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한 번, 숨 쉴 구멍만 있음 돼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을수록 내 마음엔 무게 추가 하나씩 달린다. 무게를 못 견뎌 나도 모르는 사이 조금씩 물속으로 가라앉고, 어느 순간 올려다보면 수면 위가 아득하게만 느껴진다. 발버둥을 치다가도 모두가 이렇게 살아가겠지, 나만 이런 게 아니겠지 하며 합리화를 반복한다. 그러다 보면 이게 삶이고 운명인가 싶어 가라앉음을 무력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다 보면 수없이 많은 물살을 마주한다. 어떤 물살은 내 발목을 붙잡고 더 깊은 곳으로 끌어당기고, 어떤 물살은 잠시 그 자리에 머물게 만든다. 그러다 종종 망각이라는 물살을 만난다. 내 마음의 무게 추를 거뜬히 밀어 올리는 그런 물살. 그렇게 무게 추를 망각하고 아득하던 수면 위로 떠오른다. 수면 위로 숨을 쉬러 올라오는 바다거북이 이런 기분일까. 그 순간 그간의 근심 걱정을 잠시 잊고 '오늘 참 괜찮네'라고 생각하게 된다. 나를 짓누르던 고민들이 사라지지도 해결되지도 않았는데 내 머리 위로 드리운 하늘이, 알맞게 내 젖은 볼을 간지럽히는 샛바람이, 내 옆으로 흘러온 발신 불명의 나뭇잎이 마냥 아름답게만 느껴진다. 이런 식으로 숨구멍을 만들어 주는구나 싶어 하늘이 원망스럽다가도 이렇게라도 숨 쉴 수 있음에 감사해 그 순간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신다. 또 언제 내게 망각의 물살이 찾아올지 모르니까. 그리고 현실을 상기할 때 나는 다시 한없이 가라앉는다.
반복되는 감정은 권태를 불러온다. 마냥 좋기만 한 날들은 금방 평범해지기 마련이다. 나는 그래서 바다거북 같은 삶을 살기로 했다. 인간이 가진 가장 큰 무기인 망각을 필두로 마음의 추를 잊고 종종 수면 위로 떠오르고자 한다. 이런 날은 느닷없이 찾아오기에 버거워 모든 걸 포기하고 싶을 때 내게도 곧 망각이 찾아오겠지 하며 견뎌보려 한다. 그러면 작은 것에도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잊는다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