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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예람 Aug 06. 2021

조각나버린 여름밤

잎에 맺힌 초록이

태양빛에 찬란히 짙어지던 계절

나는 곧잘 뒷산을 오르곤 했다

붉은 흙에 한 발, 한 발 도장이 찍히고

내 옷가지엔 옅은 초록 내음이 스몄다

열기를 한껏 머금은 숨이 

내 안에서 뭉쳐 나온다    

 

산 깊숙이 자리 잡은 계곡에 다다르자

어느새 쪽빛 하늘은 어둠을 드리우고

곧이어 시작되는 한 여름밤의 축제

나는 가만히 바위에 걸터앉아

축제가 시작되기만을 기다렸다     


높아지는 풀벌레들의 데시벨

허공에 노란 섬광이 반짝거린다

계곡물에 비치는 노랑

엷게 풀어져 꼭 고흐의 유화를 닮았다     


다시 찾은 뒷산

바짝 마른 계곡물, 퍼석해진 나무들

어두운 밤 나를 설레게 하던 축제는

산산이 조각나 허공에 흩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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