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에 맺힌 초록이
태양빛에 찬란히 짙어지던 계절
나는 곧잘 뒷산을 오르곤 했다
붉은 흙에 한 발, 한 발 도장이 찍히고
내 옷가지엔 옅은 초록 내음이 스몄다
열기를 한껏 머금은 숨이
내 안에서 뭉쳐 나온다
산 깊숙이 자리 잡은 계곡에 다다르자
어느새 쪽빛 하늘은 어둠을 드리우고
곧이어 시작되는 한 여름밤의 축제
나는 가만히 바위에 걸터앉아
축제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높아지는 풀벌레들의 데시벨
허공에 노란 섬광이 반짝거린다
계곡물에 비치는 노랑
엷게 풀어져 꼭 고흐의 유화를 닮았다
다시 찾은 뒷산
바짝 마른 계곡물, 퍼석해진 나무들
어두운 밤 나를 설레게 하던 축제는
산산이 조각나 허공에 흩어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