀 낫다. 어떨 땐 이곳이 내 말을 들어주는 벽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